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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 고등학교 교실 –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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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 고등학교 교실 – 오전\n2045년 서울. 백색 LED 조명 아래, 교복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모두 투명한 AR 안경을 착용, 표정 없는 얼굴로 동일한 화면을 바라본다. 안경 속에는 정부 홍보 영상.\n\n제호(17). 단정히 빗은 머리. 손끝이 잔뜩 긴장돼 있다. 필기구를 쥔 손에 땀이 차고, 노트에 적힌 글씨는 삐뚤어진다. 그의 눈빛엔 두려움과 압박감이 서려 있다.\n\n현석(17). 헝클어진 머리, 무심한 표정.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툭 던진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 무리. 잠시 그의 눈빛이 살아난다.\n\n선생님은 책상 앞에서 무표정하게 말한다.\n\n선생님\n오늘 오후부터 수험번호와 시험장 위치가 문자로 발송된다.\n랜덤 배정이니까 항의는 안 된다.\n공유도 금지다.\n\n학생들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실 공기에는 알 수 없는 긴장이 짙게 깔린다. 제호는 깊게 숨을 내쉬고, 현석은 창밖 새를 끝까지 바라본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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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 학교 계단 – 점심\n회색 콘크리트 계단. 점심시간,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소란이 멀리서 들린다. 여긴 고요하다. 제호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다.\n화면 중앙에는 \"조회하기\" 버튼. 손가락이 떨리고, 숨소리가 점점 가빠진다. 마치 버튼 하나에 생사가 갈리는 듯한 긴장.\n\n찰칵. 셔터 소리가 울린다.\n\n고개를 드니, 현석이 계단 위쪽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있다. 장난스러운 듯 찍었지만, 눈빛엔 묘한 슬픔이 숨어 있다.\n\n현석\n(미소 띠며) 아직도 화났냐?\n\n제호\n(차갑게, 떨리는 목소리) 지 인생 포기한 놈한테 볼 일 없다.\n\n짧은 정적. 현석은 씁쓸하게 웃는다. 주머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준다.\n\n화면: 수험번호 DJH54.\n\n제호의 눈이 흔들린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핸드폰도 확인한다.\n같은 번호. DJH54.\n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제호의 얼굴이 굳어지고, 손끝이 저릿해진다.\n\n현석\n(태연한 듯, 그러나 속내를 숨기며) 야, 기억 안 나냐? 중딩 때 완전체 되면 배낭여행 가자고 했던 거. 지금 하면 안 되냐?\n\n제호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린다. 말은 나오지 않는다.\n\n제호\n(작게, 떨리며) 아... 어...\n\n현석\n(놀란 듯 웃으며) 오, 진짜? 난 당연히 안 할 줄 알았는데.\n\n제호의 얼굴은 더 굳어진다.\n분노, 두려움, 혼란이 한꺼번에 스친다. 그러나 말은 끝내 삼킨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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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 서울 골목길 – 오후\n좁은 골목길. 벽면엔 홀로그램 광고판, 네온 불빛이 반짝인다.\n제호는 아버지가 보낸 택배를 열어 쪽지를 읽는다. \"너는 내 마지막 희망이다.\"\n손에 힘이 들어가 종이가 구겨진다. 눈빛엔 절망과 압박이 겹쳐 있다.\n\n멀리서 셔터 소리. 현석이 배낭 두 개를 멘 채 사진을 찍고 있다. 햇살 속에서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은 자유롭지만, 어딘가 덧없다.\n\n현석\n(작게) 야야, 가자. 버킷리스트.\n\n제호\n(날카롭게) 너, 흡수될 거 알면서?\n\n현석\n알지. 그래서 마지막만큼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n\n제호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린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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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 농구코트 – 오후 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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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 농구코트 – 오후 늦게\n텅 빈 농구코트. 낡은 골대, 먼지 쌓인 공. 석양이 붉게 번져온다.\n현석은 카메라를 세워 녹화를 누른다. 농구공을 튕기며 웃는다.\n\n현석\n왜? 나한테 질까 봐 쫄았냐?\n\n제호\n(도발적으로) 뭐?\n\n둘은 농구를 시작한다. 처음엔 가볍게 웃던 두 사람. 점점 치열해지고,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제호는 계속 밀린다. 숨이 거칠어지고, 눈빛은 점점 초조하다. 볼을 빼앗기고 넘어지는 순간, 손끝이 떨린다.\n\n잠시 후, 지쳐 바닥에 드러누운 두 사람. 석양빛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n\n현석\n(웃으며) 거봐. 내가 이긴다 했지?\n\n제호는 하늘만 바라본다.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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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 서울 거리 – 석양\n도심 거리. 붉은 노을. 현석은 카메라로 풍경을 찍는다. 렌즈에 비친 세상은 아름답지만, 쓸쓸하다.\n\n제호\n(터지듯) 넌 반항 같은 건 안 하냐? 왜 완전체 되기 싫다고 죽음만 기다리는데!\n\n현석\n그래서 이렇게 너랑 있는 거잖아.\n\n잠시 정적. 바람이 불며 나뭇잎이 흩날린다.\n\n현석\n(작게, 눈빛 떨리며) 그래도... 너라서 다행이야. 유일한 친구였잖아.\n\n- 플래시백: 중학교 시절. 자전거 타며 웃는 두 사람. 편의점 앞에서 음료를 마시는 모습.\n\n현재. 현석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n\n현석\n우리 누나 알지? 완전체 됐지만 감당 못 해서... 이젠 누군지도 몰라 해.\n\n제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어깨를 조심스레 두드린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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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 시험장 앞 – 다음 날\n미래식 시험장 건물. 로고: \"유니타스 프로젝트.\"\n제호와 현석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묵직한 침묵.\n현석은 카메라를 제호에게 건네며 옅은 미소.\n\n현석\n나중에... 너가 나 대신 좋은 것들 담아줘라.\n\n제호\n(조심스럽게 받으며) ...알았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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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 시험장 복도\n넓고 차가운 금속 복도. 붉은 안내등이 깜박인다.\n제호는 주변을 서성이다가 모퉁이에서 멈춘다. 현석이 홀로 울고 있다. 어깨가 들썩이고, 목을 움켜쥐며 참으려 하지만 눈물이 흘러내린다.\n\n제호는 놀라 멈춰 서지만, 다가가지 못한다. 벽에 몸을 기대며 숨을 죽인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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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 시험장 앞 벤치\n다시 돌아온 현석.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다.\n\n제호\n(붉어진 눈으로) 두렵냐?\n\n현석\n(잠시 망설이다) 살고...\n\n바로 그때, 시험 안내음. \"다음 조, 입장하세요.\"\n현석은 손을 내민다. 옅은 미소. 제호는 그 손을 꼭 잡는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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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 실험실 내부\n거대한 기계음, 붉은 경고등, 흰 연기. 45도 기울어진 실험대 위, 두 사람은 결박돼 있다.\n안내 방송 \"인간융합을 시작합니다.\"\n기계음이 고조되고, 두 사람의 눈이 서서히 감긴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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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 현석의 집 – 다음 날 아침\n어두운 방. 현석이 천천히 눈을 뜬다.\n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한다. 거울 속... 보이는 건 현석 자신의 얼굴.\n\n현석\n(멘탈 붕괴) 왜... 왜 내가...\n\n순간 안도감이 스치지만, 곧 절규로 번진다. 눈물이 터져 나온다.\n뒤에서 어머니가 다가와 그를 끌어안는다.\n\n어머니\n그래...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n\n옆방에서 들려오는 누나의 울부짖음.\n현석의 표정은 무너진다.\n스마트폰 진동. 화면: \"완전체가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애니메이션 타스가 폭죽을 터뜨리며 웃는다. 그러나 그 미소는 기묘하게 찢겨 있고, 괴로움이 배어 있다.\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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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1. 서울 거리 – 몇 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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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 서울 거리 – 몇 년 후\n회색빛 도시. 현석, 초라한 몰골. 낡은 카메라를 들고 걷는다.\n주변 학생들은 투명 안경을 쓰고 무표정하게 지나간다. 현석은 그들을 허탈하게 바라본다.\n\n현석 (V.O.)\n제호야... 난 아직도 내가 왜 산지 모르겠어. 왜 내가 더 가치 있었던 건지... 그들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내가 증명해보려고 해.\n\n현석은 멈춰 서서 카메라를 들어 올린다. 렌즈 속으로 서울 거리 풍경이 잡힌다.\n\n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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