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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 실외. 겨울 갈대숲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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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 실외. 겨울 갈대숲 - 낮\n\n파팍!- 화면 전체에 흩뿌려지는 검붉은 피. \n주루룩 그 찐득한 피가 흘러내리며 드러나는… \n콘트라스트 강한 흑백 화면:\n\n머리가 터진 조선인 여자가 맥없이 쓰러진다. \n뒤이어 갈대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20여 명의 조선인들. \n공포에 질린 얼굴이면서도 무언가에 쫓기는 듯 바쁜 걸음을 쉬지 않는다. \n핑- 핑- 갈대를 가르며 무섭게 날아온 총알들에 맞고 몇몇이 더 쓰러져 자빠진다. \n\n이들과 20여 미터 쯤 뒤처진 갈대숲 다른 곳, \n30여 명 소대 병력의 일본군이 갈대숲 저 너머로 사냥하듯 총알을 갈기며 전진한다. \n장창(長槍)을 든 몇은 죽어가는 조선인들을 마구잡이로 찌르고 또 찔러 확인사살 한다. \n\n이제 남은 조선인들은 십여 명에 불과한데, \n때마침 염전 소금창고 정도 크기의 나무집을 발견, 안으로 숨어든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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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 실내. 창고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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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 실내. 창고 - 낮\n\n판자와 각목 등을 얼기설기 대충 덧대어 만든 가건물. \n십여 명 조선인들이 한데 모여 죽음의 공포에 벌벌 떨며 흐느낀다. \n\n일본군(O.S.)\n(일본어) 전부 다 사살해! \n씨를 말려버리라고!! \n\n밖에서 일본군 소리가 가까와 올 수록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운명의 순간. \n아무리 숨을 죽이고 울음을 참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n그때, 벌컥 열리는 창고 문. 일본군 장교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n\n일본군 장교\n(일본어) 이 괴물 새끼들… 전부 태워죽… \n\n순간, 탕-탕-탕- 밖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연속적인 총소리! \n크아아아아악- 자지러지게 고통스런 여러 명의 비명 소리… \n무얼 본 것인지 놀라서 튀어나올 듯 커진 눈의 일본군 장교. \n갑자기 휙- 무언가에 끌려나가더니, 쾅!- 나무 문이 닫혀버린다. \n뒤이어 다시 크아악- 숨넘어가는 비명… 그리고, \n적막.\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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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3. 실내. 갈대숲 창고 밖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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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 실내. 갈대숲 창고 밖 - 낮\n\n조심스레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50 중반 조선인 남자: 촌주 같아 보이는 자. \n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진다. \n\n피떡이 된 채 여기저기 널부러진 일본군 소대: 전부 피칠갑을 한 채 땅바닥에 나뒹굴며 죽어자빠졌거나, 죽을 듯 고통스레 신음한다: 전멸 그 자체. \n\n벙찐 눈의 조선인 촌주가 창고 밖으로 나오려다가… 다시 허걱- 놀라 얼어붙는다. \n\n마지막 숨을 헐떡이던 일본군의 가슴팍에서 심장을 콱 뜯어내는 검은 형체!\n검은 얼굴 부분에서 반짝이는 황금빛 눈알, 직사각형 까만 동공, 그리고 부러진 듯, 꺾인 듯 솟아오른 머리 위 뿔 두 개…\n마치 검은 연기가 잔뜩 모여 이루어진 그 형체는 사람에 비해 팔과 다리가 지나치게 긴…\n\n촌주는 오금이 저려 꼼짝도 할 수 없다. \n순간, 휙- 날아온 창 하나가 검은 형체의 가슴팍을 퍽- 꿰뚫는다! \n죽기 전 한 놈이 던진 창이다. \n검은 형체를 뚫고 나온 창끝은 금속이 아닌 하얀 사슴뿔 같은 모양. \n30여 명 인간들을 순식간에 몰살시킨 검은 형체가 풀썩- 허무하게 쓰러진다. \n\n조선인 촌주가 다가와 검은 형체를 살핀다. \n뭉글뭉글… 고통스러워 보이는 검은 형체: 그의 황금빛 눈동자도 흐릿하게 빛을 잃어간다. \n검은 형체가 촌주를 보며 무언가 말하는 것 같다. 허리숙여 그 말을 들으려는 촌주. \n화면 밑, 60년 대 영화 자막 같이 찍히는 그의 말은…\n\n“저들의 피와 살을 먹어라.” “그렇게 살아라…”\n“그리고…”\n\n촌주는 다시 일본군 시체들을 돌아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킨다. \n갑자기 검은 형체가 손을 뻗어 촌주의 목을 콱 움켜쥐더니 얼굴 가까이로 잡아당긴다. \n간절한 귓속말… 알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촌주. \n그리고… 황금빛 눈알이 완전히 빛을 잃는다. \n그에 따라 검은 형체도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n\n창고에 숨어있던 나머지 조선인들도 하나, 둘 밖으로 나온다. \n피범벅 널부러진 일본군 시체를 놀란 듯 돌아보는데… \n이들을 바라보는 촌주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변한다. \n\n세상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밤이 된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둥실 뜨는가 싶더니... \n개기 월식이 일어나며 핏빛 붉은달이 된다. \n\n\n화면 한쪽, 피가 흐르듯 나타나는… \n\n타이틀: 금월도(金月島)\n\n\n4. 몽타주:\n\n넓은 와이드 화면 가득 보이는 디스토피아의 전형 같은 메가시티 풍경:\n\n1. 매케한 미세먼지로 뒤덮힌 아침 출근길 서울 정경이 화면 가득 드러난다. 한눈에도 숨이 턱 막히게 보이는 대기와 그 속에 희미하게 솟은 고층빌딩들… \n2. 출근길 도로가 밀려드는 차들로 꽉 들어막혀 있다. 달리는 게 아니라 기어가는 듯… 아니면 아예 주차장처럼 서 있기 일쑤다. 빌딩 광고 스크린에 지나가는 뉴스 화면: “아이돌 사망 원인은 오보 기사” 헤드라인… \n3. 직부감 화면에 빽빽하게 빈틈없이 들어찬 다세대 주택들… 아파트들의 행렬 -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니라 잔뜩 꽂아 놓은 레고블럭 같은 형상이다. \n4. 지하철 플렛폼을 발디딜 틈 없이 채운 출근길 인간들. 지하철이 들어오자 내리고 타는 인간들이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움직인다. \n5. 질풍 같이 달리는 지하철 열차 안에는 숨쉴 틈 조차 없이 빼곡 한 인간들. 열차 스크린에 계속 되는 뉴스 화면: “지나친 성과주의가 낳은 과로사 이대로 괜찮은가”, “주말 김 의원 테러사건은 지지율 노린 자작극으로 밝혀져…” 같은 기사가 차례로 지나간다. \n6. 드넓은 대형 물류센터 주차장에 수십 대의 대형 버스들이 차례로 도착하고, 그 버스에서 끝도 없이 인간들이 쏟아져 나와 건물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n7. 물류센터 내부 - 핸드폰을 든 여자의 가녀린 손. 핸드폰 화면에는 출근기록 앱이 떠 있고, “김지후”란 이름이 선명하게 보인다. 출근기록 스캐너에 삑- 핸드폰 바코드를 찍는 여자. \n8. 대형 기계의 내부 같이 생긴 물류센터에서 인간들이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다. 산처럼 쌓은 물품을 카트로 옮기는 인간들… 컨베이어 벨트에서 박스 포장을 하는 인간들… \n9. 그 중… 파란색 안전조끼를 입고 앉아 물품 포장을 하는 김지후(22). 마른 체구, 예쁘장한 얼굴이지만 그 얼굴에 생기란 찾아볼 수가 없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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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 실내. 달리는 퇴근 버스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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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 실내. 달리는 퇴근 버스 - 밤\n\n녹초가 된 물류센터 노동자들 대부분이 잠에 빠져있거나,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n창가 자리, 지후 역시 피곤에 절은 모습인데… \n차창 밖으로 도심 네온싸인, 잡다한 불빛들이 어지러이 스쳐 지나간다. \n\n지잉- 지후의 핸드폰이 짧게 진동한다. \n보니, 화면에 찍힌 “엄마”란 글자, 그리고 “곧 23번째 생일이잖아…” 정도의 톡 내용. \n\n\n한숨을 훅 내쉬는 지후. 톡 화면을 열어보니… \n\n“곧 23번째 생일이잖아. 이번엔 꼭 집에 와야 돼. 꼭!!” \n\n…라는 내용. 그런데 그 위로 주루룩… \n\n“제발 연락이라도 해” “혼자 있음 절대 안돼” \n“집에 안 올 거면 만나기라도 하자. 전화 좀 해” \n\n… 등 이전에 보낸 내용들이 떠 있다. 물론 지후의 답 문자는 하나도 없다. \n게다가 받지 않은 엄마의 전화 역시 오늘만 십수 통… 화면 전체를 채우고 올라간다. \n\n얼굴을 팍 찌푸리는 지후. 버릇처럼 휘익- 휘파람을 분다. \n날카롭게 버스 안에 울려퍼지는 그 소리에 지후 쪽을 돌아보는 사람들. \n지후는 움찔, 그제야 자기가 무얼 했는지 깨닫고 고개를 푹 숙인다. \n\n그런데 차창에 스르륵 검은 연기가 맺히는가 싶더니… \n사람 얼굴 같은 형상, 황금색 눈알의 이미지가 되었다가 다시 사라진다. \n하지만 알아채지 못 하는 지후. \n\n어둠이 내려도 각종 불빛과 자동차, 건물들로 숨막힐 듯 차고 넘쳐나는 메가시티 서울.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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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6. 실내. 편의점 냉장고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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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 실내. 편의점 냉장고 - 밤\n\n각종 캔 음료들이 꽉 들어찬 냉장고 뒤편 빈 공간, \n바구니에 가득 담긴 폐기처분 음식들 중 도시락 하나를 집어드는 지후. \n캔 음료 사이로 바깥을 살피며 유통기한 지난 도시락으로 늦은 저녁을 급하게 떼운다. \n일터는 바꼈지만 똑같은 파란색 조끼를 입고 똑같이 생기없는 얼굴… \n\n갑자기 흰색 타일바닥에 툭- 피 한방울이 떨어진다. 본능적으로 코를 막는 지후. \n그런데 얼른 피를 닦기 보다, 떨어진 그 핏방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n마치 그 검붉은색에 흠뻑 매료된 것처럼… \n\n딸랑-딸랑- 매장 문에 매달린 방울이 흔들리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는데, \n지후는 넋놓고 핏방울만 내려다본다. \n퉁-퉁- 밖에서 냉장고 문 두드리는 소리. \n그제야 잠에서 깨듯 정신을 차리고 매장 쪽을 보는 지후. \n냉장고 유리문 밖에서 훤칠하게 잘 생긴 20대 남자가 웃고 있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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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 실외. 편의점 밖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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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 실외. 편의점 밖 - 밤\n\n20대 남자가 캔커피를 탁 따서 지후에게 건낸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n이 잘생긴 남자 이름은 정인우: 지후 남친이다. \n캔커피를 마시며 밤하늘을 쳐다보는 지후. 무심결에 다시 휘익- 휘파람을 분다. \n\n인우\n야, 야, 너 그거, 아줌마가 절대 하지 말랬잖아. \n귀신 부르는 소리라고… \n\n지후\n귀신은 무슨, 믿지도 않으면서… \n\n인우\n난 안 믿으니까 그래도, 너한텐 나타날 수 있잖아. \n\n지후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캔커피를 마신다. \n버릇처럼 핸드폰을 꺼내 뭔가 보려던 인우, 앗차, 하며… \n\n인우\n낮에 아줌마 서에 또 왔다가셨어. \n\n지후\n집요하네. 거기가 어디라고… \n\n인우\n근데 이번엔 뭔가가 좀 많이 이상했어. \n\n지후\n울 엄마 알잖아. 속지마. \n\n인우\n그게 아니라니까. 나 거의 여기 말할 뻔 했잖아. \n\n지후\n그럼 오빠하고도 끝이야! \n\nCUT TO:\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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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 실외. 경찰서 주차장 - 낮 (인우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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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 실외. 경찰서 주차장 - 낮 (인우의 회상)\n\n인우가 지후 모, 강민숙(48)과 마주 서 있다. \n민숙은 마른 체구에 귀티나는 인상, 하지만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n\n민숙\n말했잖아. \n이번 생일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보내야 된다고. \n\n인우\n알죠. 아는데… 저도 진짜 몰라요. \n연락 올 때만 받는다니까요. \n\n민숙\n경찰이 어딨는지 모르면 도대체 누가 걜 지켜줘! \n\n금방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간절한 민숙을 보며 인우는 안절부절이다. \n\n민숙\n그럼 말이라도 꼭 전해줘. \n이번 한번만, 이번 생일만 같이 보내자고. \n그 담엔 아무 상관 안 할게. 어디 가서 뭘 하며 살든… \n\n인우\n예… 그럼… \n\n…하며 도망가듯 돌아서려는 인우. 그런데 민숙이 인우 팔을 붙잡아 세운다. \n\n\n민숙\n인우 니가 같이 좀 있어줘. \n\n인우\n예?! \n\n대뜸 두툼한 돈봉투를 인우 손에 팍 쥐어준다. \n\n민숙\n어디 해외라도 같이 나가. \n우리 지후 이번 생일 지날 때까지만, 응? \n\n돈봉투를 받아들고도 황당함에 말을 못 하는 인우. \n민숙은 확답이라도 받으려는 듯 좀 더 간절히 인우를 보다가… 돌아서 간다. \n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어깨가 축 처진 채 멀어지는 민숙을 바라보는 인우. \n\n인우(V.O.)\n진짜… 뭔가 있는 게 확실해. \n니가 납치되는 것도 아닌데 뭘 지켜달라고…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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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 다시 편의점 밖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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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 다시 편의점 밖 - 밤\n\n지후는 인우가 손에 든 바로 그 돈봉투를 홱 빼앗는다. \n\n지후\n이걸 왜 받아! \n\n인우\n그러니까 갖고 왔잖아. \n\n지후\n(답답하다) 아우… 진짜 해도 해도… \n\n인우\n… \n\n지후\n엄만 평생 그래왔어. \n언제나 날 보호하기 위해서래. 보호하긴 뭘 보호해?! \n하나하나 전부 숨도 못 쉬게 간섭 뿐이었으면서… \n그러니까 이렇게 도망친 거잖아. \n\n인우\n(끄덕이며) 몇 년 됐지? 한 3년 됐나? \n그동안 전화도 한 통 안 했지? \n\n지후\n… \n\n인우\n너두 독하긴 독하다. \n근데 난 자꾸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n\n지후\n?? \n\n인우\n너 스물세 살 생일 때까지만 버티라고 했잖아. \n\n지후\n!! \n\n인우\n이번 생일이 스물세 번째 생일 아냐? \n\n그러고 보니… 이상한 기시감에 얼굴이 굳는 지후.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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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 실내. 민숙 집(다세대 주택)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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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 실내. 민숙 집(다세대 주택) - 밤\n\n단촐한 크기의 투 룸 다세대 주택 거실: \n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민숙이 지친 몸을 이끌고 거실로 올라서려 하다가… \n소파에 앉은 누군가를 보고 허걱- 얼어붙는다. 금새 하얗게 질리는 얼굴. \n\n하얗게 샌 머리를 가지런히 틀어묶은 여자의 뒷모습. \n(여자 얼굴은 볼 수 없다) \n\n흰 머리 여자\n20년 만이네. \n\n민숙\n(벌벌 떨기만) … \n\n흰 머리 여자\n수리영은 어딨어? \n\n민숙\n모, 몰라요… \n\n피식- 하는 흰 머리 여자의 웃음 소리. \n숨도 제대로 못 쉬는 민숙. 눈에는 두려움에 눈물이 고인다. \n\n민숙\n진짜… 지, 진짜예요. 전화도 안 되요. \n3년 전에 나, 나가버려서… 가출… 가출해서요. \n\n흰 머리 여자\n실망이구나… \n\n떨리는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던 민숙. \n갑자기 휙 뒤돌아 현관문을 열고 도망가려 하다가… \n\n… 뒤로 넘어질 듯 멈춰선다. \n산처럼 큰 덩치의 남자가 떡 하니 현관문을 막고 서 있었던 것. \n(남자 역시 얼굴을 볼 수 없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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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1. 실내. 편의점 - 같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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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 실내. 편의점 - 같은 시각\n\n지후가 혼자 카운터에 서서 돈봉투를 만지작거린다. \n몸은 여기에 있지만 정신은 전혀 다른 어느 곳을 헤메는 사람처럼 멍 한 표정… \n\n민숙(V.O.)\n스물세 번째 생일까지는 어떻게든 살아야 돼! \n\n참았던 숨을 훅- 내쉬는 지후.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려고 한다. \n스크린 속, “엄마” 이름. 하지만 섣불리 누르지 못하고 주저한다. \n바로 그때, 지잉- 톡 알림음에 움찔 놀라는 지후. 엄마로 부터 날아온 톡: \n\n“도망쳐” \n\n\n여전히 놀란 눈으로 톡 화면을 보는 지후. “도망쳐”라니… \n전화를 건다. 신호음만 몇 차례… 받지 않는다. \n바로 다시 전화를 건다. 여전히 받지 않는 엄마. \n딸랑-딸랑- 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오지만 신경도 못 쓰는 지후. \n\nCUT TO:\n\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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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2. 실외. 다세대 주택가 골목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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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2. 실외. 다세대 주택가 골목 - 밤\n\n핸드폰을 그대로 손에 든 지후가 거친 숨을 내쉬며 거의 뛰다시피 빠른 걸음이다. \n끼이익- 전방에 멈춰서는 차: 지붕에는 붉은 경광등. 인우가 운전석에서 튀어나온다. \n\n인우\n무슨 일이야?! 도망 치라고 했다고?! \n\n지후\n전화도 안 받아. \n\n두사람은 함께 한 다세대 주택 외부 계단을 다급히 올라간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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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3. 실내. 민숙 집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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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3. 실내. 민숙 집 - 밤\n\n쾅!- 문을 열어제치는 인우. \n안으로 들어오려던 지후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n\n집안은 마치 엄청난 태풍이라도 휩쓸고 간 것처럼 엉망인 상태. \n부서진 가구며, 깨진 등, 화분, 게다가 여기저기 선명한 핏자국까지… \n그리고 그 난장판 한 가운데 서 있는 남자: \n짧게 깎은 머리에 차가운 인상, 날카로운 눈매의 고산들(40 중)이다. \n사진액자 하나를 보고 있던 모양인데… \n\n지후가 인우를 본다. 마치 현행범 보듯 산들을 노려보는 인우. \n\n산들\n(무심하게) 내가 이런 거 아닙니다. \n\n인우\n당신 누구야! \n\n산들\n(지후만 보며) 니가 수리영이야? \n\n지후\n… \n\n지후를 향해 다가오려는 산들. 인우가 삼단봉을 뽑아 촤악- 펼쳐든다. \n\n인우\n(막아서며) 가만 있어! \n\n산들은 아랑곳 않고 지후만 바라본다. 덜컥 겁 먹은 지후가 뒤로 물러선다. \n\n\n인우가 지후에게 다가오는 산들의 가슴팍을 밀치며 삼단봉을 치켜드는데… \n\n인우\n가만 있으라고 했잖… \n\n순간, 한 손으로 인우 멱살을 확 잡아채는 산들, 순식간에 인우를 던져버린다. \n엄청난 괴력 - 쾅!- 벽에 부딪쳐 나가떨어지는 인우. \n꺄악- 비명을 지르는 지후. 도망가려 하지만 단박에 붙잡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n\n산들\n(무시무시하게 쏘아보며) 수리영 맞냐고! \n\n지후는 공포에 사색이 된 얼굴. 감히 답을 할 엄두도 못 낸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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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4. 실외/ 실내. 국도를 달리는 구형 산타페 SUV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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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4. 실외/ 실내. 국도를 달리는 구형 산타페 SUV - 밤\n\n어둑하고 한적한 지방 국도를 구형 산타페가 쌩- 하니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n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산들. 한 손은 핸드폰을 들고… \n\n산들\n(듣다가) … 애들한테 민숙이 찾았단 얘기를 듣고… \n촌주 님께서 황 씨 하고 급하게 떠나셨다고 해서요… \n(듣다가) 그럼 민숙이는?… 예… 예, 맞습니다. \n\n슬쩍 뒤를 돌아본다. \n뒷자리에 손발이 묶인 지후가 죽은 듯 눈을 감고 누워있다. \n\n산들\n수리영은 제가 데리고 갑니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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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5. 실외. 다세대 주택 골목 -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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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5. 실외. 다세대 주택 골목 - 저녁\n\n빨간색, 파란색 경찰차 경광등이 번뜩이고, 경찰 서너 명이 다세대 주택 위아래를 오간다. \n동네 사람들은 무슨 구경 났는지 나와서 민숙 집 쪽을 보며 웅성인다. \n앰뷸런스 뒷문턱에 걸터앉은 인우는 한쪽 팔에 팔걸이 밴드를 하고 있다. \n다세대 주택을 나와 인우에게 다가오는 40대 선배 노 형사. \n\n노 형사\n부러진 거라지? \n\n인우\n(끄덕인다) 납치된 거 맞아요. 근처 CCTV 다 까봐야 되요. \n\n노 형사\n말이 되냐? 어떻게 너 정도 체격을 한 손으로 집어던져? \n\n인우\n(쓴웃음) 저도 너무 순식간에 날아간 거라서 기억이… \n\n노 형사\n유도 선순가?… 아무튼 납치된 사람은 누구라고? \n\n\n인우\n지후요. 김지후. 그리고 보니까 걔 엄마도 분명히… \n\n노 형사\n저기가 걔 엄마 집이지? \n\n인우\n예. 엄마 이름은 홍은밉니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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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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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6. 실내. 구형 산타페 SUV -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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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6. 실내. 구형 산타페 SUV - 새벽\n\n산들이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n희끄무레 밝아오는 새벽 하늘과 아직은 검게 보이는 바다… \n그리고 고깃배 몇 대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n\n산들\n(혼잣말) 이게 맞는 지 모르겠다. \n\n답답함을 숨길 수 없는 얼굴의 산들, 땅이 꺼져라 길게 한숨을 내쉰다. \n바로 그때, \n\n지후(O.S.)\n저 죽일 거죠? \n\n돌아보니, 지후가 그대로 누운 채 눈을 뜨고 있다. 두려움 가득한 얼굴. \n\n지후\n(떨리는 목소리) 그런데 사, 사람 잘 못 보셨어요. \n저 수, 수리영이란 사람 아니예요. 제 이름은 김지후예요. \n\n산들\n(말없이 보기만) … \n\n지후\n우리 엄마… 우, 우리 엄마도 아저씨가 데려갔어요? \n\n산들\n(고개를 흔든다) … 엄마는. 고향에 갔다. 금월도에. \n\n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의아한 눈빛의 지후. \n오히려 지후 보다 더 흔들리는 것은 산들의 두 눈동자…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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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7. 실내. 경찰서 형사과 - 같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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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7. 실내. 경찰서 형사과 - 같은 시각\n\n컴퓨터 모니터 화면: 기절한 지후를 안고 집에서 나오는 산들 모습. \n여전히 팔걸이 밴드를 한 인우, 좀 더 가까이 눈을 들이대고 화면을 살펴본다. \n미간까지 팍 찌푸리며 산들을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 \n그러다 다른 CCTV 파일을 열어 확인한다: \n이번엔 걸어가는 민숙 집으로 들어가는 묘령의 남녀. \n어두워서 얼굴을 잘 알아볼 수가 없다. \n\n\n인우\n씨발, 다들 뭐 하는 짓이냐… \n\n수건을 목에 건 노 형사가 칫솔을 입에 물고 옆을 지나간다. \n\n노 형사\n병원부터 가라니까. \n\n인우\n이거 단순한 납치 사건 아닌 거 같습니다. \n\n노 형사\n어후, 야, 괜히 또 일 키우지 말자. \n그냥 평범한 모녀라며. 누가 사채를 썼나? \n\n인우\n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n\n그때, 띠링- 인우 핸드폰에 문자 알람이 울린다. 보니, 지후의 문자: \n\n“엄마 금월도 갔대. 엄마 고향이래. 나도 엄마 보러 가.” \n\n얼굴이 팍 일그러지는 인우: 당췌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 \n\n노 형사\n뭔데 그래? \n\n인우\n그, 금월도에 간다는 데요? \n\n노 형사\n누가? \n\n인우\n그… 납치된 지후가…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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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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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8. 실외. 달리는 낚시 어선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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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8. 실외. 달리는 낚시 어선 - 낮\n\n화면 가득 푸르게 넘실대는 바다에 5톤 짜리 낚시 어선이 하얀 포말을 만들며 지나간다. \n조타실, 핸들을 잡고 있는 거대한 체구, 넉넉한 인상의 황봉업(일명 황 씨/ 55). \n뱃머리에는 산들이 지휘자처럼 홀로 서서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듯 바라본다. \n그리고 배 뒤쪽, 선미에는 서너 명의 낚싯꾼들이 모여앉아 떠들썩하게 잡담 중… \n\n낚싯꾼#1\n저번에 박 대표는 130키로 짜리 돗돔을 낚았다잖아. \n\n낚싯꾼#2\n낚시로? \n\n낚싯꾼#1\n그럼 작살로 잡았겠냐? \n\n낚싯꾼#3\n그러니까 그렇게들 죽어자빠져도 \n금월도… 금월도 하는 거구나! \n\n낚싯꾼#2\n130키로면 얼마냐? \n\n낚싯꾼#1\n한 오육 백 할 걸? \n작년에는 금월도에서 천만 원 짜리 로또 맞은 놈도 있다더라. \n\n우와… 하며 감탄해 마지않는 낚싯꾼들. \n\n\n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홀로 앉은 지후는 지나가는 풍경에만 물끄러미 시선을 두고 있다. \n\n낚싯꾼#3(O.S.)\n그런데 한 번에 다섯 명씩만 받는 건 좀 너무 했다. \n\n낚싯꾼#1(O.S.)\n말도 마. 난 이 배 타는데 6개월 기다렸잖아. \n\n지후가 통로를 지나 멀찍이… 선수에 서 있는 산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n그 역시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지 목석 같은 모습이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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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9. 실내. 구형 산타페 SUV - 새벽(지후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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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9. 실내. 구형 산타페 SUV - 새벽(지후의 회상)\n\n어느새 손발이 풀린 지후가 조수석에 앉아 사진 액자를 보고 있다. \n산들이 민숙 집에서 들고 있던 바로 그 사진 액자: \n고등학교 졸업식 때 찍은 것 같은… 지후는 무표정인 반면, 민숙은 활짝 웃고 있는… \n\n산들\n사진에 너희 엄마, 강민숙이야. 홍은미가 아니고… \n\n지후\n(산들을 본다) … \n\n산들\n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수없이 이사를 가면 뭐 하나. \n결국엔 이렇게 잡혀갈 거였는데… \n\n지후\n엄마는 한번도 고향이나 과거 얘기 같은 거 한 적이 없어요. \n아빠도… 할머니도… 근데 할머니가 엄마를 왜 잡아가요? \n\n산들\n니가 필요했으니까. 엄마는 널 잡을 미끼였고… \n\n놀란 눈의 지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울컥 올라오려는 감정을 겨우 밀어넣는다. \n\n지후\n(간신히 숨을 고르고) 저는 왜 필요한 건데요? \n\n산들\n니가 있어야 우리가 사니까. \n\nCUT BACK TO:\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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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0. 실외. 달리는 낚시 어선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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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0. 실외. 달리는 낚시 어선 - 낮\n\n지후는 여전히 혼란스런 표정. \n그때 옆으로 슬쩍 엉덩이를 붙여 앉는 낚싯꾼, 김여상(45). \n금방 사 입은 것처럼 티끌 하나 없는 아래, 위 새삥 낚시복장이 오히려 어색해 보이는… \n\n여상\n(친근하게 웃으며) 금월도 사람이예요? \n\n지후\n(빤히 쳐다보기만)… \n\n여상\n보아하니 우리처럼 낚시하러 가는 건 아닌 거 같고… \n금월도가 이쁘긴 해도 관광지도 아니고… \n\n다른 낚싯꾼들까지 전부 지후 쪽을 쳐다보고 있다. \n\n\n난처함에 얼굴이 굳는 지후. \n\n여상\n(주변 눈치를 스윽 보더니/ 목소리 낮춰) \n여자 혼자 가기엔 너무 위험한 데라서 그래요. \n\n지후\n뭐, 뭐가요? \n\n여상\n사건 사고가 많은 데거든. 혹시나 해서… \n\n이건 또 뭔 소린가… 지후는 큰 눈을 껌벅인다. \n하지만 그 말에 다시 자기들 끼리 숙덕이는 낚싯꾼들. \n산들이 그들 쪽으로 오는 것을 보며 여상은 다시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n\n여상\n뭔 일 있음 우릴 찾아요, 꼭… \n\n때마침 다가온 산들과 지나치며 여상은 어색한 눈인사를 던지며 멀어진다. \n\n산들\n(지후에게) 무슨 얘기 한 거야? \n\n지후\n… 별 얘기 아니었어요. \n\n산들\n(슬쩍 낚싯꾼들을 보더니) 마지막 기회야, 확실해? \n\n지후\n안 들어가면 엄마가 죽는다면서요. \n\n산들\n들어가면 니가 죽을 수도 있어. \n\n지후\n… \n\n산들\n지금이라도 배는 돌릴 수 있어. \n\n지후\n(보다가) … 아저씬 왜 여기까지 저를 데려왔는데요? \n\n산들\n… \n\n지후\n갈 거예요. 엄마가 거기 있는 게 확실하다면… \n\n굳게 입을 다물며 끄덕이는 산들. 시선을 돌린다. \n지후도 산들이 보는 쪽을 따라 보는데… \n언제부터였는지 주변 곳곳에 보이던 섬들은 전부 사라지고, \n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위에는 오직 하나의 섬만 덩그라니 떠 있다. \n마치 이 세상 어느 곳도 아닌 것처럼, 유토피아 같이 아름다운 풍광의 섬: 금월도. \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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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1. 실외. 금월도 선착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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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1. 실외. 금월도 선착장 - 낮\n\n50여 가구가 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섬 마을은 알록달록 한 지붕의 소담스런 집들이 \n단풍이 한창인 나무, 숲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n낚시 어선이 도착하며 배 쪽으로 몰려드는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 \n\n\n이들이 구경하려는 것은 산들의 도움을 받아 배에서 내리는 지후다. \n금의환향 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반기듯 반갑게 지후를 맞으며, \n“수리영이 왔다”, “어릴 때 모습 그대로네…”, “수리영이라고, 수리영…” \n박수를 치며, 환호하며 모두 과하게 열띤 환영이다. \n\n예상과 다른 격한 반응에 표정 관리가 안 되는 지후, \n고개를 푹 숙인 채 산들 뒤만 졸졸 따라갈 뿐… \n그러다 선착장 끝에 서 있는 60 후반 노인과 딱 마주친다. \n\n온화한 인상에 고운 자태,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외할머니 강영란. \n산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 한 후, 지후를 향해 활짝 웃는다. \n\n영란\n오느라 고생했다, 내 손녀… \n\n두 팔을 벌려 지후를 꼭 안아준다. 지후는 어쩔 줄 몰라 산들을 본다. \n산들은 모르는 척 혼자 마을 쪽으로 멀어져 간다. \n그때, 마을 스피커를 타고 쩌렁쩌렁 울려나오는 방송: \n\n“에- 에- 촌주님의 따님, 강민숙의 딸, 강수리영이 시방 우리 금월도에 도착혔습니다!” \n“20년 만에 고향에 찾아온 우리 딸을 아조 허벌나게 반갑게 맞아주시드라고!” \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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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2. 실내. 반월 식당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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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2. 실내. 반월 식당 - 낮\n\n말이 식당이지 초등학교 교실 정도 크기에 식당과 편의점, 낚시 용품점 등을 총 망라한 잡화점. \n산들이 주방에서 찌개를 끓이고, 육고기를 썰고…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n영란은 테이블에 앉은 손녀 지후 옆에 찰싹 달라붙어 오래된 사진첩을 보여준다. \n한장… 한장… 민숙의 어린 시절, 그리고 지후의 갓난 아기적 사진까지… \n난생 처음 보는 엄마의 젊은 모습과 아기적 자기 모습이 생소하기만 한 지후. \n영란은 그런 지후 모습을 흐뭇하게 살펴본다. \n\n영란\n아기 때 우리 수리영은 엄마 어릴 때 하고 \n버릇까지 똑 닮았었어. 엄마도 한 성깔 했거든. \n잠버릇도 비슷했어. 코고는 것도… 호호호 \n\n지후\n엄만 이런 사진들 다 잃어버렸다고만 했어요. \n\n영란\n그래? 다행이네. 이 할미가 다 갖고 있어서… \n\n호호호- 다시 웃는 영란. \n식당 밖 창가에 다닥다닥 붙어 서서 지후를 구경하던 마을 꼬마들도 따라 웃는다. \n마치 오랫동안 갈망해온 아이돌 보듯 지후를 바라보는 꼬마 아이들. \n하지만 지후만은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n\n\n지후\n제 원래 이름이 ‘수리영’이었어요? \n\n영란\n맞아. 빼어날 ‘수’, 다스릴 ‘리’, 신령 ‘령’. \n빼어난 이치로 세상을 영화롭게 한다는 뜻이야. \n내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거든. 엄만 다른 이름으로 불렀지? \n\n지후\n(끄덕인다) … \n\n영란\n할머닌 너를 계속 수리영이라고 불러도 될까? \n\n지후\n… 편하신 대로 하세요. \n(조심스레) 근데… 엄… 엄마는 언제 와요? \n\n산들이 슬쩍 수리영 쪽을 본다. \n수리영도 재빠르게 산들 쪽 눈치를 본다. 그리고 영란을 보며 어색한 웃음… \n\n영란\n엄마는 내일 올 거야. \n섬 반대편에 만월제 준비하러 갔거든. \n맞다, 엄마를 오랫동안 못 봤다고 했지? \n\n수리영\n예… 그럼 전화 통화라도?… \n\n산들\n(말을 자르며) 여기선 전화 못 써요. 핸드폰도… \n식당에서 육지로만 전화할 수 있어요. \n\n때마침 산들이 준비된 식사를 내어온다. \n테이블이 넘칠 듯 푸짐한 한 상: 육고기 그득한 된장찌개와 도시에서도 보기 힘든 육회, \n육사시미, 뭉티기까지… 여전히 선홍빛 핏기를 머금은 생고기들이 그 신선함을 뽐낸다. \n\n하지만 수저도 채 못 들고 당황한 수리영. 산들과 다시 눈이 마주치지만, \n그는 여전히 무심한 척 주방으로 돌아가버린다. \n\n영란\n왜? 입에 맞는 게 없어보여? \n\n수리영\n아뇨. 그게 아니라… 사실 저 고길 못 먹어서요. \n\n영란\n고기를 못 먹는다고? 하나도? \n\n수리영\n예. 저 사실은 채식주의자라서… \n\n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영란. 수리영 목에 걸린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n검지 손가락 길이 쯤, 화살촉 혹은 창끝 같은 모양새의 동물 뼈. \n\n영란\n(못 본 척 시치미 떼며) 엄마가 이상한 걸 가르쳤구나. \n너 온대서 내가 하루 종일 준비한 건데, \n조금이라도 먹어보지 그래? \n\n수리영\n죄, 죄송해요. 제가 고길 먹으면 알러지가 있어서요… \n\n영란\n(쓴웃음) 고기 알러지라… 그럼 이 많은 걸 다 어떡한다… \n\n\n아까부터 고기 상에 눈독을 들이던 꼬마 아이들 모습이 수리영 눈에 들어온다. \n홀린 듯 입맛을 다시며 생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n\nCUT TO:\n\n대여섯 명의 꼬마 아이들이 고기 파티를 벌인다. \n젓가락이나 포크는 고사하고 아예 손으로 고기를 집어먹기 바쁘다. \n입가가 핏기로 붉게 얼룩져도 상관없다. 걸신 들린 것처럼 정신없이 먹어제낀다. \n놀랍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리영. 반면 영란은 심경이 불편해 보인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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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3. 실외. 금월도 일각 - 낮/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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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3. 실외. 금월도 일각 - 낮/ 밤\n\n아름다운 금월도에 해가 지고 핑크빛 노을이 드리우는가 싶더니… \n금새 밤이 찾아온다. \n마을 곳곳에 생생하게 폈던 꽃들도 사르륵 사그라져 시들어버린다. \n그리고 달이 뜬다: 며칠 안에 둥그렇게 완성이 될 보름달이다. \n\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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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4. 실외. 금월도 숲길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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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4. 실외. 금월도 숲길 - 밤\n\n어슴프레 달빛만이 비치는 울창한 해송 나무 숲을 지나가는 산들. \n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길이지만 밤눈 밝은 짐승처럼 거침이 없다. \n헐떡이는 숨소리 한 번 없이 빠른 발걸음을 재촉해서… \n\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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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5. 실내. 반월 식당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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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5. 실내. 반월 식당 - 밤\n\n드르륵- 천천히 문을 열고 수리영이 방에서 나온다. \n식당은 창으로 스며드는 어수룩한 달빛에 가까스로 사물 분간이 될 정도. \n\n수리영\n(조심스레) 할머니? \n\n반응이 없다. \n할머니 방도 불이 꺼진 것 같은 모양. 산들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n긴장이 팽배한 얼굴의 수리영, 크게 숨을 들여쉬며 주변을 돌아본다. \n\n수리영\n(혼잣말) 엄마… \n\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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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6. 실외. 숲속 동굴 앞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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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6. 실외. 숲속 동굴 앞 - 밤\n\n커다란 자연동굴에 사람이 나무 기둥으로 덧댄 것 같은 입구가 만들어져 있다. \n그 뒤로는 끝도 없이 깜깜한 동굴이 검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데… \n산들은 심경이 복잡한 표정. 섣불리 들어가지 못 하고 한참을 거기 서 있기만 한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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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7. 실외. 반월 식당 뒤뜰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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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7. 실외. 반월 식당 뒤뜰 - 밤\n\n수리영이 식당 뒤뜰로 조심조심 나온다. \n잘 꾸민 텃밭과 평상 위에 말려둔 시래기 같은 채소 뿐… \n문 밖으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허름한 창고가 눈에 띈다. \n\n다가가는 수리영. 창고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본다. \n\n수리영\n할머니… \n\n대답이 없다. 문 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 본다. \n일렁이는 촛불과 무언가가 잔뜩 차려진 제단 같은 것이 보이는데… \n\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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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8. 실내. 창고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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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8. 실내. 창고 - 밤\n\n수리영(O.S.)\n할머니- 할머니 안에 계세요?- 엄마?- \n\n슬며시 문을 열고 수리영이 머리를 들이민다. 그러다 휘둥그레 눈이 커진다. \n\n어둑한 공간을 밝히는 십수 개의 촛불들… 향이 피어오르는 제단 위에는 검은 염소 머리. \n그 앞 사발에는 검붉은 피가 한 가득이다. \n주변 장식들은 불교도, 전통 무교도 아닌 것 같은 섬뜩하고 기괴한 느낌인데… \n\n자기도 모르게 안으로 들어와 홀린 듯 넋 놓고 제단을 바라보는 수리영. \n그런데 수리영 뒤, 벽과 천장 구석에 매달린 무언가가 스윽- 움직인다. \n사람 같기도, 괴물 같기도, 혹은 할머니 영란 같기도 한 형체. \n\n꿈에도 모르는 수리영은 제단 위 무언가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n염소 머리 위에 모셔진 아주 오래 되어보이는 길다란 창: \n\n나무로 된 창대와 동물의 뿔 같은 것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창끝. \n수리영의 목걸이와 무척이나 비슷해 보이는…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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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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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29. 실외. 뒤뜰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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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29. 실외. 뒤뜰 - 밤\n\n밖으로 나오는 수리영, 숨을 훅 내쉬며 다시 주변을 돌아본다. \n마을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숲이 나오고, 산이 시작된다. \n가로등 하나 없이 너무 어두운 길. \n\n엄두가 나지 않아 주저하는 수리영. 마른침을 삼킨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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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30. 실외. 숲길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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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0. 실외. 숲길 - 밤\n\n핸드폰 플래쉬 불빛이 어둑한 해송 나무 숲을 비춘다. \n헉-헉- 핸드폰 불빛 하나에만 의지한 수리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좁은 길을 간다. \n그러다 숲 저쪽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 \n본능적으로 불을 끄는 수리영, 숲속에 몸을 숨긴다. \n\n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한 무리의 마을 청년들. \n리어카에 커다란 포댓자루 두 개를 싣고 지나가는데,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린다. \n\n숨죽이며 지나가는 그들을 지켜보는 수리영. \n그때, 뒤에서 입을 틀어막는 두툼한 손! - 놀라서 휘둥그레 커지는 눈! \n보니, 낮에 배에서 만났던 여상이 수리영의 입을 막고 있다. \n쉿-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여상. \n그러는 사이, 청년들은 숲 저쪽으로 멀어져 간다. \n\n여상\n(속삭이듯) 이 시간이 여긴 무슨 일이예요? \n\n수리영\n아, 아저씨는?… \n\n여상\n난 찾을 사람이 있어서… \n빨리 돌아가요.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해. \n\n…하며 청년들을 뒤쫓으려는데, 수리영이 팔을 붙잡는다. \n\n수리영\n어, 엄말 찾아왔어요. \n\n여상\n엄마? 엄마가 어딨는데? \n\n수리영\n몰라요. 여기 잡혀왔다고만… \n\n여상\n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n\n수리영\n예? \n\n여상\n여기 잡혀왔다면 벌써 당했을 수도 있어. \n아무튼 내려가요. \n\n\n…하며 서둘러 청년들을 뒤쫓는다. \n황급히 멀어지는 여상을 쳐다보던 수리영도… 그를 뒤따라간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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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31. 실외. 숲속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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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1. 실외. 숲속 - 밤\n\n길이 사라지자 리어카를 멈추는 네댓 명의 마을 청년들. \n두 명이 포댓자루를 번쩍 어깨에 들처 메고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n\n여상과 수리영은 이들과 거리를 둔 채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열심히 뒤쫓는다. \n청년들의 포댓자루 안에서 무언가가 쉴 새 없이 꿈틀거린다. \n그 밤에도 검붉은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보인다. \n\n여상\n(소곤대며) 제발 돌아가요. \n\n수리영\n안 되요! 엄말 찾아야 된다구요! \n\n여상\n그러다 들키면 나 책임 못 져! \n\n그때, 말 소리를 들었는지 청년들이 우뚝 발길을 멈춘다. 휙 뒤돌아 보니… \n납작 수풀 뒤에 엎드려 시선을 피하는 수리영과 여상. \n그렇게 잠시 주변을 돌아보던 청년들이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n\n산 속 깊은 곳… 깊은 곳으로 자꾸만 들어가는 마을 청년들. \n땀이 비오듯 흐르지만 여상과 수리영도 쉼 없이 이들을 쫓아간다. \n\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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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32. 실외. 숲속 염소 축사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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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2. 실외. 숲속 염소 축사 - 밤\n\n낮에 섬 곳곳을 배회하던 검은 염소 수십 마리가 축사 안에 몰려있다. \n마을 청년들이 그 사이를 지나간다. \n포댓자루 안 무언가는 사력을 다해 꿈틀거리지만 청년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n\n그들이 모두 지나가고 난 후… 조심스레 뒤따르는 여상과 수리영. \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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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33. 실외/ 실내. 도축장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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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3. 실외/ 실내. 도축장 - 밤\n\n이런 섬, 이런 숲속에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가건물. \n여상은 주변을 돌아보며 안을 들여다 볼 구멍 같은 것을 찾는다. \n뒤에 붙어서서 따라가기는 하지만 모든 게 영 불안한 수리영. \n\n수리영\n(소곤대며) 아저씨는 누굴 찾는 건데요? \n\n\n여상\n여동생. \n\n수리영\n예?! \n\n여상\n경찰은 여기서 실종됐다는 증거가 있냐고 하지만, \n난 진짜 확신해. 분명 여기서 없어진 거야. \n내가 밝혀낼 거야. 걔가 죽었든, 살아있든… \n\n여상의 두 눈은 절박함으로 가득하다. \n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수리영. \n\n그러다 유리가 깨진 창 하나를 발견한다. \n먼지와 거미줄이 잔뜩 껴 있긴 하지만 안을 볼 수는 있을 정도… \n\n가건물 안은 도축장 같은 분위기: 벽에 줄줄이 매달린 다양한 크기의 칼, \n걸개 갈고리, 피받이 양동이 등 각종 도축 도구들이 가득하다. \n먼저 와서 준비를 하던 두세 명이 새로 온 너댓 명과 합류한다. \n낄낄거리며 포댓자루를 풀고 염소 같은 것을 도축하려는가 싶은데… \n포대에서 나온 것은 어둠 때문에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n\n여상의 입이 떡 벌어진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 \n\n수리영\n(영문을 몰라) 왜 그래요? \n\n여상\n사, 사람 같애. 분명히… 저 새끼들 역시나… \n\n자기도 목을 빼고 안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수리영. \n여상은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내 창 쪽으로 들이민다. 증거를 남기려는 듯… \n\n도축장 안,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살려고 버둥댄다. \n하지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무시무시한 도축용 칼을 휘두르는 마을 청년. \n퍽!- 소리와 함께 피가 튀어오르며 버둥대던 동작을 멈추는 무언가… \n동시에 찰칵- 터지는 플래쉬 불빛. 그 빛에 돌아보는 마을 청년들. \n\n피범벅 그들과 수리영, 여상의 눈이 딱 마주치고… \n그들은 사람이 아닌, 짐승과도 같은 모습 - 정말 짐승 같은 모습이다. \n\n충격과 공포에 얼어붙어 꼼짝을 못하는 여상. \n오히려 수리영이 여상의 뒷덜미를 잡아끌며… \n\n수리영\n가요! 도망쳐야 된다고!!- \n\nSMASH CUT TO:\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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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34. 실외. 숲속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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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4. 실외. 숲속 - 밤\n\n비명도 못 지르고 미친 듯 숲길을 내달리는 수리영과 여상. 완전히 패닉한 이들. \n잔가지며 수풀 등이 수없이 눈앞에 닥쳐오지만 멈출 수가 없다. \n뒤에는 이들을 뒤쫓는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온다. \n\n그러다 무언가에 턱 걸려 넘어지는 여상. 수풀을 데굴데굴 구르는가 싶더니… \n“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멀어지며 언덕 저 아래로 사라져버린다. \n멈춰서는 수리영. 하지만 다시 앞으로 달려야만 한다. \n뒤에서 너무나 빠른 속도로 괴기스런 마을 청년들 목소리, 발소리가 다가온다. \n계속 숲을 내달린다. 공포에 울음이 터지고, 숨은 터질 듯 차오르지만 계속 앞으로… \n앞으로 뛰어간다. \n\n마침내 시야가 트이면서 나타나는 오솔길. \n헐레벌떡 숲에서 튀어나오는 수리영. 때마침 다른쪽 숲에서 나오던 산들과 마주친다. \n\n수리영\n(헐떡이며) 저기… 사람들이 사람… 죽였어요… \n쫓아와요. 사람이 아닌 것 같애… \n\n터져나오는 숨과 말이 한데 섞여 두서없는 수리영을 노려보는 산들. \n공포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수리영. 숲 저쪽에서 마구 몰려오는 청년들, 아니 괴물들! \n양쪽을 보며 갈등하는 듯 하던 산들, \n\n갑자기 수리영 목을 콱 움켜쥔다. 컥- 소리 외엔 비명도 지를 수 없는 수리영. \n산들의 눈이 황금색으로 변한다. 동공도 검은 염소의 직사각형 형태로 변하며… \n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한다. 마치 한 입에 그녀를 잡아먹을 듯 무시무시한 눈빛! \n수리영은 충격과 공포에 버둥대며 무언가를 간절히 말하려 하다가… \n그만 푹 기절하며 목을 늘어뜨린다. \n\nCUT TO BLACK.\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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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35. 실내. 달리는 아반테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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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5. 실내. 달리는 아반테 - 낮\n\n부아아앙- 지방 국도를 질주하는 아반테. \n운전대를 잡고 있는 인우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다. 다쳤던 한쪽 팔은 깁스를 한 상태. \n핸즈프리로 지후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역시 받지 않는다. \n핸드폰 통화 연결 목록에는 ‘김지후’ 이름만 십여 개가 넘게 떠 있다. \n엑셀을 때려밟아 속도를 높히는 인우. \n\n\n"
      },
      {
        "scene_index": 35,
        "heading": "36. 실외. 금월도 숲속 오솔길 - 낮(수리영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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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6. 실외. 금월도 숲속 오솔길 - 낮(수리영의 꿈)\n\n수리영이 오솔길에 홀로 서 있다. \n그 맞은 편, 위쪽 길 멀찍이 거리를 둔 채 서 있는 엄마 민숙. \n\n수리영은 엄마를 향해 가지만 길은 전혀 가까와 지지 않는다. \n\n민숙\n(손짓을 하며) 달아나, 내 딸… 달아나… \n이 섬에서 나가야 돼… \n\n아무리 엄마 쪽으로 뛰어가도 마치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처럼 \n엄마와 수리영의 거리는 조금도 가까와지지 않는다. \n\n그러다 민숙의 눈이 변한다: 황금색… 섬뜩한 검은 염소의 눈. \n몸도 검은 연기처럼 변한다. 그렇게 사라지려 한다. \n\n수리영은 다시 “엄마!-”를 외치지만 역시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안 나온다. \n가위에 눌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는 수리영. \n\n\n"
      },
      {
        "scene_index": 36,
        "heading": "37. 실내. 반월 식당 뒷방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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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7. 실내. 반월 식당 뒷방 - 낮\n\n번쩍 눈을 뜨는 수리영. 하지만 가위에 눌린 듯 꼼짝할 수가 없다. \n그러다 뒤늦게 컥- 숨을 터트린다. 헉-헉- 거칠게 터져나오는 숨을 고르며… \n주위를 돌아본다: 창을 타고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정갈하게 정돈된 방이다. \n모든 게 과하게 평온한 느낌… \n\n버릇처럼 목걸이에 손이 간다. 없다! \n어젯밤 숲으로 나갈 때까지만 해도 분명 하고 있었는데… \n\n영란(O.S.)\n수리영 일어났니? 늦잠 잤네. \n\n…드르륵- 방문을 열고 활짝 웃는 영란. \n수리영은 여전히 누운 채 할머니를 쳐다본다. \n\n영란\n(웃으며) 간밤에 무슨 꿈을 그렇게 꿨던 거니? \n잠꼬대 소리에 마을 사람들 다 깨겠더라고. \n\n수리영은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n그져 가만히 웃고 있는 할머니 시선만 피할 수 없이 마주할 뿐이다. \n\n\n"
      },
      {
        "scene_index": 37,
        "heading": "38. 실외. 반월 식당 뒤뜰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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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8. 실외. 반월 식당 뒤뜰 - 낮\n\n입을 꾹 다문 수리영이 굳게 닫힌 창고 문을 잔뜩 노려본다. \n도저히 궁금함을 못 참고 걸어가 문을 확 열어제낀다. \n\n그냥 창고다: 밤에 봤던 그 괴기스런 제단은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 \n식당 물품들, 낚시 용품 같은 것들만 잔뜩 쌓여있을 뿐이다. \n이해할 수 없다는 듯 우두커니 서서 창고 안을 바라보는 수리영. \n\n영란(O.S.)\n거기서 뭐 하니? \n\n흠칫 놀라 돌아보니, 영란이 식당 뒷문에 서서 수리영을 보고 있다. \n\n수리영\n(어색하게 웃으며) 아, 아뇨… 그냥… \n목걸이를 잃어버렸는데… 혹시나 여기있나 해서요. \n\n영란\n목걸이? 무슨 목걸이? \n\n수리영\n항상 하고 다니던 건데, 어디서 풀렸는지 없어졌어요. \n사슴뿔로 만든 건데… 엄마가 준 거 거든요. \n\n영란\n그래?… 중요한 건가 보네. \n마을 애들한테 말해둘게. 혹시 찾게 되면 갖고 오라고… \n\n수리영\n예… \n\n…하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는 수리영. 하지만, \n\n영란\n어디 가려고? \n\n수리영\n(도망가다 잡힌 사람처럼) 예?… 아… 그 저… \n엄마 오기 전에 마을이나 한 번 돌아볼려고… \n\n영란\n그래? 같이 가줄까? \n\n수리영\n아녜요. 호, 혼자 볼게요. \n\n영란\n숲에는 혼자 가지 말거라. \n저래 뵈도 숲이 깊이서 외지인들은 길 잘 못 들면 \n빠져나올 수가 없거든. \n\n수리영\n예… \n\n영란\n엄만 섬 반대쪽에 있어서 배 타고 가야 돼. \n산 넘어 가는 길은 없어. \n\n마치 속을 꿰뚫어보듯 말하는 영란을 보며 수리영은 할 말을 잃는다. \n\n\n"
      },
      {
        "scene_index": 38,
        "heading": "39. 실외. 선척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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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39. 실외. 선척장 - 낮\n\n정박한 낚시 어선에 새끼줄 장식을 달고 있는 황 씨. \n새끼줄에는 종이로 오린 갖가지 형상의 종이 인형들이 매달려 있다. \n\n언제 왔는지 수리영이 선착장에 서서 황 씨를 지켜본다. \n황 씨는 흘끔 수리영을 보지만, 모른 척 자기 일에만 바쁘다. \n\n수리영\n어제 저랑 같이 들어왔던 아저씨들 \n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n\n황 씨\n(계속 자기 일만 하면서) 새벽 같이 전부 육지로 나갔는디? \n\n수리영\n(의심스레 보다가) … 낚시도 안 하구요? \n\n황 씨\n(그제야 수리영을 본다) \n그 사람들이 낚시를 허든 안 허든 내가 고것을 어치케 알겄냐? \n암튼 시방 금월도에 외지인들은 없어야. \n\n할 말을 잃는 수리영. 괜히 자기만 겸연쩍어 진 상황. \n때마침 바로 어젯밤 도축장에 갔던 그 청년(살인마) 둘이 수리영 쪽으로 다가온다. \n덜컥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는 수리영. \n\n황 씨\n느그들은 뭣 하다가 이제서야 낯짝을 보이냐잉. \n\n청년#1\n앗다 우리도 뭐 하루 종일 놀고만 있간디요. \n우덜도 나름 바빴서라. \n\n황 씨\n닥치고, 빨리 여그 올라와서 이것들 좀 달아보거라. \n\n청년#2\n(수리영에게) 안녕하쇼. \n\n수리영에게 친근한 미소를 던지며 인사하는 청년들. \n간밤 그 무시무시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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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_index": 39,
        "heading": "40. 실외. 금월도 해안 마을 일각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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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0. 실외. 금월도 해안 마을 일각 - 낮\n\n갯바위에서 놀던 꼬마 아이들이 수리영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든다. \n하지만 수리영은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모르고 지나간다. \n얼굴 만면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표정… \n\n집 앞 대문에 황 씨가 배에 걸었던 것과 비슷한 새끼줄 장식을 걸던 주민들, \n때마침 마을 길을 지나가는 수리영을 본다. \n\n주민#1\n수리영이네잉. 어데를 그래 급허게 가요잉? \n\n주민#2\n20년만에 고향엘 오븐께 포근-허니 좋지야? \n\n\n수리영은 대답 대신 쓴웃음만 짓는다. 그러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에 인상을 팍 쓴다. \n그 모습을 보고 깔깔 웃는 마을 사람들. \n보니, 집집마다 민숙의 집에서 키웠던 바로 그 녹색풀이 한가득이다. \n\n주민#1\n아이고야… 저그 좀 봐봐잉. 인상을 팍 써부네잉. \n\n주민#2\n석창포 냄새 땜시 근가부다. \n\n주민#1\n우리 금월도는 집집마다 요 석창포를 키운당께. \n고놈을 다린 물을 아주 물맨치로 마셔불어. \n\n수리영\n저도 어릴 때부터 엄마가 물 대신 \n석창포 다린 물을 줬어요. \n\n주민#1\n당연하제. 수리영 니도 금월도 사람인께. \n\n그게 아니라 다른 냄새 같은데… 하지만 그냥 어색하게 웃어버리는 수리영. \n어느새 야트막한 담 너머로 마을 사람들이 전부 수리영을 내다보는 것 같다. \n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버린 것 같은 모습, 수리영은 얼굴을 확 붉힌다. \n도망가듯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n\n주민#1\n숲에는 절대 혼자 들어가덜 말어야. \n외지인들 산에 갔다 사단이 나가꼬 우리만 복장 터졌던 적이 \n한두 번이 아니었당께. \n\n수리영\n… \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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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1. 실외. 숲속 입구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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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1. 실외. 숲속 입구 - 낮\n\n수리영이 숲으로 통하는 오솔길 입구에 서 있다. \n숲 저쪽은 한낮인데도 빛이 닿지 않는 듯 어둑하기만 하다. \n\n빠른 인서트: 숲속 (밤) - \n1. 마을 청년들이 포댓자루를 이고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n2. 긴장 가득한 얼굴의 여상, 거친 숨소리… \n3. 정신없이 숲을 도망쳐 내려오는 여상과 수리영. \n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언덕 아래로 사라지는 여상. \n\nCUT BACK TO:\n\n수리영, \n긴장 가득한 얼굴.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n\n검은 염소 한 마리가 숲속에서 수리영을 지긋이 바라본다. \n마치 빨리 이 숲으로 들어오라고 유혹이라도 하는 것처럼… \n\n\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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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2. 실외. 숲속 -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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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2. 실외. 숲속 - 잠시 후\n\n헉… 헉… 격한 숨을 토해내면서도 부지런히 숲길을 걷는 수리영. \n간밤 기억을 더듬어 도축장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n\n밤에는 보지 못 했던 허리 높이의 비석들이 눈에 띈다. \n표지석 처럼 군데군데 세워둔 모양. \n오래되었는 지 이끼가 잔뜩 낀 상태인데, 비석 앞에는 어김없이 썩은 육고기가 놓여있다. \n\n수리영이 고기 썩은내에 인상을 팍 찌푸린다. \n마을에서 부터 맡았던 역한 냄새는 바로 이 냄새였었나?… \n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석과 육고기를 내려다본다. \n\n그러다 멀리- 어디선가 휘이익- 날아오는 휘파람 소리에 시선을 돌린다. \n\n빽빽한 해송 나무 숲… 나무 와 나무 사이 수풀 외에는 보이는 게 없다. \n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수리영. \n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n\n그런데 멀찍이… 마치 그동안 수리영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가 \n나무 뒤로 스윽 사라지는 날카로운 짐승의 손.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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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3. 실외. 국도변 주유소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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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3. 실외. 국도변 주유소 - 낮\n\n주유기 옆에 서 있는 아반테. \n주유하는 와중, 인우는 핸드폰 통화를 시도한다. \n\n인우\n(혼잣말) 전화 좀 받아라, 김지후… \n\n신호음만 들으며 한참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지도앱을 열어본다. \n\n핸드폰 지도앱 화면: 다른 여러 개의 섬에서 뚝 떨어진 외딴 섬. “금월도”라는 이름.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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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4. 실외. 다시 숲속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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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4. 실외. 다시 숲속 - 낮\n\n숲이 무성한 산 속: 열심히 걸어가는 수리영. \n핸드폰을 높게 치켜올려서 어떻게든 시그널을 잡아보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n당연히 인터넷 기반의 지도 앱도 무용지물. \n\n그런데 열심히 걸온 그 길이 이상하게도 아까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n\n\n그 나무와 수풀들에 그 이정표 같은 이끼 낀 비석. \n멈춰서는 수리영, 숨을 고르며 찬찬히 주변을 돌아본다. \n아무리 봐도 아까 왔던 그 곳이 분명해 보인다. \n비석 앞 썩은 고기의 형태도, 놓여진 상태도, 그대로다. \n\n수리영\n(혼잣말) 계속 같은 데잖아?… 뭐야??... \n\n길 잃은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수리영. \n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석을 살펴본다. \n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수리영 표정이 확 굳어버린다. \n\n바위에 쓰인 글자는 바로 “수 리 영” \n\n마치 수리영의 무덤 비석 같은 모양새다. \n휘이익- 멀리서 울리듯 다시 휘파람 소리가 날아온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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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5. 실내. 도축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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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5. 실내. 도축장 - 낮\n\n깨진 창으로 스며드는 한낮 햇살에 바닥과 벽, 곳곳에 핏자국들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n서슬퍼런 칼과 고기 걸이 금속 걸개들도 빛을 받아 섬뜩하게 반짝인다. \n\n인상을 팍 쓴 채 두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선 영란은 \n지금껏 보지 못 했던 위압적이고 날 선 모습이다. \n앞에는 간밤 죽일 듯이 수리영과 여상을 뒤쫓았던 바로 그 마을 청년들. \n왠일인지 영란 앞에서 죽을 듯 바들바들 떨고 있다. \n그 중 하나가 구원의 눈길을 산들에게 보낸다. \n하지만 도축장 문 앞에 버티고 선 산들은 무심한 표정… \n\n청년#1\n(떨리는 목소리) 제발, 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요, 제발… \n저흰 그저 축제 전에 미, 미리… 흥을 조, 조금 낼려고… \n\n영란은 그 청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뒤로 돌아간다. \n\n영란\n실수야 누구든 할 수 있지. \n(도축용 칼을 빼든다) 그 실수가 해서 되는 실순지, \n아닌지 분간만 할 수 있으면… \n\n순간, 날카롭게 솟아오른 손톱으로 청년의 목을 그어버리는 영란. \n마치 숙련된 도축사가 동물의 목젖을 가르듯… \n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 놈은 컥컥거리고 피를 뿜으며 쓰러지지만, \n\n\n영란은 눈도 꿈쩍 않는다. \n공포에 질린 다른 놈들은 영란 앞에 납작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n자기 손톱에 묻은 피를 혀로 스윽- 핥아먹는 영란.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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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6. 실외. 숲길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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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6. 실외. 숲길 - 낮\n\n영란이 산책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길을 내려온다. \n몇발짝 뒤에서 영란을 따라오는 산들. \n\n산들\n수리영을 자유롭게 두는 게 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n\n영란\n달이 뜰 때까지는 저 아이를 여기 붙들어둬야 되고, \n본성이 깰 때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어. \n\n산들\n… \n\n갑자기 발길을 멈추는 영란. 산들도 따라 멈춰선다. \n\n영란\n(뒤돌아 산들을 보며) 넌 수리영을 왜 데려왔니? \n\n산들\n(의외의 질문이라는 듯) … 그야 그분의 예언이… \n\n영란\n그럼 민숙이는 어떻게 할까? \n\n산들\n… \n\n영란\n산들이 니 마음이 요즘 많이 흔들린다는 거, 내 잘 안다. \n\n산들\n!! \n\n영란\n이제 약속했던 백 년이 바로 눈 앞인데, \n정말 만월제 때 그분이 나타나 약속이 이뤄질 지… \n정말 우리가 이 감옥 같은 금월도를 나갈 수 있을 지… \n\n산들\n(당혹스러워) 아… 아닙니다. 전… \n\n영란은 가만히 산들을 바라본다. 그 빈틈없는 시선에 산들은 숨을 머금는다. \n영란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하게 고인다. 산들의 두 눈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n\n영란\n금월도에서만 백 년이었지, \n수백 년 동안 우리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n\n산들\n(털썩 무릎을 꿇어앉으며) 제가 미쳤었습니다! \n잘못했습니다, 촌주님! 잘못했습니다! \n\n영란\n민숙이는 내가 낳은 딸이고, 수리영은 내 손녀야. \n그 애들을 희생해야 한다면… 내 마음은 어떻겠니? \n\n산들\n(머리까지 조아리며 울먹인다) 잘못했습니다. \n제가 미쳤습니다. 저를 벌주세요, 제발… \n\n영란도 꿇어앉아 산들을 어루만진다. 차마 고개도 못 들고 흐느끼는 산들. \n\n\n영란\n천륜을 저버리는 죄를 짓고도 우리를 살릴 수만 있다면 \n난 그렇게 할 거다. \n\n산들\n아닙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n제발… 저를 벌주세요… \n\n그렇게 부등켜 안은 영란과 산들은 오히려 그 누구보다 모자(母子) 같은 모습이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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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7. 실외. 숲속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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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7. 실외. 숲속 - 낮\n\n여전히 숲을 헤메이는 수리영. \n곳곳에 보이는 몇 개의 비석들에 죄다 “수리영”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다. \n\n비석 위 자기 이름을 바라보는 수리영 얼굴에 공포가 덧씌워진다. \n떨리는 눈… 차오르는 숨을 애써 고른다. \n다시 핸드폰을 들어 시그널을 잡아보려 한다. \n역시 소용이 없다. 그러다가… \n\n먼발치에서 자기를 노려보는 큼직한 덩치의 검은 염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n일반 염소 보다는 한참 더 큰 덩치에 위협적인 머리 위 두 뿔. “그분”의 황금빛 눈알… \n덜컥 겁을 먹은 수리영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친다. \n염소는 수리영을 향해 콧바람을 몇 번 내뱉는가 싶더니... \n\n전속력으로 돌진해온다! 뜨악- 하는 수리영, 뒤돌아 도망간다. \n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해 철퍼덕 넘어지는데, \n검은 염소는 계속 무서운 속도로 돌진. \n꺄악-, 비명을 지르는 수리영을 들이받으려는 찰나… \n\n퍽!- 소리와 함께 검은 염소가 저만치 나가떨어진다. \n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는 수리영. 눈 앞에 산들이 서 있다. \n그리고 검은 염소는 숲 저쪽에 널부러진 채 밭은 숨만 간신히 내쉬고 있다. \n산들이 무표정하게 손을 뻗어 수리영을 일으켜준다. \n\n수리영\n고, 고마와요. \n\n산들\n(퉁명스레) 외진 길 혼자 다니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n\n수리영\n죄송합니다… 근데 엄마를 찾을려고… \n혹시 어딨는지 알아냈어요? 무사하대요? \n\n산들\n잘 있다니까 걱정하지마. \n\n\n수리영은 달라진 산들의 눈빛과 태도에 적잖이 당황스런 표정이다. \n그런 수리영 옆을 슥 지나가는 산들, 그 큰 덩치의 검은 염소를 손쉽게 훌쩍 둘러멘다. \n그리고 앞서 숲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우두커니 서서 산들을 바라보기만 하는 수리영. \n\n산들\n(보지도 않고) 안 내려갈 거야? \n\n수리영은 그제야 서둘러 산들을 따라간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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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8. 실외. 해안마을 선착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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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8. 실외. 해안마을 선착장 - 낮\n\n어부 서너 명이 드럼통 모닥불 가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n옆에 쪼그리고 앉은 인우는 방금 전 수리영 같은 표정이다. \n\n어부#1\n개인 섬인디 지 맘대로 들어가고 나올 수가 있겄소. \n\n어부#2\n거길 가는 배편도 아침이랑 저녁 전빡에… \n하루 딱 두 번 나오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애시당초 끊겨부렀어. \n\n인우\n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n\n대답 대신 어깨만 으쓱 하는 어부들. \n인우의 간절함은 나몰라라 낄낄거리며 소주잔을 채우고, 안주를 먹는다. \n짜증 반, 답답함 반…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는 인우. \n선착장 끝, 저 쪽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는 게 보인다. \n\n어부#1\n또 시체가 떠밀려와부렀구마잉. \n\n어부#2\n이것이 올해 들어서 시방 도대체 몇 번째냐잉? \n\n인우\n… \n\nCUT TO:\n\n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접근을 막고 있지만, \n몰려든 구경꾼들은 애도는 커녕 막 들어온 횟감 흥정하듯 아주 떠들썩 하다. \n저마다 핸드폰을 들고 기념사진 찍는 듯 시체를 찍고, 시체와 셀카를 찍고 난리다. \n인우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고개를 들이민다. \n\n30~40 대 형사 둘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는데, \n시체는 머리와 팔 한쪽이 뜯겨져 나가고 없는 참혹한 상태. \n난감한 표정의 형사들. 40대 형사가 일어나다 인우와 시선이 마주친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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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49. 실내. 반월 식당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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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49. 실내. 반월 식당 - 낮\n\n팍!- 내려치는 칼날에 단박에 머리가 끊어지는 검은 염소. \n산들이 죽은 염소의 핏빛 육고기 손질에 분주하다. \n\n활짝 문이 열린 할머니 방 안에는 화려한 붉은색 무녀복이 걸려있고, \n영란은 방에서 만월제에 가져갈 물건들 준비로 바쁜 모양… \n\n구석 테이블에 앉아 도망갔다 잡혀온 사람 같은 표정의 수리영. \n주방에 산들을 봤다가… 다시 방에 있는 영란을 본다. \n\n영란\n엄마는 만월제 때 만나면 되겠다. \n어차피 하루 차인데 번거롭게 왔다갔다 할 거 없잖아. \n\n수리영\n… 오, 오늘도 안 오구요? \n\n영란\n뭐? \n\n수리영\n엄마요… 엄마가 잘 있는 거 맞죠? \n\n영란\n(고개를 빼고 수리영을 본다) 무슨 질문이 그래? \n\n수리영\n… \n\n그때, 주방에서 나온 산들이 눈치를 주는 듯 슥 째려보며 수리영 앞을 지나간다. \n괜히 쫄아서 입을 닫는 수리영. 영란이 밖으로 나와 수리영 앞에 앉는다. \n\n영란\n엄마가 어떻게 됐을까봐? \n\n수리영\n… \n\n영란\n혹시 마을 사람들이나 애들이 뭐라 그랬어? \n\n수리영\n아, 아뇨… 그냥 걱정이 돼서… \n\n영란\n(웃는다) 우리 수리영이 이렇게 효녀네. \n엄마도 이 할미를 그 정도로 걱정해줬음 얼마나 좋았을까… \n\n손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미소짓는 영란. \n수리영은 그런 할머니 미소가 더 섬뜩한 지 마른침만 꿀꺽 삼킨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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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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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0. 실내. 해안마을 횟집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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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0. 실내. 해안마을 횟집 - 밤\n\n깜깜한 밤바다 멀-리 불을 밝힌 야간 조업 어선들이 밤하늘 별처럼 떠 있다. \n그 풍경이 보이는 바깥 자리에 앉아 낮에 본 형사 둘과 술을 마시는 인우. \n동네 큰 형님 같은 인상의 40대 조 형사와 열정적인 모습의 30대 신 형사. \n\n\n조 형사\n잊어불만… 하면 한 번씩 요로코롬 시체가 떠밀려 온당께. \n어떤 놈은 상태가 고만고만 허고, \n어떤 놈은 아조 썩어부러 갖고 볼 수가 없어야. \n\n신 형사\n사람이 그랬다고 보기엔 말이 안 되요. \n\n조 형사\n사람이 안 그랬으믄, 그라믄… \n저기 어데 섬에 호랭이라도 산다냐?! \n\n신 형사\n그게 아니라… 형님도 그랬잖아요. \n시체들이 죄다 어디 맹수한테 뜯겨 먹힌 것 같다고… \n\n인우는 진지하게 형사들 얘기를 들으며 이들 빈 잔에 술을 따라준다. \n\n신 형사\n사실 저도 본격적으로 좀 캐볼 생각이었어요. \n\n조 형사\n니가?? \n\n신 형사\n예. 이게 1, 2년 된 사건이 아니더라구요. \n보니까 한 몇십 년 됐어요. \n사람들 없어지고, 사고사로 죽고… \n왜 아직까지 아무 수사도 안 됐는지 몰라… \n\n조 형사\n그거슨 그게 꼭 금월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n요로코롬 특정할 수 없응께 그런 거 아니냐. \n그라고 그렇게 위험하다 경고를 해싸도 \n천만 원 짜리 월척 하나 낚어보겄다고 목숨을 걸어대는 \n그 놈들 책임이 제일로 큰 법이제. \n\n인우\n금월도에 진짜 그렇게 사고가 많았어요? \n\n신 형사\n최근 3년 안에 거기서 실종된 사람들만 몇인데요… \n\n인우\n… \n\n신 형사\n엊그제도 남자 하나가 금월도에서 실종된 \n자기 여동생 찾아내라며 아주 난리를 치고 갔어요. \n\n조 형사\n(헛웃음) …아조 형사들이 동네 북인줄 아는구마잉. \n\n신 형사\n제가 안 그래도 국과수에 자료도 보내고 다 해놨어요. \n1차 보고서 내용은 피해자 옷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n피해자 DNA 외에 특정 불명 동물의 DNA가 검출됐대요. \n그래서 2차 정밀 감식 의뢰했거든요. \n\n조 형사\n형사 콜롬보 한 분 나셨구만… \n\n신 형사가 인우의 빈 잔을 채워준다. 잔을 받아 비우는 인우. \n\n조 형사\n거그는 사유재산이라서 머를 맴대로 할 수가 없어야. \n\n신 형사\n그래서 조사하는데 절차가 좀 복잡합니다. \n\n인우\n그래서 말인데, 소유주가 누굽니까? \n\n조 형사\n강영란이라고… 거그 촌주나 진배 없다는디? \n\n\n인우\n(뭔가 떠오르는 생각에) 혹시… \n\n…하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하나를 보여준다. \n\n민숙의 집 앞 CCTV 캡쳐 사진: 어둑한 골목에서 찍힌 영란과 황 씨 모습. \n\n인우\n…아는 사람 있습니까? \n\n사진을 보다 서로 마주보는 두 형사. 두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은 표정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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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1. 실내. 반월 식당 뒷방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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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1. 실내. 반월 식당 뒷방 - 밤\n\n수리영이 커튼을 슬쩍 걷어 창밖을 몰래 내다본다. \n골목길에서 마치 수리영 쪽을 감시하는 것만 같이 서 있는 마을 청년 둘. \n식당 쪽을 흘끔거리다가… 때마침 나타난 다른 청년들과 맞교대 하는 모습도… \n \n들킬새라 커튼을 닫고 어두운 방 안을 서성이는 수리영. \n어떻게 해야할 지 답답하기만 하다. \n\n금월도 밤하늘에 뜬 달은 얼추 만월에 가까와 온 모양이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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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2. 실내. 동굴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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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2. 실내. 동굴 - 밤\n\n촉 낮은 전구 등이 불을 밝히자 민숙이 눈을 잔뜩 찌푸린다. \n초췌한 몰골, 쇠사슬에 묶인 상태… \n산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민숙을 내려다본다. \n\n민숙\n우리 지후는? \n\n산들\n… 잘 있어. 아직은… \n\n민숙\n(보다가) … 너두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했잖아. \n\n산들\n20년 동안이나 도망다니면서 그렇게 살았던 게 \n인간답게 사는 거였어?! \n\n민숙\n… \n\n산들\n자신을 봐. 결과가 어떤지… \n우린 인간이 아닌데 왜 자꾸 인간 답게 살자 그래! \n우린 우리 답게 살아야지. \n\n\n민숙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춘다. \n마지막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민숙을 보던 산들이 뒤돌아 나간다. \n\n민숙\n제발 부탁해. 우리 지후만은 살려줘. \n제발!… 산들아!!… \n\n산들은 대답이 없다. 뒤돌아 보지도 않는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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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3. 실외. 숲속 만월제 도당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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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3. 실외. 숲속 만월제 도당 - 밤\n\n산 속 숲 한 가운데 공터처럼 뻥 뚫린 공간. \n성인 키 서너 배 높이의 거대한 바위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n바위 곳곳에는 사람 손바닥으로 잔뜩 처 바른 것 같은 검붉은 동물의 피 흔적. \n한 눈에도 범상치 않은 포스를 물씬 풍긴다. \n\n바위 앞에 꿇어앉은 산들이 두 손을 뻗어 바위에 갖다댄다. \n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간절히 기도한다. \n초월적 절대자에게 소원을 비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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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4. 실외. 해안마을 선착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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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4. 실외. 해안마을 선착장 - 낮\n\n누가봐도 낚싯꾼 코스프레를 한 인우가 인상을 잔뜩 쓴 채 어선 위 황 씨를 노려본다. \n황 씨 역시 그간 보여준 친근함과는 거리가 먼 표정. \n\n황 씨\n(짜증스레) 이번 주간은 금월도 마을 사람들만 모여서 \n축제를 한응께 외지인들은 안 받는다니까는 \n왜 고로코롬 고집을 부려싸요. \n\n인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결심, 경찰 신분증을 꺼내 황 씨에게 들이민다. \n인상을 팍 쓰고 신분증을 보는 황 씨, 인우 신분을 알아보고 우거지상이 된다. \n\n인우\n오늘 못 들어가면 내일은 영장 받아서 옵니다. \n요즘 금월도 소문 흉흉한 거 모르시죠? \n내일 오면 혼자만 오지는 않아요. \n축제라는데 많-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n\n인우의 반 협박, 블러핑 시전에 인상이 더 구겨지는 황 씨.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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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5. 실외. 황 씨의 낚시 어선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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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5. 실외. 황 씨의 낚시 어선 - 낮\n\n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낚시 어선. \n수리영이 들어올 때와는 달리 바다 전체에 안개가 자욱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n\n인우는 산들이 앉았던 선수에 서서 앞을 보려 애쓴다. \n조타실, 핸들을 잡고 있는 황씨는 인우를 노려보는 시선에 적대감이 가득하다. \n\n곧 안개 속 금월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n금빛 물결에 반짝이던 금월도가 아닌, 미스테리 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음울한 섬이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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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6. 실외. 금월도 선착장 - 낮\n\n배에서 선착장으로 훌쩍 점프해서 내려서는 인우. \n황 씨는 선실 안에서 똥 씹은 표정으로 계속 인우를 쏘아본다. \n \n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반월 식당 앞에 나온 영란이 마을 쪽으로 들어오는 인우를 지켜본다. \n\n온 마을 사람들이 반겼던 수리영과는 달리 인우를 향한 사람들 시선은 곱지가 않다. \n그 시선에 쭈뼛해진 인우. 핸드폰을 들어 시그널을 확인하는데, 역시나 먹통이다. \n주변을 돌아보다가… 식당 앞 영란과 눈이 마주친다. \n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다. \n\n영란 뒤, 식당에서 나온 수리영이 인우를 향해 손을 흔든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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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7. 실외. 금월도 해안길 - 낮\n\n수리영과 인우가 해안가 좁은 길을 함께 걷는다. \n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는 수리영. \n\n인우\n널 납치한 놈을 따라서 제 발로 여길 들어왔는데, \n그게 엄마 때문이었다고? 근데 그 엄마를 아직도 못 만나? \n말이 되냐?! \n\n수리영\n안 믿을 거라고 했잖아. \n\n인우\n이거 뭐… 어디서부터 어디까질 믿어야 될 지 모르겠다. \nAI가 판을 치는 세상에 산 사람 제물이라니!… \n\n수리영\n그게 나라잖아. \n\n인우\n(멈춰선다) 나 참… 수리영이라는 이름부터가 그래. \n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이름이야. \n암튼 그 새낀 지금 어딨는데? \n\n\n수리영\n몰라. 섬 어딘가에 있겠지. \n\n인우\n그 새끼도 사람 새끼가 아닌 거 같던데… \n\n표정이 굳는 수리영. 뭔가 더 말을 하려다가… 관둔다. \n길이 사라지며 가파른 바위들이 이어진다. \n자칫 발을 헛디디면 바닷물에 빠지거나, 바위에 떨어져 크게 다칠만 한 상황. \n가까스로 바위를 붙잡고 숲쪽으로 올라가는 수리영과 인우. \n\n멀리 배에서 이들을 감시하듯 지켜보는 황 씨.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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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8. 실외. 숲속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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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8. 실외. 숲속 - 낮\n\n“수리영” 글자가 흐릿하게 적혀있는 비석. \n인우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비석을 살펴본다. 뒤에서 인상을 팍 쓰고 있는 수리영. \n\n인우\n진짜 “수.리.영”이라고 써 있네. 미리 만든 무덤인가? \n\n수리영\n그런 게 몇 개나 더 있어. \n\n인우\n똑같은 무덤이 몇 개나 더 있다고? \n\n수리영\n똑같은 건 아니고 조금씩 다르긴 한데, \n전부 써 있는 건 수리영이야. \n\n인우\n그럼 이 썩은 고기는? 이것도 비석 마다 다 있어? \n\n수리영\n(끄덕인다) … \n\n인우\n(고개를 갸웃거리며) 와… 이거 연구 대상이네. \n\n수리영\n(앞으로 나가며) 지금부턴 정신 똑바로 차려. \n\n인우\n(따라가며) 왜? \n\n수리영\n까딱하면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와. \n\n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리영. \n인우는 이해가 안 된 다는 듯 보다가… 뒤따라간다.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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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59. 실외. 염소 축사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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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59. 실외. 염소 축사 - 낮\n\n텅 빈 축사를 지나가는 수리영과 인우. \n검은 염소만 없을 뿐, 수리영은 그 밤, 그 길을 그대로 앞장 서 간다. \n\n수리영\n꿈이 아니었나봐. 분명 여길 왔었어. \n\n인우는 주변을 주의깊게 경계하며 수리영을 뒤따른다. \n긴장으로 쉴 새 없이 가슴이 도리질 치는 수리영.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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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60. 실내. 도축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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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0. 실내. 도축장 - 낮\n\n한낮 밝은 빛에 드러난 도축대와 바닥에는 아직도 채 굳지 않은 핏방울이 곳곳에 맺혀있고, \n섬뜩한 도축 기구들과 벽에도 흩뿌려진 핏자국이 선명하다. \n오히려 밤 보다 더 음산한, 낮인데도 전혀 낮 같지 않은 분위기. \n조심스레 도축장 안을 돌아보는 수리영과 인우. \n\n수리영\n진짜 아무 냄새 안 나? \n\n인우\n피 냄새가 좀 나는 거 같기는 한데… \n도축장이니까 당연한 거 아냐? \n\n한껏 냄새를 들이마시는 수리영은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다. \n\n그러는 사이 도축장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피는 인우. \n창고 같아 보이는 문 하나를 열자, \n여러 개의 속이 꽉 찬 포대자루가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n검붉은 핏자국이 흥건히 베어나온 것으로 보아 도축한 고기를 넣어둔 것 같은데… \n\n수리영이 포대자루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확신에 반짝이는 두 눈. \n\n수리영\n저기서 나는 냄새였어! \n\n인우\n뭐?? 말도 안돼. \n저 냄새를 마을에서부터 맡았을 리는 없잖아. \n\n듣지 않는 수리영, 포대자루를 노려보며 침까지 꿀꺽 삼킨다. \n인우는 무심결에 포대자루 하나를 풀어보려는데… \n\n수리영\n(본능적으로) 안돼! \n\n순간, 포대자루 밖으로 피범벅 사람 팔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다. \n으악!- 소리를 지르며 점프하듯 뒤로 물러나는 인우. \n\n그바람에 우루루 쏟아지는 팔, 다리, 몸통 등 토막난 사람 시체. \n\n휘둥그레 놀란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수리영과 인우. \n밖에서 사람 여러 명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n\n인우, 수리영을 끌고 재빠르게 창고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n그들 바로 앞에는 토막난 시체들이 가득 들어간 포대자루들. \n입까지 틀어막고 숨을 죽이는 두 사람.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n\n\n갑자기 활짝 열어제쳐지는 창고 문. \n밖에 나타난 것은 산들, 그리고 수리영을 감시하던 마을 청년들이다. \n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제각각 포대자루 하나씩을 짊어지고 나가는 청년들. \n마지막 포대자루를 들어올리던 청년이 나가려다 코를 킁킁거린다. \n\n산들\n왜 그래? \n\n청년\n이상하네… \n\n산들\n뭐가? \n\n청년\n인간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n\n창고 밖 다른 놈들은 바보냐는 듯 청년과 포대자루를 번갈아 보며 비웃는다. \n산들 역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 다른 놈이 청년 뒤통수를 퍽 갈긴다. \n\n다시 창고 문이 닫힌다. 하지만 발소리가 멀어져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n죽은 듯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수리영과 인우. \n\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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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61. 실외. 해안길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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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1. 실외. 해안길 - 낮\n\n다시 해안가 바위길로 나온 수리영과 인우, 마을 쪽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n\n인우\n그러면서도 여기 계속 있었다고?! \n\n수리영\n나갈 수가 없는데 어떡해. \n\n인우\n이 살인마들이 지금까지 몇명이나 죽였다는 거야?! \n일단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이 섬에서 나가야돼. \n\n수리영\n(멈춰선다) 안돼. \n\n인우\n(같이 멈춰서서) 뭐가 안돼? \n\n수리영\n엄만 어떡해. \n\n인우\n!! \n\n수리영\n난 엄마 때문에 죽을 각오로 들어온 거야. \n엄마를 찾아야 나가지. \n\n난감한 인우. 뾰족한 답이 없어 인상만 찌푸린다. \n\n수리영\n엄마가 여기 들어오는 배를 타는 거 \nCCTV로 확인했다 그랬잖아. \n\n인우\n그건 그렇지. 근데 우리 둘이선 택도 없어. \n밖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청해야지. 이건 객기야. \n\n수리영\n… \n\n\n그때, 바다쪽을 향한 수리영 시선에 무언가가 걸린다. \n\n갯바위와 바닷물 사이에 걸려 들썩이는 사람 형체. \n그건 분명… 사람의 시체다! \n\n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증거 사진을 찍는 인우. \n그런데 수리영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온다. 그리고… \n\n수리영\n꾸, 꿈이 아니었어. 저 사람… 저 옷… 나 알아. \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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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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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62. 실외. 금월도 선착장 -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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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2. 실외. 금월도 선착장 - 해질녘\n\n김여상의 시체가 넓게 펼친 비닐 포대 위에 누워있다. \n퉁퉁 불어 형편없는 상태이지만, 입고 있는 낚시옷과 얼굴 생김새가 확실한 여상. \n게다가 가슴팍에 짐승 같은 것이 제대로 할퀸 것 같은 날카로운 상처가 \n옷을 찢고, 살점까지 드러나게 만들었다. \n\n잔뜩 모여든 마을 사람들이 주변에서 웅성대며 시체를 구경한다. \n인우 옆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수리영. \n\n영란과 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n시체를 살피던 지구대 경찰복 차림의 구창모(40 중후반), 손을 털며 일어난다. \n호리한 체격, 가무잡잡한 피부의 금월도 담당 경찰. \n\n창모\n(영란에게) 딱 실족사가 확실해 보이네요잉. \n\n영란\n… \n\n창모\n(혼잣말처럼) 시방 그렇게도 위험하다고 다들 말리싸한디, \n무신 영광을 볼라고 자꼬 여그까지 기어들어 와서 \n낚싯대를 던져대고 난리다냐… \n(다시 영란에게) 시체는 내가 챙겨갈란다요. \n지갑서 신분증도 나오고… 누군지는 확실히 나왔응께. \n\n인우 뒤에 숨 듯이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수리영은 고개를 흔든다. \n\n수리영\n(인우에게/ 소곤대듯) 저 상처를 좀 봐. \n저게 어떻게 실족사 한 사람한테 나는 상처야. \n\n인우\n그건 그래.\n그런데 어떻게 그말을 들었는지 창모가 수리영을 째려본다. \n\n창모\n갯바위에 쓸리게 되면 저것보다 더 심한 상처가 날 수도 있어. 어디 도시에서 와서… 이런 시체 많이 보기는 했고? \n\n무안해진 수리영이 인우 뒤로 숨는다. 인우는 창모를 향해 어색한 웃음… \n\n수리영\n(더 작은 목소리로) 확실해. 그날 밤 나랑 살해 현장 목격한 사람… 자기 여동생 찾겠다고 들어왔다는 사람… 다들 그게 꿈이라고 했어. 할머니도… \n\n그 말에 영란을 보는 인우. 마을 사람들과 창모를 향해서도 의심스런 눈초리다. 그런 인우가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창모가 인우 가까이로 다가선다. \n\n창모\n관할 경찰도 아니람시롱 신분증 대가리 밀어대매 여그 마을 사람을 협박했다매? \n\n인우\n… \n\n창모\n괜히 지 구역도 아닌 디서 싸돌아댕김서 지랄허고 다니면 피차 피곤헝께, 있는 동안은 입 닥치고 얌전히 있다 가쇼잉. \n\n끄덕이는 인우. 창모는 한번 더 날카롭게 인우를 쏘아보다가… 뒤돌아 배 쪽으로 간다. 마을 청년들이 여상의 시체를 경찰 순찰정으로 나른다. 그때, \n\n인우\n(창모에게) 저희 둘도 같이 좀 데려가세요. \n\n돌아보는 창모. 영란을 본다. 영란은 인우를 쏘아보는데… 앞으로 나가려는 산들을 손을 들어 말린다. \n\n영란\n(인우에게) 지금 나가야 되면 자네 혼자 가지. 수리영 쟤는 엄마도 만나야 되고, 내일 만월제도 같이 가야 되니까. \n\n인우가 수리영을 본다. 주저하며 결정을 못 내리는 수리영. 마을 청년들이 인우와 수리영 앞을 막아선다. \n\n창모\n앗다, 저 배가 뭐 택신줄 아요? 오려면 저그 황 씨한테 뱃삯 주고 그 배 타고 나오시오. \n\n…하며 휙 다시 돌아서 간다. 수리영과 경찰선 쪽을 번갈아보며 갈등하는 인우. 답답함에 한숨이 나온다. \n\nCUT T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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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ene_index": 62,
        "heading": "63. 실외. 경찰 순찰정 -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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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3. 실외. 경찰 순찰정 - 저녁\n\n어둑해진 초저녁 바다를 신나게 달리는 창모의 배. 즐겁게 휘파람을 불던 창모가 갑자기 배를 멈추고 엔진을 끈다. 그리고 갑판에 둔 여상의 시체 쪽으로 간다. \n\n여상 시체며 옷을 뒤지기 시작하는 창모. 반지, 젖은 현금 등을 찾아 자기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여상의 롤렉스를 자기 싸구려 카시오와 바꿔찬다. \n\n그때, 바다 저 쪽에서 둥그런 불빛 하나가 빙글빙글 도는가 싶더니… 황 씨의 낚시 어선이 경찰선 쪽으로 접근해오는 것이 보인다. \n\n(시간 경과)\n\n마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익숙하고 능숙하게 시체를 자기 배로 옮겨 싣는 황 씨. \n\n황 씨\n만월제 때 보드라고. 음식 준비 잘 허시고… \n\n창모\n요번이 참말로 마지막이요. 촌주 님께 그리 꼭 전하쇼잉. \n\nCUT TO:\n\n서로 제 갈 길을 가는 경찰선과 낚시 어선: 창모는 육지로… 황씨는 다시 금월도로…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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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ene_index": 63,
        "heading": "64. 실내. 반월 식당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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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4. 실내. 반월 식당 - 밤\n\n식당 격자무늬 나무 창 밖, 식당 쪽을 지켜보는 마을 청년들 모습이 보인다. 창가에서 이들을 내다보는 인우. 눈이 마주쳐도 킬킬 웃을 뿐… 감시가 노골적이다. \n\n인우\n(혼잣말) 꼭 갇힌 거 같네. \n\n영란(O.S.)\n흉흉한 사고가 났으니까 그래. 외지인들은 밤에 돌아다니는 거 조심해야죠. \n\n영란이 방에서 붉은색 무녀복을 차려입고 있다. 뒤에서 옷매무세 갖추는 것을 도와주는 산들. \n\n영란(계속)\n뭐 필요한 거 있음 말해요. 저 친구들이 도와줄거야. \n\n그런데 수리영은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저녁상에 홀린 듯 시선을 박고 있다. 또다시 육회와 생간, 뭉티기 등 생고기들로 그득한 저녁: 한눈에 보기에도 아직 선홍빛 피가 줄줄 흐를 것만 같이 신선한 상태. 인우가 수리영 옆으로 와서 앉는다. \n\n영란(계속)\n그래도 내일 만월제는 차질없이 진행 될 거야. \n\n인우\n근데 왜 벌써부터 준비를 하세요? \n\n영란\n오늘 밤 자정부터 내일 자정까지 꼬박 하루 동안 “그분”을 위한 지성을 드려야 되거든. \n\n인우\n“그분”이요? \n\n산들\n우리 금월도 사람들이 모시는 분이요. \n\n인우\n… \n\n영란\n게다가 내일은 백 년만에 붉은 달이 뜨는 특별한 만월제야.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n\n생고기에 정신이 팔린 수리영과 영란을 번갈아 보는 인우. 수리영은 거부하고 싶다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가도… 그 탐스러운 생고기의 붉은 빛에 자꾸 입맛을 다신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고기를 찔러본다. 수리영의 손가락을 타고 쭈욱- 붉은 육즙이 베어나온다. \n\n인우\n지후 엄마가 정말 이 섬에 있기는 한 겁니까? 아님 그냥 지후 얘만 붙들고 있으려는 겁니까? \n\n산들\n그게 무슨 말이야? \n\n인우\n상식적으로 그렇잖습니까. 집안을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생사람을 집어던지더니, 엄마가 고향에 왔다구요?! 그것도 20년 만에?! \n\n산들\n경찰이라고 아무데서나 몽둥이 휘두르는 건 괜찮고?! 원한다면 한번 더 집어던져줄게. 종잇장 같더만… \n\n인우\n(쓴웃음/ 고개를 흔든다)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미치도록 보고 싶다던 딸이 3년 만에 이렇게 엄마를 보겠다고 왔는데, 얼굴도 안 보여준다구요? \n\n영란\n… \n\n인우\n제가 아는 지후 엄만 절대 그럴 분 아니예요. \n\n와중, 수리영은 본능을 참지 못한 것처럼 생고기를 한 점 입에 넣더니… 우적우적 씹기 시작한다. 주루룩- 입가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n\n인우\n(당황) 지후야, 이거 고기야! 니가 고길 왜 먹어?! \n\n수리영\n아냐. 맛있어 보여서… 너두 먹어봐. \n\n인우\n너 고기 알러지… \n\n하지만 수리영은 봉인이 해제된 것처럼 고기를 맛나게 먹고 또 먹는다. 황당함에 입이 딱 벌어지는 인우. 더이상 뭐라 말 하지도 못 한다. \n\n영란\n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됐나? \n\n인우\n예, 예? \n\n영란\n얘랑 얘 엄마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해서 말야. \n\n인우\n초등학교 때부터였으니까, 한 십몇 년 된 거 같습니다. 저희 가족이랑도 가족처럼 지냈거든요. \n\n영란\n(시니컬하게 웃는다) 가족?… 그럼 저 애랑 결혼할 생각도 있고? \n\n인우\n결혼이요? (주저하다가) … 아직 그런 얘길 나눈 적은 없는데… \n\n산들\n했어? \n\n인우\n(인상을 팍 쓰며) 예?! \n\n산들\n했냐고. \n\n인우\n(당황) 하긴 뭘 해요. 그런 거 아녜요, 우린… \n\n산들\n(피식 웃으며) 그럼 가족이 아니라 남이네. \n\n인우\n… \n\n옷 입기를 마친 영란이 인우 앞으로 와 선다. 체격이 그리 크지 않은 영란이지만 왠지 압도하는 듯 인우를 내려다본다. \n\n영란\n수리영도 마음만 먹었으면 아까 구 소장 배 타고 나갈 수도 있었어. 근데 안 나갔지? \n\n인우\n그건 지후가… \n\n영란\n맞아. 아직 보진 못 했어도 엄마가 여기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 거야. 가족이니까. 피를 나눈… \n\n인우\n… \n\n영란\n나도 그랬어: 그 오랜 세월 떨어져 있어도 내 새끼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는 거, 내 새끼의 새끼 심장박동 소리도 느낄 수 있었던 거… 가족이니까 알 수 있었어. 그리고 만월제를 맞아서 그 가족이 전부 모인 거야. \n\n인우는 멍하니 영란을 올려다볼 뿐, 어떤 대답도 못 한다. 그 와중에도 게걸스레 고기만 처먹는 수리영. 입은 이미 핏빛이고, 두 손도 피로 범벅이지만 멈출 수가 없다. \n\n인우\n(깜짝 놀라) 김지후 그만해! \n\n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고기를 집어넣고 또 집어넣는다. \n\n인우\n김지후 그만 하라고! 미쳤어?!! 그만 먹어!! \n\n그제야 잠에서 깨듯 정신을 차리는 수리영. 피로 흥건한 자기 손을 본다. 너무 놀라 터질 듯 눈이 커진다. \n\n수리영\n으아아악!— \n\n그 모습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인우. 하지만 영란은 흐뭇한 미소까지 걸치고 두 사람을 지켜볼 뿐이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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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65. 실외. 금월도 숲속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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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5. 실외. 금월도 숲속 - 밤\n\n이제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거의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시골에 별이 하나도 안 보인다. \n\n붉은색 무녀복의 영란이 마을 사람 몇의 호위를 받으며 깜깜한 숲길을 올라간다.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가볍고 거침없는 발걸음은 불이 없어도 밤길이 전혀 두렵지 않은 짐승과도 같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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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66. 실외. 반월 식당 밖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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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6. 실외. 반월 식당 밖 - 밤\n\n식당 밖 골목에 마을 주민, 청년들이 요소요소 자리를 잡고 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 하지만, 이들 시선은 죄다 식당 쪽을 향한다. 시간이 되어 맞교대를 하는 놈들도 보인다. \n\n그때 갑자기 식당 뒤편에서 날아오는… \n\n남자 목소리(O.S.)\n불이야!— \n\n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보는 청년들. 후다닥 그쪽으로 뛰어들 간다. \n\n남자 목소리(O.S.)\n불이야, 불!!—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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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7. 실외. 반월 식당 뒤뜰 - 밤\n\n활활 불타는 창고. 마을 주민들은 호스로 물을 뿌리고, 양동이로 물을 날라 불을 끄느라 난리법석이다. 소식을 듣고 더 많은 주민들까지 합세하는데… 검고 매케한 연기가 밤하늘 밝은 달을 가리며 거침없이 솟아오른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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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8. 실외. 숲길 - 밤\n\n달빛 아래 헉헉대며 숲길을 올라가는 수리영과 인우. 수리영은 여전히 반쯤 정신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 같다. \n\n인우\n(변명) 식당까지 전부 타지는 않았을 거야. 탔어도 창고 정도만… \n\n인우가 백팩에서 플래쉬 라이트를 꺼내서 켠다. 갑작스레 얼굴에 쏟아지는 불빛에 놀란 수리영이 인우를 본다. \n\n인우\n정신 좀 차리라고! 엄마 찾아야지! \n\n수리영\n(보다가…) … 그, 그래야지. 엄마 찾아야지. \n\n인우는 수리영을 보며 낮은 한숨을 푹…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자기도 답답하다는 듯 인우를 보다가… 뒤따라가는 수리영. \n\n인우\n근데 아까 너 뭐냐? 육고기 냄새만 맡아도 토하던 애가… \n\n수리영\n나도 모르겠어. 목걸이 잃어버린 뒤부턴 이상하게 그래. 막 고기가 땡기고… \n\n인우\n목걸이 잃어버렸어? 어쩌다? \n\n수리영\n몰라. 그냥 없어졌어. 섬에 들어올 땐 분명 하고 있었는데… \n\n더욱 심각해지는 인우, 아무 말 없이 잠시 걷다가… \n\n인우\n전부 이상해. 이 섬은… \n\n수리영\n알아. 그러니까 엄마 찾아서 빨리 나가야 돼. \n\n인우\n근데 어디 계신 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무작정 헤매고 다니는 게 맞는 지 모르겠어. \n\n수리영\n섬 반대편이라고 했으니까 일단 가보기는 해야지. 진짜 그래. 엄마가 여기 꼭 있는 거 같애. \n\n인우\n내가 널 10년 넘게 알았지만… 오늘만큼 낯설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n\n수리영\n(숨을 몰아쉬며) 나도 그래. 나도 내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야.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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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69. 실외. 숲속 만월제 도당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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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69. 실외. 숲속 만월제 도당 - 밤\n\n모닥불 여러 개가 둥그런 원을 그리며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희뿌연 안개처럼 주변을 감싼 연기가 신령스러운 느낌과 포스를 바위에 더한다. \n\n무녀복 차림 영란이 바위 앞에 꿇어앉아 중얼중얼 주문을 외며 치성을 올린다. 마치 신께 무언가를 고하는 종교인이거나 무당 같은 모습이다. 거리를 두고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산들과 몇몇 마을 사람들. 영란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위 앞 제단에 올려놓는다. \n\n바로 수리영이 잃어버렸다던, 아니 지후가 첫 등장부터 늘 하고 다니던 그 목걸이. \n\n휘이익- 휘파람을 부는 영란. 휘이익- 밤하늘에 날카롭게 퍼져가는 귀신 부르는 소리… \n\nSOUND CONTINUES T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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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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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0. 다시 숲속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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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0. 다시 숲속 - 밤\n\n휘이익- 영란의 휘파람 소리가 오버랩 되며… 해송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에 희뿌연 연기가 지나간다. \n\n여전히 흔들리는 플래쉬 불빛 하나에만 의존해 바쁘게 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리영과 인우. 나름 사방을 비추고 돌아보며 자기들이 낮에 놓친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n\n수리영\n생각해봐. 낮에 도축장에서 그것들이 “인간의 냄새가 난다”라고 했어. 그럼… 자기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n\n인우\n듣고 보니 그러네. \n\n수리영\n냄새가 같았어. \n\n인우\n낮부터 자꾸 냄새 냄새 하는데, 무슨 냄새? \n\n수리영\n도축장 피냄새 하고, 저녁 때 그 고기의 피냄새… 마을에서 계속 나던 그 냄새가 전부 같았다고. \n\n갑자기 뜨악- 하며 멈춰서는 인우. \n\n플래쉬로 수리영을 비춘다. 눈을 찡그리는 수리영. \n\n인우\n그럼 그 고기가 설마?!… \n\n순간, 숲 저 편에서 왁자지껄 들려오는 소리. 반사적으로 플래쉬 불을 끄는 인우, 그리고 수리영. 둘 다 숲풀 뒤로 납작 엎드린다. \n\n숲속 저쪽… 나무 사이로 등불 하나 들지 않은 두 세 명의 마을 청년들이 서둘러 숲길을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멀리 사라지고 나자… 슬그머니 일어나 청년들이 나타난 쪽과 사라진 쪽을 번갈아 보는 수리영과 인우.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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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1. 실외. 동굴 앞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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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1. 실외. 동굴 앞 - 밤\n\n산들이 보며 서 있던 바로 그 동굴 입구에 선 두 사람: 수리영과 인우, 선뜻 들어가 볼 엄두가 안 난다. \n\n인우\n걔네들이 저기서 나왔다고? \n\n수리영\n봤잖아. \n\n인우\n아니. 못 봤는데. 확실해? \n\n인우는 괜히 동굴 안을 기웃거리며 주저하는 모습. 그사이 수리영이 먼저 동굴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n\n인우\n(벙쪄서) 진짜 들어가게? \n\n수리영은 대답도 없이 저벅저벅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에이씨-”란 입모양, 할 수 없이 뒤따라 들어가는 인우. \n\n인우\n같이 가. 야!- 김지후!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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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2. 실내. 동굴 안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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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2. 실내. 동굴 안 - 밤\n\n베터리가 다 되어가는 지 인우의 플래쉬 불빛이 오락가락 한다. 동굴 깊은 곳으로 조심스레 들어오는 수리영과 인우. 플래쉬 불빛에 동굴 천장 수백 마리 박쥐들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긴장 가득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빠지직- 빠지직- 플라스틱 혹은 나무 같은 것이 부서지는 소리도 난다. 금방 뭐가 나타나 이들을 덮쳐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n\n인우\n바닥에 이거 뭐야. 뭐가 자꾸… \n\n…하며 바닥 쪽으로 플래쉬 라이트를 비추는 인우. \n\n뜯어지고 부서진 사람의 손, 발, 머리… 그리고 각 부위의 인골들! \n\n으악!- 기겁하는 수리영과 인우. 인우가 플래쉬로 주변을 밝혀보니, 그런 인골들이 동굴 바닥 전체에 깔리고 쌓인 것처럼 보인다. 천장 쪽을 비춰본다. \n\n순간, 매달려있던 수백 마리의 박쥐 떼가 한꺼번에 촤아악- 날아오르는데… \n\n으아악!- 수리영과 인우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고 몸을 숙인다. \n\n인우\n(수리영 손목을 잡아끌며) 나가자! \n\n수리영\n안돼. 더 들어가봐야 돼. \n\n인우\n이거 좀 봐봐. 이게 어디… \n\n수리영\n그러니까 더 가봐야 된다고! \n\n수리영을 플래쉬 불빛에 비춰보는 인우. 떨리는 눈의 수리영. 그녀 역시 겁에 질린 얼굴이지만 요지부동이다. \n\nCUT TO:\n\n깜깜했던 동굴이 밝아지며 수리영과 인우가 더 깊숙히 들어온다. 인우가 전방 멀리 플래쉬 불빛을 비춰본다. 고기 썩은내와 피비린내 때문에 코를 막는 두 사람. 바닥은 아직 마르지 않은 피웅덩이가 여기저기 패여있고, 벽 곳곳에도 흩뿌려진 듯 한 피 흔적이 가득하다. \n\n최대한 피 웅덩이를 피해서 지나가려 하다가… 인우가 뼈 하나를 잘 못 밟고 우당탕 넘어지며 플래쉬 라이트가 꺼진다. 어둠 속 외마디 비명… 그리고 신음 소리… \n\n인우\n지후야… 지후야 너 괜찮아. \n\n수리영\n응, 괜찮아. 넌? \n\n탁탁탁- 플래쉬를 쳐서 겨우 다시 켜는 인우. 수리영은 그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주저앉은 채 그쪽으로 불빛을 비춰보는 인우. \n\n동굴 구석, 몸을 잔뜩 웅크린 누군가가 불빛 속에 쑥 들어온다. \n\n인우\n거기, 누… 누구예요?! \n\n수리영\n(혼잣말처럼) 엄마… \n\n민숙이다! 처참한 몰골로… 쇠사슬에 묶여있다. 그녀 역시 어슴프레 눈을 뜨고 이들을 보다가… 얼굴이 아프게 일그러진다. \n\n수리영\n(울컥해서 다가가며) 엄마!- \n\n민숙\n니가 여기 왠 일이야! 니가 여긴 왜 와! \n\n수리영\n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n\n민숙\n(몸서리치며) 왜!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와! \n\n인우\n아, 아줌마… \n\n수리영\n엄마 땜에 온 거잖아. 엄마 구할라구… \n\n민숙\n왜 왔냐고! 왜!!… 내가 평생 이걸 막을려고… \n\n…하다가 그만 오열하고 만다. 서럽게… 절망적으로 흐느끼는 민숙을 보며 할 말을 잃는 수리영과 인우. 동굴 안 민숙의 울음 소리가 메아리져 퍼져간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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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3. 실외. 반월 식당 뒤뜰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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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3. 실외. 반월 식당 뒤뜰 - 밤\n\n홀라당 다 타버린 창고가 거뭇한 연기를 내뿜고 있다. 황 씨가 허탈한 표정으로 창고를 바라본다. 식당에서 나온 청년 하나가 황 씨에게 다가온다. \n\n청년\n둘 다 없습니다. \n\n황 씨\n(분노를 삭히며/ 혼잣말) 년놈들이…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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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4. 실외. 숲 속 만월제 도당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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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4. 실외. 숲 속 만월제 도당 - 밤\n\n모닥불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무악사들이 북, 징을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영란이 딸랑딸랑 무령을 흔들며 바위 주변을 돌아다닌다. \n\n그때, 숲을 나온 또다른 마을 청년이 다급히 뛰어온다. 가픈 숨을 고르며 산들에게 귓속말… 인상을 팍 쓰는 산들, 영란과 눈이 마주친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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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5. 실외. 숲속 - 밤\n\n숲을 헤치며 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민숙, 수리영, 인우. 민숙은 깜깜한 숲, 불빛 하나 없어도 앞장 서서 잘도 헤쳐나간다. \n\n민숙\n(화난 목소리) 오라고 할 땐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여기가 어디라고 여길 들어와! \n\n수리영\n(억울하다) 나 목숨 걸고 들어온 거야. 안 들어오면 엄마가 죽는대고… 나 죽는다고 하는 데도 들어온 거야. \n\n민숙\n(우뚝 멈춰 뒤돌아본다) 누가 구해달랬어?! 죽는 다는 데를 왜 겨 들어와! \n\n수리영\n엄마 때문에 온 거라고 했잖아! 아님 내가 미쳤어, 여길 들어오게?! \n\n민숙은 한심하다는 듯 딸을 쏘아보다가… 다시 숲을 내려간다. 잔뜩 엄마를 째려보던 수리영도 엄마를 뒤따른다. 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며 따라가는 인우. \n\n민숙\n내일 밤 만월제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돼. \n\n수리영\n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n\n민숙\n아무 일 안 일어나. \n\n수리영\n그게 무슨 말이야?! \n\n민숙\n너한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거! 그게 내가 제일 바라는 거야. \n\n수리영\n… \n\n밤공기를 가르며 다시 휘이익- 휘이익- 휘파람 소리가 메아리져 들려온다.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는 수리영. \n\n민숙\n저 휘파람… 귀신을 부르는 소리… 저것들이 벌써 알아챘어. 빨리 가야 돼!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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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6. 실내. 동굴 안 - 밤\n\n횃불을 든 마을 청년들과 산들, 민숙이 잡혀있던 곳을 노려본다. 끊겨있는 쇠사슬. 텅 빈 공간. 입은 굳게 다물었지만, 산들의 얼굴은 복잡한 심경을 숨길 수가 없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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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7. 실외. 숲속 도축장 옆 길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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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7. 실외. 숲속 도축장 옆 길 - 밤\n\n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길을 재촉하던 민숙이 갑자기 우뚝 멈춰선다. 열심히 뒤따라오던 수리영과 인우도 멈춰서고… 어둠 속 달빛 아래 염소 도축장이 보인다. 축사에서는 매에에- 시끄럽게 염소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n\n다급히 도축장으로 뛰어가는 민숙. 당황스레 서로 바라보는 수리영과 인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n\n민숙\n빨리 따라와! \n\n수리영\n빨리 숲을 벗어나야 된다더니 뭐하는 거야?! \n\n민숙은 대답도 없이 도축장 안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황당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 수리영.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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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78. 실내. 도축장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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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8. 실내. 도축장 - 밤\n\n양동이에 그득한 염소피를 단박에 뒤집어 쓰는 민숙. 기겁하는 수리영과 인우. 민숙은 피범벅을 하고도 온 몸에 피를 재차 문지른다. \n\n수리영\n지금 뭐 하는 거야?! \n\n민숙\n이래야 그놈들이 냄새를 못 맡아. 안 그럼 놈들한테 잡히는 건 시간 문제야. \n\n인우\n정말… 정말 그놈들 인간이 아니예요?! \n\n민숙\n(잠시 보다가) … 육혈귀야.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하는… \n\n수리영과 인우의 입이 떡 벌어진다. 다시 서로 눈을 마주치는 두 사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n\n인우\n마, 말이 안 되잖아요. 21세기 대한민국에… \n\n그때, 순간적으로 촤악- 피를 한 바가지 뒤집어쓰는 인우. 인우에게 피를 들이부은 수리영도 재빨리 염소피 양동이를 뒤집어 쓴다. 피칠갑을 한 인우는 너무 놀라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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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79. 실외. 숲 속 만월제 도당 - 밤\n\n핏빛 바위를 배경으로 선 영란은 일렁이는 모닥불 불빛에 더욱 기괴해 보인다. 산들이 영란을 마주 보고 섰다. \n\n영란\n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수리영부터 찾아야 돼. 안 그럼 우리 금월도에 큰 재앙이 내릴 거야. 백 년의 기다림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n\n산들\n황 씨 아저씨 배가 안 뜨면 독 안에 든 쥡니다. 배부터 사수하겠습니다. \n\n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가려는 산들. 하지만, \n\n영란\n잠깐. 나도 가야겠어. \n\n산들\n(표정이 굳는다) …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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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0. 실외. 선착장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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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0. 실외. 선착장 - 밤\n\n선착장 주변에 조명이 밝게 켜지고, 정박한 황 씨의 낚시 어선 주위로 청년들이 모여든다. 곧 집집마다 밖으로 나오는 마을 주민들. 각자 플래쉬 라이트, 조명 등을 들고 수리영 일행을 찾으러 나선다. 야심한 밤, 골목골목 수리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는 금월도.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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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1. 실내. 어구 창고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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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1. 실내. 어구 창고 - 밤\n\n어둑한 창고 안 층층이 쌓인 어망, 낚싯대, 통발 등 어구 장비들, 그리고 큼직한 생선 바구니도 천장까지 높게 쌓여 발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n\n한 마을 청년이 벌컥 문을 열어제치고 손전등을 안으로 비춘다. 안으로 들어와 주변을 훑어본다. 킁킁 냄새도 맡으면서… 그때 밖에서, \n\n남자(O.S.)\n뭐하냐?! 시방 언놈 피라도 발라놨냐?! 후딱 보고 빨리 안 나와야! 이러코롬 넓은 디를 언제 다 뒤지고 자빠졌을라냐! \n\n청년\n알았소, 알아써. 내 참… 오만 디 다 뒤지라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n\n청년은 마지막으로 어망 뒤쪽을 휙 들여다본다. 역시 아무도 없다. 쳇- 하더니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n\n청년\n여그는 염소피 냄새 허고 생선 썩은내 뿐이 안나요! \n\n청년이 나가며 문이 다시 쾅- 닫힌다. 잠시 후… 구석 그물 속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수리영, 인우. 여전히 피칠갑을 한 상태. 안도의 숨을 내쉰다. \n\n인우\n정말 저놈들이 사람이 아니란 말을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육혈귀라는 게 정확히 뭐예요? \n\n대답 대신 긴 한숨을 쉬는 민숙. 수리영을 본다. 수리영 역시 대답이 몹시 듣고 싶은 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숙을 본다. \n\n민숙\n긴 이야기야… \n\n82. 몽타주:\n\n1. 바싹 말라 싸그리 황폐화 된 논 - 말라비틀어져 죽어자빠진 강아지, 닭 등이 나뒹구는 시골 마을 골목길 - 초가집 집안 곳곳 쓰러진 사람 시체들이 차례로 보여지며… \n자막: 1670년 조선, 현종 11년. 경신 대기근. \n\n2. 초가집 부엌(낮): 형편없는 몰골의 아낙과 서너살 남짓 아이가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무언가를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보니, 얼굴과 손이 피범벅… 그들이 먹고 있던 것은 죽은 남편, 아비의 시체다. \n\n민숙(V.O.)\n굶주리다 굶주리다 못해 죽은 남편의 시체를, 죽은 어미를, 아비를… 먹었다고 하더라. 풀 한 포기, 가축 한 마리 남아나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었겠지. 그런데… \n\n3. 초가집 마당(밤):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 낮에 남편 시체를 먹었던 아낙이 온몸을 비튼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꺾이는 온 몸으로, 죽을 듯 한 신음으로 토해낸다. 피가 쏟아질 듯 충혈된 두 눈… 마침내 아낙의 손톱이 쑥 길어지고, 이빨이 날카로와 진다. \n\n민숙(V.O.)\n며칠간 배불리 먹은 남편의… 아님 아내의… 병균 때문이었는지, 세균 감염 때문이었는지… 아무튼 점점 더 사람을 먹기 좋은 육체로 변형이 되었더래. 그런데 기근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n\n4. 관아 앞(낮): 마을 사람들이 수군대며, 웅성이며 구경하는 것은… 거적대기 위에 아무렇게나 내다놓은 사람 몇의 시체들. 그런데 팔, 다리가 뜯겨 나갔거나, 머리가 아예 사라져버렸거나, 배와 등에 날카롭게 할퀸 상처들이 깊거나… 인우가 해안마을에서 본 시체와 상태가 너무도 비슷하다. \n\n민숙(V.O.)\n“육혈귀”가 출몰한다는 소문이었지. 인간의 피와 살만 탐한다는… \n\n5. 산길(낮): 갓을 쓴 선비 하나가 과거 시험 보러 열심히 발길을 재촉하는데… 앞에 꽤재재한 꼬마 둘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선비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꼬마들. 잠시 후, 마치 잔혹한 산짐승에게 잡혀먹은 것 같이 처참하게 널부러진 선비의 시체. \n\n6. 산 속 마을(낮): 일본군 복장의 대대 수십 명이 마을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다. 그 총탄에 머리가 터지고, 가슴이 뚫려 죽어나가는 마을 남자, 여자… 아이들… 일본군 대대가 떠나는 배경으로 활활 불태워져 사라지는 산 속 마을. \n\n민숙(V.O.)\n그들은 “조선인 교화를 위한 사이비 종교 척결”이라고 불렀지만, 알고 있었어. 그들이 학살했던 자들이 어떤 자들이었는지… \n\n7. 갈대 숲(낮): 영화 맨 첫장면, 이번엔 컬러 화면. 살아남은 남녀노소 육혈귀들이 사력을 다해 갈대숲을 뛴다. 총알이 쉼 없이 날아온다. \n\n8. 갈대숲 나무창고 앞(낮): 검은연기가 사라지고 남은 일본군 시체를 굶주린 듯 마구 뜯어먹는 육혈귀들. 그들 얼굴에, 손에… 붉은 피가 한가득이다. \n\n민숙(V.O.)\n그렇게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수의 무리가… \n\n9. 금월도 입구(낮): 배를 타고 들어오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의 십수 명 육혈귀들. 바닷가에 나와 이들을 반갑게 맞는 금월도 원주민들의 해맑은 모습. \n\n민숙(V.O.)\n그들을 다 잡아먹고 이곳 금월도를 육혈귀만을 위한 터전으로 만든 것이지. 그리고 종족의 멸족을 막아준 그분의 부활을 기리며 매년 그날 보름달이 뜨는 날, 그분을 위한 제사를 올렸다. 그게 만월제였대.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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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3. 다시 어구 창고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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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3. 다시 어구 창고 - 밤\n\n제대로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떡 벌린 채 민숙을 보는 수리영과 인우. \n\n민숙\n(쓴웃음) 본능을 거부하며 살아오긴 했어도… 결국 나도 육혈귀야. \n\n수리영이 헛웃음을 터트린다. 인우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n\n인우\n마, 말도 안 되요. 아줌마가? 그 괴물이라고?? \n\n민숙\n(끄덕인다/ 담담하게) 석창포 다린 물이야. 그게 우리들 육혈 본능을 억제시키는 방법이었어. \n\n수리영\n그럼 나도 그래서??… \n\n민숙\n맞아. 그래서 너도 아기 때부터 물처럼 석창포 다린 물을 마시게 했던 거야. \n\n수리영은 시선을 돌리며 한숨을 후- 내쉰다. 그런 딸을 가만히 바라보는 민숙. 얼굴에는 회한과 미안함이 가득하다. \n\n인우\n전… 전 아직도 못 믿겠어요. 귀신 이야기도 아니고 육혈귀라니… \n\n민숙\n난 목숨 걸고 널 보호해야 했던 거야. 금월도를 도망나와 숨어 살았던 것도, 김지후라는 흔하디 흔한 남자 이름으로 만들어 널 찾기 어렵게 만들었던 것도… \n\n수리영\n그 이유가 뭔데?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건데? \n\n민숙\n넌… 넌 날 때부터 제물이었으니까. 만월제 백 년이 되는 올해, 22살의 죽지 않은 반인반혈의 여자. \n\n수리영\n!! \n\n민숙(계속)\n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올해 22살이 될 수 있었던 반인반혈 여자애들은 전부 죽어버렸어. 오직 지후 너만이 지금껏 살아남았던 거야. \n\n인우\n얘 낼모레면 23살인데… 그럼 그래서 그때까지만 살아남으라고 그랬던 거예요? \n\n민숙\n맞아. 그럼 제물이 되지 않아도 되니까. \n\n어느새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인 민숙. 수리영의 두 눈에도 눈물이 한가득이다. \n\n수리영\n(눈물을 훔치며) 그럼 아빠는? 내 아빠는? \n\n민숙\n금월도에 왔던 낚싯꾼이었어. 할머니가 죽여버렸어. \n\n그럼 그렇지… 라는 듯 끄덕이는 수리영.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 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n\n수리영\n나… 옛날에 아주 어릴 때… \n\n엄마가 나 죽일려고 했던 적 있었어. \n\n민숙/ 인우\n!! \n\n민숙\n(울먹이며) 그걸 어떻게 아직도 기억해? 어린이집 정도 나이 밖에 안 됐을 땐데… \n\n인우\n아, 아줌마… 지후야, 정말이야? \n\n수리영\n목을 졸랐잖아. 좋은 꿈 꾸게 해준다고… \n\n참을 수 없는 민숙, 어흑- 오열하며 도저히 울음을 삼킬 수가 없다. 수리영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도 떨리는 눈으로 가만히 엄마를 바라본다. \n\n민숙\n(흐느끼며)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땐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그렇게 제물로 바쳐져서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을 바에야, 엄마하고 같이 죽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 \n\n수리영\n(울먹이며) 사랑했다면 어떻게든 지킬 생각을 했어야지. 왜 죽일 생각을 했던 거야, 왜! \n\n민숙\n엄마가 미안해… 진짜 진짜 미안해… \n\n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엄마를 보며 수리영도 울음을 삼킨다. 인우 역시 입을 꾹 다문 채 두 모녀를 바라볼 뿐이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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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4. 실외. 금월도 일각 - 새벽/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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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4. 실외. 금월도 일각 - 새벽/ 아침\n\n금월도 앞바다에 어슴프레 여명이 밝아오는가 싶더니… 붉은 빛이 드리우고 해가 뜨기 시작한다. 그렇게 새 날이 밝아온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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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5. 실내. 반월 식당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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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5. 실내. 반월 식당 - 낮\n\n수리영이 늘 앉던 테이블 자리에 앉은 영란, 문 밖 바다 쪽을 바라본다: 아직도 수리영 일행을 찾느라 오가는 마을 주민들 모습이 보인다. 문가에 서서 역시 밖을 내다보던 산들이 영란을 본다. \n\n산들\n옛날에 민숙이 도망나갔을 때에도 몰래 타고 갔던 건 결국 황 씨 아저씨 배였습니다. \n\n영란\n알아. \n\n산들\n육지로 나갈 방법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n\n영란\n(잠시 생각하다가) 붉은달이 뜨기 전에 반드시 찾아야 돼. 민숙이 그 년이 어딜 숨어있는 지 모르겠지만… \n\n산들\n예. \n\n영란\n오늘밤만 숨어서 버티면, 우리가 백 년 동안 염원하며 기다려온 거 전부를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는 거… 그 년도, 나도…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어. \n\n산들\n…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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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6. 다시 어구 창고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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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6. 다시 어구 창고 - 낮\n\n먼지가 잔뜩 껴서 흐릿한 창 밖으로 바깥 선착장 쪽 동태를 살피는 민숙. 뒤에 붙어 서서 민숙을 바라보는 수리영과 인우. \n\n민숙\n저놈들이 각성하면 사람의 힘으론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존재가 돼. \n\n인우\n그럼 어떡하죠? \n\n민숙\n나갈 방법이 없다면 오늘밤 지날 때까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버텨야 돼. \n\n주저하던 인우가 백팩에서 불쑥 38구경 권총 하나를 끄집어낸다. 놀란 눈으로 보는 수리영. \n\n인우\n혹시나 해서 갖고 오긴 했지만 이건 안 쓸려고 했는데… \n\n민숙\n오늘 자정 지날 때까지 수리영만은 지켜야 돼. 목숨을 걸고 라도… \n\n수리영\n만약에 내가 제물로 바쳐지고 죽는다고 쳐.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데? \n\n민숙\n(생각하다가) … 나도 몰라. 그건 할머니만 알아. \n\n수리영\n…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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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7. 실외. 마을 일각 - 낮\n\n수리영이 금월도에 도착할 때 환영방송이 나왔던 마을 확성기를 타고 영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n\n영란(V.O.)\n민숙아… 수리영아… 들어라. 너희는 절대 이 섬을 나갈 수가 없어. 수리영만… 수리영만 남아주면, 민숙이 하고 그 남자친구는 보내주도록 하마. \n\n마을 전역에 쩌렁쩌렁 울리는 영란의 목소리. 숲 쪽으로 다시 올라가려던 산들, 선착장 옆 어구 창고가 눈에 들어온다. \n\n산들\n(바로 옆 청년에게) 저긴 확실히 봤어? \n\n청년\n진즉에 다 뒤져봤당께요. 사람 새끼 흔적도 안 보이고마이… 냄새도 하나 안 나요. \n\n산들은 그래도 뭔가가 걸리는 지 어구 창고 쪽을 주시하는데… \n\n산들\n(혼잣말) 제발… 제발… \n\n멀리 바다에서 선착장을 향해 한 척의 배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온다: 경찰 순찰정이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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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8. 실외. 선착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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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8. 실외. 선착장 - 낮\n\n정박한 순찰정에서 형사 둘이 내린다: 인우와 함께 술을 마셨던 조 형사와 신 형사. 집 밖으로 죄다 나와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마을 쪽으로 몇 발짝 옮기려는 찰나, 어구 창고 문이 활짝 열리고 수리영, 인우, 민숙이 헐레벌떡 뛰어나온다. \n\n인우\n(형사들을 향해) 시동 끄지마! 도망가야 돼!! \n\n벙찐 표정으로 자기들을 향해 달려오는 수리영 일행을 보는 두 형사. 멀찍이서 이들을 발견한 마을 사람들도 선착장을 향해 뛰어내려오기 시작한다. \n\n인우\n살인마들이야! 저놈들이 전부 범인이라고!! \n\n미친 듯 순찰정을 향해 달리는 수리영 일행. 마을 사람들도 마치 사냥감을 맹렬히 쫓는 짐승 떼처럼 득달같이 몰려나온다. 영문을 몰라 그냥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는 두 형사. 선참인 조 형사가 마을 쪽으로 좀 더 앞서 나간다. \n\n조 형사\n이게 다들 뭔 일이다냐?! 시방 뭔 일이냐고잉?! 어이!- \n\n휙- 인우가 조 형사를 지나쳐가고, 수리영, 민숙도 조형사를 지나쳐 순찰정으로 달려간다. 신 형사마저 지나쳐 먼저 배에 올라타는 인우. 손을 뻗어 수리영도, 민숙도 배 위로 잡아올린다. \n\n조 형사가 마을 사람들을 막아서려 한다. \n\n조 형사\n잠깐 스톱! 멈춰들 보드라고!! 대체 뭔 난리여?! \n\n배 위의 인우는 다급하다. \n\n인우\n(신 형사에게) 빨리 올라오라고요! 위험해!! 저것들 사람 아냐!! (조타실에 대고) 출발! 출발해요!! \n\n우와아- 달려오는 마을 사람들 쪽으로 좀 더 다가서는 조 형사. 그런데, 맨 앞에 달려오는 놈은 무시무시하게 두 눈을 부릅 뜬 산들이다! \n\n퍽!- 순식간에 조 형사 머리를 갈겨버리는 산들. 마치 거대한 맹수의 앞발에 당한 것처럼 목이 꺾여 휙- 날아가는 조 형사. 저만치 바닥에 떨어져 죽어 나자빠진다. 거들떠 보지도 않는 산들, 오직 순찰정을 향해 미친 듯 달려온다. 충격에 튀어나올 듯 커진 눈, 어쩔 줄 몰라하는 신 형사. \n\n인우\n(뒤에서) 빨리 배에 올라오라고!! 배에 타, 새꺄!!-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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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89. 경찰 순찰정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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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89. 경찰 순찰정 - 계속\n\n신 형사가 헐레벌떡 배 위로 올라온다. 동시에 부다다당- 엔진 소리를 내며 선착장에서 다시 멀어지는 순찰정. 가까스로 금월도를 탈출하는가 싶은데… \n\n포기하지 않는 산들, 선착장 시멘트 바닥을 탁 차고 날아올라… 후진하는 순찰정 선수 가장자리 레일 바를 한 손으로 턱 붙잡는다. 파도에 철썩- 몸의 반이 물에 빠졌다가 올라오는 산들, 반동을 이용해 확 튀어올라… 갑판에 안착한다.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인우를 날려버렸던, 그밤 산길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짐승의 모습이다! \n\n물에 흠뻑 젖은 산들이 갑판을 걸어 타겟 쪽으로 걸어온다. 공포에 질려 꼼짝도 할 수 없는 수리영. \n\n그때, 퍽!- 신 형사가 쇠 파이프로 산들을 후려갈긴다. 얼굴 한쪽이 찢어져 피가 흐르는 산들.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n\n신 형사에게서 쇠 파이프를 빼앗아 바다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신 형사 멱살을  움켜쥐더니 와그작- 목을 물어뜯는다. 으아악!- 죽을 듯 비명을 질러대는 신 형사. 고통에 버르적거리며 쓰러지는데… \n\n탕!- 산들의 어깨에서 피가 튄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총알이 날아온 쪽을 보는 산들. 인우가 든 권총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n\n인우\n한발짝만 더 오면 대가리 터진다! \n\n재차 산들을 향해 총을 쏘려는 인우. 하지만 산들이 먼저 달려든다. 권총을 탁- 쳐서 날려버리더니, 순식간에 인우의 머리채를 잡아 던져버린다. 힘없이 날아간 인우는 텅- 레일 바에 머리를 부딪쳐 쓰러진다. 그 어떤 인간도 산들을 막을 수 없다. 무시무시한 완력에 냉혈한 그 자체! \n\n인우마저 사라지고… 선미에 주저앉아 덜덜 떠는 수리영. 선수와 선미를 연결하는 통로를 철벅철벅 걸어오는 산들을 향해 구명 조끼, 물통, 튜브 등 아무거나 잡히는대로 내던져보지만… 소용이 없다. \n\n수리영\n(절망에 울먹이며) 절루가!- 오지마!!— \n\n바로 그때, 이들 사이를 막아서는… 민숙. 태워버릴 듯 산들을 노려본다. 움찔 멈춰서는 산들. 순간적으로 당황한 눈치: 맞다, 그녀도 육혈귀다. 놀란 수리영이 민숙을 바라본다. \n\n수리영\n엄마! \n\n민숙\n(수리영을 보며) 고마워 내 딸. 니 엄마라 괴물이 아닐 수 있었어. \n\n민숙이 산들을 쏘아본다. 산들의 붉게 충혈된 두 눈이 흔들린다. \n\n산들\n비켜. \n\n민숙\n제발 보내줘. 제발… \n\n고통스레 일그러지는 산들의 얼굴: 그럴 수 없다! 민숙을 향해 달려든다. 민숙은 그 힘을 역이용해 산들을 부등켜 안고… 옆으로 몸을 날린다 - 풍덩!- 바다에 빠지는 두 사람. \n\n수리영\n안돼! \n\n벌떡 일어나 엄마가 빠진 곳을 보는 수리영. \n\n반사적으로 자기도 뛰어들려 하지만, 인우가 가까스로 뒷덜미를 잡는다. \n\n인우\n안돼! \n\n수리영\n이거 놔! 엄마가 빠졌다고!! \n\n인우\n안된다고! 안돼!! \n\n민숙과 산들이 빠진 곳에서는 하얀 포말만 맴돌 뿐, 그 누구도 올라오지 않는다. 배는 점점 멀어진다. \n\n수리영\n(흐느끼며) 엄마… 엄마가 저기 있다고…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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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0. 실외. 경찰 순찰정 -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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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0. 실외. 경찰 순찰정 - 잠시 후\n\n그렇게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순찰정. 선미에 서서 민숙과 산들이 사라진 먼 곳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수리영과 인우. \n\n그런데 벌써 육지가 선수 앞 저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나 빨리??… 게다가 뭍에 나와있는 사람들 모습도 보이는데… \n\n붉은색 무녀복의 영란, 그리고 금월도 마을 사람들. 게다가 분명히 바다에 빠졌던 산들의 모습도… \n\n육지가 아니다, 바다를 빙- 돌아서 다시 금월도 반대쪽으로 왔던 것! \n\n보니, 조타실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구창모다. 너무 놀라 숨이 멎는 것 같은 수리영과 인우. 창모가 총을 들어 인우를 겨눈다. 그리고 수리영을 본다. \n\n창모\n얌전히 가만 있어잉. 안 그라믄 느그 남친 대그빡 날아가 부러! \n\n꼼짝할 수 없는 수리영. 꼼짝할 수 없는 인우. 순찰정은 점점 더 금월도에 가까와진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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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1. 실외. 금월도 갯바위 - 계속\n\n다가오는 순찰정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의 영란. 여전히 무표정한 산들. 그리고 낄낄 웃으며 이들을 반기는 마을 사람들… \n\nFADE TO BLACK.\n\n까만 화면에 울리듯 잔잔하게 들려오는 자장가: \n\n민숙(V.O.)\n(노래)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옵니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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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2. 실내. 반월 식당 -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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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2. 실내. 반월 식당 - 해질녘\n\n텅빈 식당에 붉으스름한 노을빛이 은은하게 스며든다. \n\n민숙(V.O.)\n(노래)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n\n수리영이 엄마를 찾는다. 주방을 둘러보고… 방 안을 들여다 보고… 홀을 둘러봐도 민숙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차분히 들려오는 노래 소리만… \n\n민숙(V.O.)\n…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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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3. 실외. 식당 뒤뜰 -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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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3. 실외. 식당 뒤뜰 - 해질녘\n\n수리영은 계속 주변을 돌아보며 민숙을 찾는다. 어딘가에서 다정한 자장가 소리는 계속 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n\n민숙(V.O.)\n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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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4. 실외. 반월 식당 앞 -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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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4. 실외. 반월 식당 앞 - 해질녘\n\n민숙(V.O.)\n…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여… \n\n식당 문을 열고 나오는 수리영. 주변을 둘러보다 선착장 쪽 시야에 걸리는 무언가… 선착장 돌바닥에 앉아 바다를 보는 민숙의 뒷모습이다. \n\n민숙(V.O.)\n…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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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5. 실외. 선착장 -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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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5. 실외. 선착장 - 해질녘\n\n수리영이 선착장으로 나온다. 멀찍이 선착장 끝에 민숙이 바다를 보며 앉아있다. \n\n민숙(V.O.)\n…엄마는 모래-길을… 달-려옵-니다… \n\n엄마를 향해 다가가는 수리영. 엄마는 누군가를 안고 있다. \n\n수리영\n엄마… \n\n돌아보지도 않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민숙. 금월도 앞바다는 노을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인다. \n\n수리영\n엄마… \n\n그제야 돌아보는 민숙. 그런데 민숙이 아니다. 영란이다! 눈이 휘둥그레 놀라는 수리영. \n\n영란\n(미소) 쉿- 우리 아가 자고 있어. \n\n영란이 안고 있는 사람: 그제야 영란의 어깨에 감춰졌다 툭 떨어지며 보이는 얼굴의… 민숙 시체다. 창백한 얼굴과 흠뻑 젖은 몸… \n\n소스라치게 놀라는 수리영. 떡 벌어진 입에서는 비명도 채 나오지 않는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 어느새 눈물이 고인 눈… 그리고 어디선가 큰 소리로 날아오는… \n\n인우(V.O.)\n지후야!- 김지후 정신차려!!- 김지후!!— \n\nSMASH CUT T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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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6. 실내. 숲 속 동굴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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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6. 실내. 숲 속 동굴 - 낮\n\n인우(O.S.)\n정신 좀 차려봐! 지후야!!— \n\n수리영이 희미하게 눈을 뜬다. 민숙이 그랬던 것처럼 쇠사슬에 단단히 묶인 상태. \n\n인우(O.S.)\n지후야, 정신이 좀 들어? \n\n보니, 반대쪽 벽에 인우 역시 묶인 상태. 얼굴 여기저기가 긁히고, 터지고… 형편이 없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는 수리영. \n\n인우\n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그래야 살아서 탈출할 수 있어. \n\n그런데 수리영은 다시 울컥, 어금니를 깨물고 울음을 삼킨다. \n\n수리영\n엄마… 엄마는… \n\n인우\n지후야. 지후야, 엄마가 왜 그랬는지 생각해야 돼. 엄마가 평생 뭐 때문에 살아왔는지 잊으면 안돼. \n\n대답을 않는 수리영.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듯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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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7. 실외. 금월도 해안 절벽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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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7. 실외. 금월도 해안 절벽 - 낮\n\n붉은색 무녀복 차림의 영란과 황 씨가 절벽에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푸르른 하늘에 푸르게 넘실대는 바다를 배경으로 영란의 붉은 치마가 흩날린다. \n\n숲에서 나온 산들이 영란 옆으로 다가선다. \n\n산들\n준비 다 끝났습니다. \n\n영란\n그래. 그동안 니가 참 고생이 많았다. 너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n\n산들\n(의외라는 듯) 고, 고맙습니다. \n\n울컥한 감정을 억누르며 영란을 바라보는 산들. 황 씨 역시 흐뭇한 표정으로 산들의 어깨를 토닥인다. \n\n황 씨\n산들이 요놈이 젊은 아들 사이에서는 오야봉이어라. 아그들이 아조 산들이 말이라 그라문 꼼짝 못 하고 꺼뻑 죽어부러야. \n\n산들\n… \n\n영란\n그동안 참 쉽지 않았다, 그렇지? \n\n산들\n(고개를 푹 숙이며) 아, 아닙니다. 제가 잠깐 미쳤었습니다. 그런데 촌주 님께서… 죄송합니다. \n\n영란\n아직도 그분이 오신다는 게 잘 안 믿어지니? \n\n산들\n절대 아닙니다. 오늘밤 그분이 인간 세상 위에 저희 세상을 만들겁니다! 더이상은 우리가 육혈귀란 천한 이름으로 숨어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n\n영란, 황 씨와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인다. \n\n영란\n(산들에게) 저 바다를 보아라. \n\n산들\n(영란 말 대로 바다를 본다) … \n\n영란\n저 바다 너머가 육지야. 저기가 우리 고향이지. 금월도가 아니고… \n\n산들\n예… \n\n영란\n별로 멀지도 않은데 우리한테는 지난 백 년 동안 너무나 먼 곳이었다. \n\n감정에 격한 산들이 어금니를 꽉 깨문다. 영란의 말에 끄덕인다. \n\n영란(계속)\n니 말처럼 그분이 오시면 우리를 저곳으로 다시 데려가 주실 거다. 그런데… 너와 함께는 아니란다! \n\n그게 무슨 말인지, 뒤돌아보려는 산들. \n\n순간, 푹!- 날카로운 칼날이 산들의 등을 파고든다. \n\n끄억- 비명을 지르는 산들, 영란을 향해 돌아선다. 칼을 뽑은 영란, 다시 산들의 가슴팍에 깊숙히 칼을 박아넣는다. 너무 갑작스럽고 뜻밖의 공격에 얼어붙는 산들. 부릅 뜬 두 눈은 흔들리고, 떡 벌어진 입에서는 아무 말도 튀어나오지 않는다. \n\n영란\n의심하는 자가 곧 배신하는 자야! \n\n황씨가 있는 힘껏 발로 차 산들을 절벽 아래로 떨어트린다. 산들은 비명도 채 못 지르고 높은 절벽을 떨어진다. 분노와 공포, 황망함이 어우러진 표정의 산들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n\n영란\n(툭 내뱉듯) 어느 엄마가 지 새끼를 죽인 살인자를 살려둬. \n\n휘이익- 낙하한 산들이 풍덩- 바다로 빠지며 모습을 감춘다. \n\n영란\n(돌아서며) 이제야 그분을 맞을 준비가 끝났어. \n\n황 씨는 산들이 떨어진 절벽 아래, 그리고 바다를 확인한다. 파도만 바위에 부딪쳐 부서질 뿐, 산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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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98. 실내. 동굴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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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8. 실내. 동굴 - 낮\n\n여전히 자포자기한 상태인 수리영. 하지만 인우는 어떻게든 쇠사슬을 끊고 탈출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쓴다. \n\n그때, 동굴 안이 밝아지는가 싶더니… 등불을 든 영란이 들어온다. 바닥에 주저앉은 수리영을 만족스레 내려다본다. \n\n수리영\n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왜 자기 딸까지 죽인 건데? \n\n영란\n넌 백 년을 기다려온 “그분”을 위한 특별한 존재니까. 우린 그분께 백 년 동안 매해 산 제물을 바치며 기원해왔어. 그 마지막이 너야, 내 손녀. 죽지 않은 유일한 반인반혈… \n\n수리영\n!!…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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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99. 실외. 갈대숲 창고 앞 - 낮(과거)\n\n흰 사슴뿔 창끝이 검은 연기 형체의 등 뒤로 푹 튀어나와 있고, 창에 심장을 관통당한 검은 연기가 조선인 촌주의 목을 움켜쥐고 말한다. 옛 극장에서 영화 자막처럼 적히는 글자는… \n\n“100년 후 핏빛 달이 뜰 때, 죽지 않은 22살 반인반혈 여자를 내게 바쳐라.” \n“그러면 내가 다시 돌아와 너희들을 이끌 것이다.” \n“너희들 모두에게 나와 같은 영생을 줄 것이다.” \n\n말을 마치자… 검은 연기의 황금색 눈이 스르륵 빛을 잃는다. 그리고 공기에 흡수 되는 듯 사라져 없어지는 검은 연기. 대신 촌주의 눈이 황금빛으로 변한다. \n\n돌아보니, 창고에서 나온 조선인들이 죽어 널부러진 일본군 시체를 걸신 들린 짐승떼처럼 마구잡이로 뜯어먹고 있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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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0. 다시 동굴 - 낮\n\n충격 받은 인우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 하는데, 수리영은 분노와 원망 가득, 눈물 글썽한 눈으로 영란을 노려본다. \n\n수리영\n엄마는 당신 딸이었잖아! 당신 말 대로 피를 나눈 가족이었잖아! \n\n영란\n수리영 니 분노는 이해해. 그런데 이건 신과의 사랑이야. 예정된 약속이고… \n\n수리영\n자꾸 수리영, 수리영 하지마! 난 김지후라고!! 가족이니 혈육이니 떠들지도 말라고!! \n\n수리영이 다시 흐느낀다. 하지만 저주 가득한 두 눈은 여전히 영란에게 또렷이 박혀있다. \n\n영란\n(잠시 보다가) 그동안 수없이 태어나고 죽었던 반인반혈 아이들이 전부 이 금월도에 “수리영”이란 이름으로 묻혀있어. \n\n인우\n그럼 수리영이라고 써 있던 비석들이 전부?… \n\n수리영\n… \n\n영란\n스무 살을 넘겨, 스물두 살이 된 반인반혈의 여자아이는, 아니, 반인반혈 자체는 수리영 니가 유일해. 너만이 우리의 염원인 그분을 부활시킬 존재라고. \n\n수리영\n(흐느끼며) 헛소리 하지마… \n\n영란\n(진지하다) 너 육혈귀가 되는 게 우리 선택이었을 거 같애? 우린 그렇게 세상에 그냥 던져졌던 거야. 그 이유만으로 죽음의 위기와 공포를 넘겨왔다고! \n\n수리영\n… \n\n영란\n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그동안 본능을 억누르면서 이 감옥 같은 섬에서 백 년을 견뎌왔던 거야! 오늘밤 그분이 부활하시면 나도 평생을 갇혀온 이 지긋지긋한 섬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갈 거야. 너한테는 당연했던 그 세상으로 말야. \n\n인우\n당신 미쳤어!! \n\n영란\n(인우를 보며) 그럴 지도 모르지. 그런데 인간들은 안 그런가? 너희도 서로가 서로를 뜯어먹잖아. 못 죽여서 안달이잖아. \n\n인우\n… \n\n영란\n(수리영을 보며) 너두 다른 것처럼 말하지 마. 니가 먹었던 건 뭐였던 거 같애? 너 스스로 먹었던 거 아냐?! 니 욕망이 그걸 먹게 한 거지. 그 피냄새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거지. \n\n수리영\n… \n\n시니컬 하게 웃는 영란. 슬픔과 분노를 곱씹으며 영란을 쏘아보는 수리영.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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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1. 실내. 해안마을 경찰 지구대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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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1. 실내. 해안마을 경찰 지구대 - 낮\n\n따르르릉- 전화 소리. 느긋하게 앉아 핸드폰 게임을 하는 창모. 전화를 받던 말단 순경이 창모를 본다. \n\n순경\n소장님, 서울서에서 온 전환디요. \n\n창모\n서울? 서울 으데? \n\n순경\n마포서라고 허는디요. \n\n고개를 갸웃거리며 내선 전화를 눌러 전화를 받는 창모. \n\n창모\n예… 비금 출장소 소장 구창모라요. \n\n남자(V.O.)\n예, 여기 서울 마포서 경위 안태현이라고 하는데요. \n\n창모\n…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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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2. 실외. 해안마을 선착장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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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2. 실외. 해안마을 선착장 - 낮\n\n까만색 그랜드카니발에서 짧은 치마 여자 대여섯이 우루루 내린다. 여자들은 동네 술집 분위기 팍팍 풍기는 짙은 화장에 천박한 옷가지들. 운전석에서 내리는 사람은 창모. 처음 보는 평상복 차림이다. \n\n창모\n(여자들에게/ 으스대며) 오늘 하루는 구냥 회에다가 매운탕이나 노나 묵으면서, 섬마을 축제나 요로코롬 즐기고 오면 되아. 선금은 다들 받았제? \n\n여자들\n예… \n\n창모\n잔금은 이따가 다 끝나고 섬에서 나올 짝에, 배에서 줄 텡게 그리 알아. \n\n선착장 쪽을 보는 창모. 낚시 어선 앞에서 황 씨가 손을 흔든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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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3. 실외. 낚시 어선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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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3. 실외. 낚시 어선 - 낮\n\n술집 여자들과 낚싯꾼 무리까지 함께 올라타 배는 만원이다. \n\n황 씨\n(친절하게) 오날은 금월도 축제날이라 뱃삯도 안 받어부러요! 자는 것도 전부 공짜! \n\n낚싯꾼#1\n로또 맞았네. 어떻게 이런 날을 딱 고르냐. \n\n낚싯꾼#2\n내가 잡았다. 다들 나한테 십만 원씩 입금! \n\n좋아라… 희희낙낙인 낚싯꾼들. 술집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황 씨는 껄껄 웃으며 이들을 보다가 선착장에 서 있는 창모에게 다가온다. \n\n창모\n(뚱한 표정) 내 역할은 여그까정. 더이상은 내 손을 따나분 거상근께 알아서들 하쇼. (목소리를 깔고) 당신들 사고를 너무 크게 쳐부렀어! \n\n황 씨\n사고는 뭔 사고? \n\n창모\n금월도 겨들어가 있는 서울 형사놈도 그라고, 우리 본청 형사 둘도 어째 처리해야 할 지를 모르겠당께. 오늘밤 저 가이덜까정 싹 사라지고 나면, 아마 대대적으루다가 수사가 들어올 거요. \n\n황 씨\n(고개를 돌려 배 위 사람들 쪽을 본다) … \n\n창모\n나 오늘 사직서 떤지고 오는 길이어유. 내일 당장 한국 뜰 거상근께. \n\n황 씨\n으데를 갈라고? \n\n창모\n필리핀이제. 되어가는 꼬라지가 아주… 스펙타클 해부러. \n\n황 씨\n(코웃음) …걱정 붙들어 매쇼. 거시기 오늘밤만 지내고 나면 싹 다 해결될 것인께. \n\n창모\n오늘밤이 왜서? 뭔 일이 일어난다고 그라요? \n\n황 씨\n고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고… 촌주 님께서 우리 구 소장도 꼭 데꼬 오라고 그라셨소. \n\n창모\n내가 거길 뭣하러 가 보요. \n\n황 씨\n오늘 같은 날 주역이 빠져불면 되겄소. 촌주 님께서 엄-청시리 큰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셨는디… 구 소장이 안 가면 내가 그거 가져뿔도 괘안겠소? \n\n창모\n(급관심) 엄-청시리 큰 선물? 그기 뭔디요??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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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4. 실내. 동굴 -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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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4. 실내. 동굴 - 낮\n\n으아아아!- 젖먹던 힘까지 다해 쇠사슬을 당겨보는 인우. 급작스레 힘이 빠지며 털썩 주저앉는다. 으하하하… 자포자기 허탈한 웃음… 수리영은 조용히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본다. \n\n인우\n오늘이 너랑 나, 세상 마지막 날이 될 줄이야… \n\n수리영\n… \n\n인우\n왜 내가 너한테 프로포즈를 안 했을까? \n\n수리영\n갑자기 뭔 소리야? \n\n인우\n왜 너랑 결혼을 한다고는 한 번도 생각 안 했을까? 난 그냥 어릴 때부터 너랑 있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거 같애. \n\n수리영\n(쓴웃음) 까딱했음 반인반혈 괴물 남편이 될 뻔 했다. 하늘이 도왔네. \n\n인우\n(웃는다) 생각해보면 할머니 말이 맞는 거일 수도 있어. \n\n수리영\n할머니 아냐. \n\n인우\n(피식) 난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니고, 내일이라도 당장 남남이 될 수 있는 사이잖아. \n\n입가에 쓴웃음을 걸고 수리영을 바라보는 인우. 수리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인우를 쏘아본다. \n\n수리영\n(벌떡 일어나며) 엄마가 돌아가신 지금… 니가 누구보다 내 가족이야. \n\n인우\n… \n\n수리영\n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n\n…하며 있는 힘껏 쇠사슬을 잡아당겨 본다. 역시나 꿈쩍도 않는다. 어디선가 둥-둥-둥- 북소리가 들려온다. \n\nSOUND CONTINUES TO:\n\n105. 몽타주:\n\n…둥-둥-둥- 북소리가 계속 되며 만월제 축제의 순간이 다가온다. \n\n1. 마을 일각(해질녘): 검은색 한복을 각각 챙겨입고 집에서 나와 산으로 향하는 마을 주민들. 일렬로 올라가는 모습들이 이 섬에 그득했던 검은 염소들처럼 보인다. \n\n2. 금월도 선착장(해질녘): 황씨의 낚시 어선이 도착한다. 들뜬 표정의 낚싯꾼들, 술집 여자들이 배에서 내린다. 그런데 창모는 왠지 꺼림직 한 표정. \n\n3. 숲 길(저녁): 줄줄이 걸어가는 수십 명의 검은옷 주민들. 징과 북을 치며… 주술 같은 것을 중얼거리며 “수리영” 비석 옆을 지나간다. \n\n4. 낚시 어선(저녁): 네댓 개의 어창 뚜껑을 전부 열어제치는 황 씨. 안에는 손발이 묶이고 입까지 틀어막힌 또다른 여자들이 십수 명 숨겨져 있다. \n\n5. 숲속 만월제 도당(저녁): 바위 앞 제단 주변 모닥불이 다시 활활 타오르고… 검은옷 주민들은 바위 주변에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서서 기도를 올린다. 제물 용 검은 염소 서너 마리가 끌려와 바위 앞에 묶인다. \n\n6. 검푸른 빛이 짙어진 금월도 저녁 하늘에 꽉 찬 보름달(만월)이 둥실 오른다. \n\n7. 숲속 만월제 도당(저녁): 바위 앞에 재등장 하는 영란 - 이번엔 순결한 흰색 무녀복으로 갈아입었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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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6. 실외. 갯바위 -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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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6. 실외. 갯바위 - 저녁\n\n이제 곧 짙은 어둠이 내려앉을 세상. 갯바위에 철벅거리는 파도… \n\n순간, 사람 손 하나가 바닷물을 뚫고 올라온다. 갯바위를 콱 움켜잡고 바다에서 나오는 사람은… 산들. \n\n겨우 갯바위 위로 올라와 벌러덩 자빠져 눕는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가… \n\n산들\n으아아아!!—— \n\n분노에 괴성을 지르는 산들. 그러다 울컥, 울음을 터트린다. 온갖 회한과 배신감, 울분이 한데 섞인… 서럽게… 서럽게 목 놓아 운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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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7. 실외. 반월 식당 앞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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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7. 실외. 반월 식당 앞 - 밤\n\n짐꾸러미를 들고 식당 문을 나서던 황 씨가 무언가를 보고 허걱- 멈춰선다. 황 씨의 시선을 쫓아서 보는 창모. \n\n식당으로 향하는 마을길을 저벅저벅 올라오는 산들이다. 황 씨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거리를 좁혀온다. \n\n황 씨\n(공포) 니, 니가 어떻게?!… \n\n숨도 제대로 못 쉬는 황 씨. 후다닥 뒤돌아 식당 안으로 뛴다. 영문을 몰라서 보던 창모도 반사적으로 황 씨를 따라간다. 산들, 이들을 향해 휙- 점프하며…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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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8. 실외. 숲속 만월제 도당 - 밤\n\n찬란하게 떠오른 보름달 아래 만월제가 시작된다: \n\n활활 드높이 타오르는 모닥불… 불 주변으로 둥그런 원을 그린 수십 명의 검은옷 신도들. 일렁이는 불빛 때문인지 영혼까지 빼앗긴 광신도처럼 보인다. \n\n잘린 검은 염소 머리를 든 영란이 바위에 피를 흩뿌린다. 그녀의 흰옷은 삽시간에 붉은 피로 물들고, 흰옷에 묻은 피여서 그 색이 더욱 붉게 빛난다. 그에 맞춰 화랭이들도 장구와 북을 더욱 신들린 듯 처댄다. \n\n서서히… 개기 월식이 시작되며 어둠이 둥그렇게 보름달을 먹어가기 시작한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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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09. 다시 반월 식당 앞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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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09. 다시 반월 식당 앞 - 밤\n\n드르륵- 문을 열고 피칠갑을 한 산들이 식당에서 나온다. 창 하나를 들고 있다: 일전 수리영이 봤던 창고 안 제단에 올려져 있던 바로 그 창! 검은 연기 “그분”을 찔러 죽였던 바로 그 흰 사슴뿔 창이다. \n\n산들이 지나간 반월 식당 홀 바닥에 피떡이 된 채 죽어자빠진 황 씨 시체가 보인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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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10. 실외. 숲 속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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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0. 실외. 숲 속 - 밤\n\n헉헉거리는 창모, 사력을 다해 숲속을 뛴다. 사방은 깜깜하고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눈앞을 마구 덮쳐오는 나무 잔가지, 수풀… 공포에 질려 거의 흐느끼듯 숲 길을 뛰어간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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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11. 실내. 도축장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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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1. 실내. 도축장 - 밤\n\n커억-컥- 넘어갈 듯 격한 숨을 몰아쉬며 안으로 들어오는 창모. 하얗게 질린 얼굴, 공포 가득한 눈을 희번득거리며 숨을만 한 곳을 찾는데… 메에에- 메에에- 밖에서는 염소 떼 우는 소리가 기괴하게 들려온다. 어제 수리영과 인우가 몸을 숨겼던 창고 쪽문을 열고 다급히 몸을 숨긴다. \n\n창고 안:\n터져나오려는 숨소리와 울음을 입을 막고 간신히 삼키는 창모. \n\n갑자기 밖이 조용해진다. 창모는 쪽문 손잡이를 꼭 붙들어 잡고 벌벌 떨면서 숨도 제대로 못 쉰다.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시럽 같이 찐득한 액체가 쭈욱- 떨어진다. 손으로 받아보니, 검붉은 피다. 두려움에 떨며 위를 올려다보는 창모. \n\n산들이 천장에 매달려서 창모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다. \n\n창모\n(절망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씨발…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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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12. 실외. 염소 축사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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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2. 실외. 염소 축사 - 밤\n\n도축장 쪽에서 크아아악- 고통에 찬 창모의 비명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날아오자, 검은 염소 떼는 더욱 미친 듯 매에에- 메에에- 울어댄다.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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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13. 실외. 숲 속 만월제 도당 -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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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3. 실외. 숲 속 만월제 도당 - 밤\n\n개기월식이 진행되며 검은 밤하늘에 뜬 보름달이 어둠에 묻혀 거의 사라진다. \n\n탄성을 지르며 웅성이는 검은옷 주민들(육혈귀들). 영란이 신호를 보내자 오늘의 제물들이 제단 앞으로 끌려나온다: 멋도 모르고 섬에 들어왔던 술집 여자들, 낚싯꾼들이 초죽음이 된 상태로 끌려와 제단 앞에 무릎 꿇려진다. 오열하며 살려달라고 애원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들 중 인우 모습도 보인다. \n\n그리고 바위 앞 중앙 제단 위로 끌려나오는 흰옷의 수리영. 사력을 다해 반항해보지만, 바위 앞 두터운 가죽 줄에 손목, 발목이 꼼짝없이 묶인다. 육혈귀들 환호가 더욱 커진다. \n\n영란\n(수리영을 보며) 넌 너 자신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넌 그분께 새로운 생명을 드리기 위해 태어난 영광스런 몸이야! \n\n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손녀를 쓰다듬는 영란. 수리영은 역겨워 하는데… \n\n영란\n내 핏줄, 수리영… 난 평생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 \n\n퉤- 수리영이 할머니 영란 얼굴에 침을 뱉는다. \n\n수리영\n죽어서라도 복수할 거야! 난 당신 핏줄이 아냐! 넌 할머니도 아냐!! \n\n얼굴에 묻은 침을 스윽 닦아내는 영란, 손녀를 보며 시니컬한 미소만 던진다. 그리고 밤하늘을 보며 두 팔을 활짝 펼친다. \n\n그때, 수리영 눈에 잃어버렸던 자기 목걸이가 들어온다: 엄마가 줬던 바로 그 녹각 목걸이! \n\n영란\n우리 모두는 두려워하지만, 그분은 백 년만에 부활하시어 우리 모두를 구원해주실 것이다! 전능하신 우리의 신이시여! 말씀처럼 여기, 죽지 않은 22살의 반인반혈을 바치오니, 약속하셨던 것처럼 부활하소서!! \n\n마치 영란의 외침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칠흑 같이 어두웠던 하늘에서 붉은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에 따라 온 세상도 핏빛 붉은 세상으로 탈바꿈… \n\n오오오- 탄성을 지르는 육혈귀들, 더욱 광분해 방언 같은 소리를 질러댄다. 이제 영란은 양손에 칼을 들고 그분을 부활시킬 마지막 칼춤을 추기 시작한다. \n\n영란\n(간절하게) 백년 동안 당신을 기다려온 우리 모두를 이끌고 인간 세상 위에 군림하게 하소서!! \n\n영란의 외침과 춤에 따라 육혈귀들도 빙의된 듯 몸을 떨고, 방언을 질러댄다. 휘둥그레 충격받은 눈을 뜨고 미쳐 돌아가는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인우. \n\n마침내 쿵!- 하는 파장음과 함께 먼지가 일고, 활활 타오르던 불꽃들이 흩날린다. 그리고 거대한 바위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검은 연기… \n\n영란\n(감동에 부르르 몸을 떨며) 드디어 그분이 오셨도다! 죽은 자의 돌을 뚫고 약속대로 우리를 위해 돌아오셨도다! 우리의 피와 살을 덧씌운 저주가 더이상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기를… 그분께서 말씀하실 것입니다! 두려워말라! 내가 너희를… \n\n순간, 바위에서 새어나온 검은 연기가 수리영의 온 몸을 휘감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수리영: 자기 몸으로 들어오려는 무언가를 거부하려는 듯 죽을 것처럼 몸에 힘을 주고, 꺄아아악- 소리를 질러댄다. \n\n그런 수리영을 보며 더욱 광분해 칼을 휘두르며 춤을 추는 영란. 연기는 더더욱 짙어지며 수리영의 몸 전체를 감싸고 돈다. 있는 힘을 다해 거부하려는 수리영… 도저히 검은 연기를 떨쳐낼 수가 없다. \n\n인우\n지후야! 안돼!!- 김지후!! \n\n극도의 광분에 미쳐돌아가는 육혈귀들. 제물들은 공포에 질려 그저 절망적으로 울기만 한다. \n\n마침내 검은 연기가 수리영의 몸에 전부 흡수되며… 수리영의 눈빛이 스르륵 변한다. \n\n그리고 손과 발에… 목과… 팔, 다리… 얼굴 전체에… 마치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듯 촤르르르륵 검은 먹물로 그린 문양 같은 히브리 문자가 문신처럼 생겨나기 시작한다. \n\n감동에 눈물까지 흘리며 광분하는 육혈귀들. \n\n그렇게 온 몸과 얼굴 전체가 히브리 문자로 뒤덮히는 수리영. 감았던 눈이 번쩍 띄어지며… 두 눈이 그분의 황금빛 눈으로 빛난다! \n\n육혈귀들이 우루루 머리를 조아린다. 수리영 입에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방언… 영란 역시 감격에 눈물을 흘리며 부르르 온몸을 떤다. 떨리는 손으로 수리영의 얼굴을 어루만지려는 바로 그때, \n\n산들(O.S.)\n이야아아아!!!— \n\n괴성과 함께 창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산들. 영란을 향해 흰사슴뿔 창을 있는 힘껏 찔러넣는다: 돌아서던 영란의 가슴팍을 푸욱- 꿰뚫고 들어가는 창끝! 그녀 몸을 통과해 수리영의 가슴팍까지 쭈욱 치고 들어가는데… \n\n인우\n(날카롭게) 안돼!!— \n\n터질 듯 휘둥그레 커진 영란의 눈과 산들의 분노에 찬 눈이 마주친다. \n\n영란\n니, 니가 감히… \n\n창이 자기 몸을 파고들기 직전, 손으로 창을 꽉 붙잡는 수리영, 힘을 꽉 주는가 싶더니… 빡!- 단박에 창대를 부숴버린다. 인간의 힘이 아니다! \n\n대신, 그 옛날 검은 연기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이 뚫린 영란만 털썩 땅바닥에 쓰러진다. 그렇게 허무하게 눈도 못 감고 죽음을 맞는 영란. 너무 놀라 얼음이 되어버린 듯 우두커니 이 광경을 지켜만 보는 육혈귀들. \n\n하지만, 부러진 창을 던져버린 수리영은 태워버릴 듯 산들을 쏘아본다. 분명 검은 연기가 빙의 된 수리영이지만, 그를 향한 분노가 끓어오르는 듯… 순식간에 양손으로 산들의 머리통을 움켜잡는다. 산들은 고통에 발버둥 치는가 싶은데… 도저히 수리영의 완력을 떨쳐낼 수가 없다. \n\n퍽!- 터지는 산들의 머리통 - 핏덩이를 확 튕기며 사라져 버린다. \n\n수리영 얼굴도 산들에게서 흩뿌려진 피로 범벅이 되고… 또다시 파장 같이 퍼지는 수리영의 괴성… 강한 바람처럼 훅- 퍼지는 검은 연기… \n\n날아온 검은 연기가 육혈귀들 귓속을, 콧속을 후욱 파고 드는가 싶더니… 그들 눈 또한 수리영과 같은 황금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n\n갑자기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한다: 피가 튀고, 살이 튄다. 서로의 목을 뜯고, 얼굴과 가슴을 할퀴고, 팔 다리를 마구 물어뜯으며, 괴성과 비명을 질러대며 서로가 서로를 죽여댄다. 제물도, 동족도 가릴 것이 없다. 누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서로의 피와 살을 향한 욕망만 넘칠 뿐이다. \n\n붉은 달 아래, 붉은 세상에서 펼쳐지는 아비규환 핏빛 광란의 지옥도!!\n\n무참하게 뜯기고, 찢어발겨져 죽음을 맞는 육혈귀들… 인간들… \n\n와중, 이 난리통에 포박이 풀린 인우는 영란의 신칼을 양손에 집어들고 사력을 다해 덤벼드는 육혈귀들을 향해 휘두른다. 하지만 역부족, 시체와 시체 더미에 깔려 쓰러지는데… \n\n이 아비규환 지옥도 속 홀로 차분히 이 광경 하나하나를 즐기듯 지켜보는 이가 있다: 바로 수리영이다. \n\nFADE TO BLACK.\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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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ing": "114. 같은 장소 -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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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4. 같은 장소 - 잠시 후\n\n개기월식이 끝나며 다시 보름달에 핏빛이 걷히고 투명한 자기 색을 찾는다. 그러나 그 달빛 아래 드러난 세상은 처참할 뿐이다: 죽어 널부러진 육혈귀와 인간의 시체들… 피가 좁은 내를 이뤄 흐르고, 질퍽한 핏빛 웅덩이도 여기저기 패여있다. \n\n쌓이고 쌓인 시체 더미 사이에서 가까스로 눈을 뜨는 유일한 생존자 인우.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몸을 일으키려는데… 홀로 서서 감상하듯 이 광경을 돌아보던 수리영과 눈이 딱 마주친다. \n\n허걱, 숨을 머금는 인우.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아무 거나 무기 될 것을 잡으려 한다. 그런데 그 손에 잡은 것은 다름아닌… 수리영의 날카로운 흰색 사슴뿔 목걸이! \n\n수리영이 인우를 향해 걸어온다. 피가 흥건한 입을 혀로 스윽- 닦으며… \n\n벌벌 떠는 인우는 채 도망갈 엄두도 못 낸다. 그리고 마치 마지막 생존자를 처치하려는 것처럼, 다가온 수리영이 인우의 머리를 두 손으로 스윽 감싸쥔다. 죽음의 공포에 떠는 인우,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바로 그때, \n\n지후(V.O.)\n가슴을 찔러 인우야! 가슴을 찔러! \n\n어디서 들리는 목소리인지… 영문을 몰라하는 인우. 얼굴을 찡그리며… 수리영은 육체를 점령한 악마와 아직도 싸우는 중. \n\n지후(V.O.)\n제발… 제발 그 목걸이로 내 가슴을 찔러!! \n\n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는 인우, 목걸이와 수리영을 보며 갈등… 수리영은 인우의 머리마저 산들처럼 터트려버릴 요량이다. 두 손에 더욱 힘을 가한다. “으아악!-”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는 인우. \n\n순간, 푹- 인우가 쥔 녹각 목걸이가 수리영의 가슴팍을 깊숙히 파고든다. 수리영의 황금빛 놀란 눈이 터질 듯 커지는가 싶더니… 괴성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수리영. 죽을 듯 온몸을 비틀어대다가… 풀썩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그녀 몸에서 스르륵 빠져나오는 검은 연기… 공중에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동시에 가슴을 꿰뚫은 사슴뿔도 사르륵 재가 되어 사라진다. 쓰러지는 수리영. \n\n인우는 그렇게 쓰러진 수리영을 보면서도 꼼짝 할 엄두를 못 낸다. 터질 듯 격한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수리영만 바라볼 뿐이다. \n\n환하게 꽉찬 보름달이 아름다운 금월도를 비춘다. \n\nFADE TO BLACK.\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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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5. 실외. 금월도 선착장 - 낮\n\n화창하게 푸른 하늘 밑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 인우가 황씨의 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그 뒤를 따라걷는 지후. 두 사람의 얼굴 모두 죽음의 공포를 벗어난 안도감을 감출 수 없다. \n\n인우\n그놈이… 여기 사람들이 백 년 동안 기다렸다는 “그분”인 거지? \n\n지후\n그분은 무슨… 그놈은 그냥 악으로 가득찬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봐. \n\n인우\n… \n\n지후(계속)\n애초부터 그 사람들 구원해줄 생각은 하나도 없었던 거야. 자길 위해서 그들을 희생한 거지. 순수한 악마야. \n\n인우\n(끄덕이며) 마을 사람들만 불쌍하게 됐네. \n\n지후\n글쎄… 그들도 그들 믿음에 책임을 진 거지 뭐. \n\n인우\n(다시 끄덕인다) … \n\nCUT TO:\n\n황 씨의 낚시 어선에 먼저 올라탄 인우가 지후를 향해 손을 내민다. 손을 뻗어 인우 손을 잡으려던 지후. 돌연 손을 내린다. \n\n인우\n(의아한 듯) 왜? \n\n지후는 당장 대답을 않고 잠시 무언가를 깊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인우를 보며 씁쓸한 웃음이다. \n\n지후\n나 아무래도 같이 못 갈 거 같애. \n\n인우\n뭐?! 왜?! \n\n지후\n(잠시 주저)… 난 지후가 아닌 수리영으로 살아야 될까봐. \n\n인우\n!! \n\n지후, 선착장 저쪽, 섬 쪽으로 눈짓을 한다. 인우가 지후의 시선을 쫓아 섬쪽을 본다. 그리고 아… 하는 표정… \n\n반월 식당 앞, 지후의 고기를 뺏어먹었던 그 아이들이 쪼로록 서 있다. 인간의 아이들과 다름없이 두 사람을 향해 천진한 표정의 아이들. \n\n인우가 지후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지후 역시 인우를 보며 쓴웃음이다. \n\n인우\n너 쟤들이 자라면 뭐가 될 지 몰라? \n\n지후\n알아. 근데 아직은 모르잖아 \n\n인우\n… \n\n지후\n엄마가 그랬어: 나 땜에 괴물이 아닐 수 있었다고… \n\n인우\n그러셨지. \n\n지후\n괴물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배워서 자라는 거 같애. \n\n생각하다가… 끄덕이는 인우. 더이상은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러지 말라고… 함께 가자고… \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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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xt": "116. 실외. 낚시 어선 - 낮\n\n금월도를 막 벗어난 낚시 어선이 힘차게 육지로 향한다. 인우가 금월도 쪽을 돌아본다. \n\n지후는 여전히 선착장에 서서 멀어지는 인우를 바라본다. 빙그레 애써 웃는 얼굴이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육지를 보는 인우의 눈가에는 울컥 눈물이 맺힌다. \n\n금월도가 멀어진다. 반짝이는 물결에 둥실 떠있는 금월도는 여전히 천국 같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n\n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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