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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eaned_text": "사랑했지만\n각 본 육상효 심형섭 정일\n본 시나리오의 저작권은 명필름문화재단에 있습니다.\n법적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n\n\n등장인물\n\n광석\n천재 보컬리스트. 가난하지만 화목한 집안의 막내아들.\n\n창기\n천재 작곡가. 사랑에 서툰 낭만주의자. 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n\n승찬\n노래도, 작곡도 잘하는 노래 운동의 리더.\n\n영숙\n광석의 첫사랑.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의식있는 여대생.\n\n선경\n창기의 뮤즈. 신방과 수석에 퀸카.\n\n준호\n동물원 멤버로 창기의 음악적 라이벌이자 친구.\n\n경찬\n동물원 멤버로 키보드 담당.\n\n민기\n공연장 학전 대표이자 포크음악의 전설.\n\n혜수\n시를 잘 쓰는 연합메아리 막내.\n\n그 외 지훈, 창완, 광석 아버지 등..\n\n\nS#1. 학전소극장, 대기실 - 안 – 밤\n\n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대 뒤편의 광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n\n자막: 1991년 7월, 학전 소극장\n\n민기가 들어온다.\n광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n\n광석\n안녕하세요.\n\n민기\n혼자 하는 공연 처음이라 떨리지? 평소대로 해. 말하듯이.\n\n광석\n해보겠습니다.\n\n민기\n자, 시간 됐다. 가자\n\n민기가 광석의 등을 토닥이며 두 사람 무대로 나간다.\n무대 옆에서 민기는 남고 광석만 혼자 걸어간다.\n한 발 한 발 광석의 동작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n소극장에 관객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n긴장하는 광석의 얼굴에서.\n\nS#2. 광돌이 전파사 – 안/밖 – 아침\n\n자막: 1982년 3월, 서울 창신동\n\n허름하지만 정겨운 동네 전파사. 선반마다 고장난 라디오, 선풍기, 전축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아버지가 작업대에서 라디오를 고치다가 등교하는 광석이 손을 내밀자 주머니를 뒤져 구겨진 천 원짜리 한 장을 내민다. 출근 준비 중이던 둘째 형 광복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n\n광석\n아버지, 점심 먹고 친구들과 커피도 한잔해야 하는데...\n\n아버지, 쯧하며 한 장을 더 건넨다.\n\n광석\n(기타 가방 메면서) 다녀오겠습니닷!\n\n광석, 전파사를 뛰쳐나온다. 가파른 창신동 산동네 계단을 기타 메고 총총 내려온다. 골목길 가다 어르신 리어카가 계단 앞에서 걸려 있는 걸 발견한다.\n망설임 없이 리어카를 밀어 올려드리는 광석. 어르신이 고맙다는 손짓을 하자 광석은 해죽 웃는다. 장발의 수수한 얼굴이 빛난다.\n\nS#3. 명지대 캠퍼스 – 밖 – 낮\n\n카메라가 봄날의 캠퍼스를 질주한다. 광석과 함께 각종 서클을 홍보하는 학생들의 고함소리가 시끄럽지만 정겹다.\n\n기독교청년회\n샬롬! 하나님은 형제를 사랑하십니다!\n\n연극부\n부조리극을 통해서 부조리한 세상을 파헤쳐보자!\n\n유도부\n신입생은 일 년간 술이 공짜!!\n\n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잠깐씩은 얘기를 듣다가 손사래를 치며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광석. 그러다 시계를 보고 수업에 늦었는지, 뛰기 시작한다.\n\nS#4. 명지대 강의실 – 안 – 낮\n\n학생들 앞에서 강의 중인 교수.\n\n교수\n경제란 인간의 삶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그럼 이걸 다루는 경영학이란 무엇이냐? 개별 경제주체들의 활동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n\n교수가 보면, 계단강의실 학생들 사이로 돛단배의 돛처럼 기타가 둥실둥실 떠간다.\n\n교수\n야, 거기 돛단배처럼 떠가는 놈 뭐야?\n\n광석\n(벌떡 일어나며) 네! 경영학과 1학년 김광석입니다. 교수님\n\n교수\n경영학과 학생이 기타는 왜 메고 다니나?\n\n광석\n아르바이트 땜에...\n\n교수\n음성 용역을 제공하고 금전을 제공받는군. 자, 빨리 자리 하나 찾아서 앉으시죠.\n\n학생들 웃고, 빈자리로 가서 앉는 광석.\n교재를 준비 못 했는지 눈치를 보다 기타 가방에서 스포츠신문을 꺼낸다.\n\n프로야구 출범 기사가 실린 앞면을 넘겨 십자 낱말 퀴즈를 푸는 광석\n\nS#5. 음악 카페 프로미넌트, 사무실 – 안 – 밤\n\n사무실 한쪽에 텔레비전이 켜져 있다.\n‘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뉴스가 나온다.\n(INSERT) 불에 그을린 미문화원 건물 앞에서 보도하는 기자.\n\n기자 (O.S.)\n오늘 오후 2시경 부산대학교 약대생 최인순과 부산여대 재학생 김지희는 부산시 대청동 부산미국문화원 건물 정문을 배회하다가 미국문화원의 담장을 넘어 잠입했습니다.\n\n업소부장\n(TV를 보다가) 대학생들이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미문화원에 불을 질러?\n\n광석\n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노래나 하는 저는요?\n\n업소 부장, 망설이다 만원 한 장을 더 보태서 광석 앞에 내민다.\n광석, 돈을 받으려 할 때 살짝 손을 뒤로 빼는 부장\n\n업소부장\n지훈이 후배라서 한 장 더 주는 거야. 손님 많을 땐 이용이처럼 나긋나긋한 걸 불러. 니미 산울림은...\n\n광석, 업소부장이 쥔 돈을 어렵게 빼서 셔츠 앞 주머니에 넣는다.\n\n광석\n산울림이 어때서요?\n\n업소부장\n봐라, 임마, 여긴 손님이 주로 삼십 대 중반이잖아, 애들 노래나 부르면 되겠냐? 그리구 가수가 옷이 그게 뭐냐? 남대문 가면 부르뎅 아동복이라도 좀 사 입어!\n\n그때, 웨이터가 들어오며\n\n웨이터\n야! 광돌아! 전화!\n\n광석\n부장님은 안색이 안 좋으시네? 개부랄티 좀 사먹으세요\n\n업소부장\n뭐? 이 자식이!\n\n광석, 화난 부장을 피할 기회를 잡은 듯, 낼름 카운터로 가서 전화를 받는다.\n\n(CUT TO)\n카운터에서 전화를 받는 광석.\n업소 소음에 큰 목소리로, 한 귀를 막고\n\n광석\n누구? 경찬아! 고고팅? 그건 내 전공이지!\n\nS#6. 월드팝 고고장 – 안 – 밤\n\n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 흐르는 고고장. 신나게 춤을 추는 남녀 대학생들.\n홀 테이블. 맥주를 홀짝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는 광석.\n\n(CUT TO)\n스테이지에서 범생이 같이 뿔테 안경을 쓴 창기\n마른 몸매의 준호와 함께 광석이 어설픈 폼으로 몸을 흔들고 있다.\n\n광석, 미팅 온 여학생들을 흘끔대다가 예쁘장한 여학생 앞으로 가서 구애하듯 춤을 춘다.\n여학생, 코웃음 치며 사이드 스텝으로 광석에게서 멀어져 간다.\n광석 이번엔 철 지난 디스코 춤사위로 다른 여학생 앞에 가지만, 그 여학생도 광석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다른 곳으로 스텝을 밟으며 사라진다. 에라 모르겠다, 이제 혼자 막춤을 추는 광석\n\nS#7. 종로 학사주점 - 안 – 밤\n\n막걸리와 김치찌개, 두부김치, 도토리묵을 놓고 광석, 창기, 준호, 경찬이 무리 지어 앉아 있다. 자욱한 담배 연기\n\n창기\n호구조사 촌스러운 거 아는데, 쪽팔리니까 빨리 끝내자. (준호에게) 너부터.\n\n준호\n(느끼) 고대 물리학과 82학번 유준호입니다.\n\n창기\n같은 학번끼리 말 놓자. 나는 연대 의대 김창기. 얘는...\n\n경찬\n(시크) 박경찬. 연대 정외과\n\n창기\n얜 원래 말이 짧아. (광석을 보며) 그리고...\n\n광석을 바라보는 일동\n\n광석\n명지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가수 지망생 김광석, 예명 김광돌\n\n창기\n가수? 야, 그럼 너 지금 노래 하나 해봐!\n\n(CUT TO)\n광석이 기타를 친다.\n\n광석\n옛날 옛날 내가 살던 작은 동산엔\n늘 푸른 동산이 하나 있었지\n거기엔 오동나무 한 그루하고 같이 놀던 소녀 하나 있었지\n\n거칠지만 만만치 않은 성량\n일행들이 광석의 노래를 듣는다.\n\n(CUT TO)\n창기가 따라준 소주를 마시는 광석. 곧장 잔을 비우고 창기에게 내민다.\n\n창기\n나의 기타 이야기 역시 창식이 형이 노래는 잘 만들어\n\n광석\n잘 알아?\n\n창기\n아니, 전혀 몰라. 노래 잘 만들면 다 형이지. 근데 너 노래 좀 한다.\n\n경찬\n거봐, 내가 잘 한다고 했잖아.\n\n준호\n근데 니가 만든 노랜 없냐?\n\n광석\n(머쓱해져서) 오늘은 안 가져왔어.\n\n창기\n노래가 뭐 도시락이냐? 갖고 오고 말고 하게? 너 우리 합평회 올래?\n\n광석\n합평회?\n\n창기\n각자 만든 곡 발표하고, 서로 욕하고 싸우는 거지. 술 마시면서…\n\n광석\n어디서 하는데?\n\n창기\n신촌 굴다리 밑에 무진기행이라는 카페 있어. 회비 천 원 오케이?\n\n광석\n신입회원 할인은 없냐?\n\nS#8. 연세대 도서관 앞 야외테이블 - 밖, 낮\n\n학생들이 백양로를 오가는 밝은 봄날\n벤치에 앉아있는 창기가 건너편 길을 걸어가는 한 여학생(선경)을 쳐다보고 있다.\n광석이 뛰어오다가 창기를 발견하고 손을 들면서 소리친다.\n\n광석\n창기야~\n\n하염없이 여학생을 바라보던 창기가 화들짝 놀라며.\n\n창기\n어? 왔어?\n\n광석\n(창기의 노트를 쳐다보며) 뭐 써?\n\n창기\n어.. 가사가 생각나서....\n\n이때 도서관 옥상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n\n시위학생1\n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물러가라!\n\n광석과 창기, 고개 돌려 도서관 옥상 쪽을 바라보면 한 학생이 구호를 외치며 전단을 날린다. 그를 제지하는 교직원.\n광석과 창기 앞을 지나 도서관 입구로 뛰는 십수명의 학생들\n\n학생들\n(달려가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물러가라!\n\n학생들 뒤로 사복 경찰들과 교직원들이 시위 학생들을 해산시키려 달려간다.\n달려가던 사복 경찰 한 명이 광석과 부딪히며, 광석이 넘어진다.\n바닥에 나뒹구는 기타가방. 광석 기타가방을 열면 기타 넥이 부러져있다.\n창기가 깨진 기타와 연행되는 학생들을 얼빠진 표정으로 번갈아 지켜보는 광석에게,\n\n창기\n광석아, 내가 말 안 했구나. 오늘 합평회 취소됐어.\n\n애들이 다 일이 있대.\n\n광석\n그래? 그럼 너 나랑 술이나 얻어먹으러 갈래?\n\nS#9. 코스모스 비어홀 – 안 – 밤\n\n감미로운 노래가 흐르는 어두운 조명의 가게 안. 문을 열고 들어서는 광석과 창기. 구석 테이블에 앉아 생맥주를 마시던 지훈이 광석을 보자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n\n지훈\n야, 광돌!\n\n광석\n네, 형 오늘 노래 안 해요?\n\n지훈\n내 무대는 진즉에 끝났지. 왜 그렇게 죽을 상을 하고 있어?\n\n광석이 말없이 기타 케이스를 들어올린다. 광석이 손으로 툭 치니 얇은 가죽 케이스의 긴 목 부분이 힘없이 아래로 처진다.\n\n광석\n기분도 그지 같고 형 노래 듣고 싶어서 왔는데.\n\n지훈\n후후, 짜식, 술 먹으러 왔으면서.\n\n광석\n헤헤, 여긴 고팅에서 만나 친구 된 김창기인데요. 작곡을 진짜 잘해요.\n\n지훈\n고팅 친구?\n\n광석\n창기야 인사해. 우리 교회 성가대 선배 지훈이 형.\n\n창기\n안녕하세요.\n\n지훈\n(잠시 창기를 그윽하게 본다) 이 친구 얼굴이 딱 곡 잘 쓰게 생겼네.\n\n광석\n곡 잘 쓰는 얼굴은 어떤 얼굴이에요? (창기를 가리키며) 이런 큰 바위 얼굴?\n\n지훈\n인생의 쓴맛을 아는 얼굴이야.\n\n광석\n일단 맥주 쓴맛부터 좀 보면 안 될까요?\n\n지훈,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곤, 웨이터에게 손짓하며 맥주를 가져다 달라는 사인을 보낸다.\n\n(CUT TO)\n생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 광석이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조명을 받으며 노랠 부르는 한 남자, 승찬이 김민기의 <저 부는 바람>을 부르고 있다.\n\n승찬\n누가 보았을까 부는 바람을~\n\n아무도 보지 못했지, 저 부는 바람을, 누가 들었을까, 저 부는 바람을, 아무도 듣지 못했지, 저 부는 바람을~\n누가 알았을까 아픈 이 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지 이 아픈 마음을~\n\n지훈, 승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광석에게\n\n지훈\n지난주 우리 술집 가요제 장원이야.\n\n광석\n(시선을 거두며) 오오.. 엄청 잘하네요?\n\n지훈\n반 프로지! 노래도 잘하고 곡도 잘 써. 저 노래 부른 김민기 하고도 잘 안다던데?\n\n승찬을 보는 광석의 시선에 부러움이 가득하다.\n\n(CUT TO)\n맥주잔을 챙겨 든 지훈이 승찬을 데려와 앉히며,\n\n지훈\n여기는 내가 아끼는 음악 하는 동생들. (승찬에게) 이 자식이 네 노래 듣고 반했대. 자, 인사들 나누라고~\n\n광석\n안녕하십니까. 김광석이라고 합니다.\n\n창기\n김창기입니다.\n\n승찬\n네, 정승찬이올시다\n\n지훈\n승찬이가 80학번이니까 너네보다 2년 선배일걸?\n\n광석\n노래 좋던데요, 제목이 뭐예요? ...형?\n\n승찬\n저 부는 바람\n\n광석\n바람도 해처럼 저무나요? 저녁 바람인가?\n\n승찬\n아니 저 부는 바람, 저무는 아니고\n\n승찬 손에 어느새 메아리 책이 들려 있다.\n책 한 페이지를 펼쳐 광석에게 보여준다.\n<저 부는 바람> 악보다.\n광석과 창기, 책을 잡고 악보를 보면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n\nS#10. 낙원상가 악기점 – 안 – 낮\n\n광석, 기타케이스를 환자처럼 매대에 누인다.\n지퍼를 열고 안에서 기타를 집어든다.\n목이 떨어진 기타 바디가 올라온다.\n\n광석\n참혹한 사고가 났어요\n\n주인\n음..경추 5번 6번이 나갔네...\n\n광석 바닥을 보면, 기타케이스에서 떨어진 책 한 권 <메아리> 노래집\n\n(CUT TO)\n작업대에서 주인이 부러진 넥의 양쪽에 접착제를 바르고 있다.\n광석은 의자에 앉아 <메아리>를 뒤적인다. 시도 적혀 있고, 악보도 있다.\n<못생긴 얼굴>이라는 악보에서 손을 멈추는 광석. 호기심이 생긴 듯 가사를 유심히 본다.\n\n광석\n(웃으며) 제목이 왜 이래? 완전 코미디네?\n\n광석이 기타 코드를 눈으로 한 번 쓱 훑곤, 옆에 전시된 기타를 집어드는데\n\n주인\n그거 비싼 거니까 다른 걸로 쳐라.\n\n광석\n에이~ 걱정 마세요.\n\n광석, 노래를 시작한다.\n\n광석\n열 사람 중에서 아홉 사람이 내 모습을 보더니 손가락질해~\n그놈의 손가락질 받기 싫지만 위선은 싫다 거짓은 싫어~\n못생긴 내 얼굴~ 맨 처음부터 못생긴 걸 어떡해~\n\n한껏 재미가 붙은 광석, 신이 나서 노래를 이어 부르며,\n\n주인(O.S)\n야 그거 치지마라니까!\n\n광석 잠시 눈치를 보다가 다시 노래를 이어간다.\n\n광석\n니네는 큰집에서 네 명이 살지 우리는 작은집에 일곱이 산다~\n그것도 모자라서 집을 또 사니 너네는 집이 많아서 좋겠다~\n하얀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우리 집도 하얗지~\n\n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지고, 진지해지는 광석.\n\nS#11. 못생긴 내 얼굴 몽타주\n\n광석의 노랫소리 계속 들리며,\n\n1. 산동네 계단. 노란 가로등이 비추는 창신동 산동네.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광석.\n\n광석(O.S.)\n며칠이면 우리 집이 헐리워진다~ 쌓아 놓은 행복들도 무너지겠지~\n\n2. 공장 옆. 미싱 하청공장이 한 집 건너 들어와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 광석. 문을 열고, 불을 환하게 밝힌 공장에서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분주하게 들린다.\n\n광석(O.S.)\n오늘도 그 사람이 겁주고 갔다~ 가엾은 우리 엄마 한숨만 쉬네~\n\n3. 광석의 집 앞. 좁은 골목길 끝에 있는 허름한 이층집 대문 앞에 광석 멈춰선다.\n\n4. 광석 집 마당.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선다. 좁은 마당 한 켠의 수돗가에서 세수하는 아버지. 부엌에선 어머니가 저녁 준비로 부산하다.\n광석이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다녀왔습니다’ 하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응대를 한다. 광석,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작은 건넛방으로 들어간다.\n\n5. 광석의 방, 벽에 기대서 기타로 마지막 부분의 노래를 부른다.\n\n광석\n개새끼 개새끼 나쁜 사람들 엄마 울지 마세요~\n\n광석,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이다.\n노래집을 다시 들어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거칠게 인쇄된 주소가 보인다.\n‘연합메아리, 혜화동 카톨릭회관, 207호’\n\nS#12. 카톨릭회관 복도 – 안 – 낮\n\n동아리 방들이 늘어선 실내를 걸어가는 광석. 한 문 앞에 멈춘다.\n출입문 상단에 적힌 호실을 확인한다. 207호. 잠깐 망설이다 문을 연다.\n\nS#13. 카톨릭회관, 207호 – 안 – 낮\n\n광석 들어선다.\n10평 남짓한 방, 연합메아리 회원 예닐곱 명이 커다란 책상에 모여 앉아 세미나를 하고 있다. 한쪽 구석의 칠판에는 ‘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이란 구호가 적혀 있다. 광석, 뻘쭘하게 서 있는데, 앉아 있던 승찬이 광석을 알아보곤,\n\n승찬\n어? 저무는 바람! 웬일이야?\n\n(CUT TO)\n광석이 눈치껏 유인물을 살펴보면, ‘대학연합노래패 <연합메아리> 사회과학 세미나 제13차. 도시빈민과 농민의 계몽 방향 연구’란 유인물이 보인다.\n단정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여학생 영숙이 발제 중이다.\n\n영숙\n도시빈민과 농민의 차이는 농민이 자신의 생산수단을 소량으로나마 가지고 있지만, 도시빈민은 산업화의 여파로 농촌에서 축출된 농민들이 도시의 최하부 노동을 담당하면서 형성된 기층 민중들로 문제는 문화가 어떻게 이런 부분들을 견인하고, 일종의 문화적 평등을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인데.....\n\n다른 여학생 혜수가 발제를 잇는다.\n광석, 영숙과 혜수의 발제를 생소하게 지켜보다가 승찬에게 묻는다.\n\n광석\n형, 노래동아리 아니에요?\n\n승찬\n뭘 알아야 부르지.\n\n승찬, 눈짓으로 유인물에 집중하라고 광석을 채근한다.\n\nS#14. 대학로 중국집 – 안 – 밤\n\n앉은뱅이 상을 놓고 둘러앉은 연합 메아리 회원들\n자욱한 담배 연기\n그 연기 너머로 한 여학생이 무반주로 노래를 부른다. 영숙이다.\n\n영숙\n어두운 비 내려오면\n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 있네\n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n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n\n세찬 바람......\n\n광석이 영숙을 본다. 완전히 몰입해서 본다.\n\n혜수\n김민기 선배님 노래야, 좋지?\n\n혜수가 어느새 광석의 옆에 와 있다.\n\n광석\n네? 누구세요?\n\n광석이 보면 생글생글 귀여운 여학생이 보고 있다. 혜수다.\n\n혜수\n난 박혜수, 같은 학번이니까 우린 동기네\n\n광석, 혜수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영숙을 본다.\n\n혜수\n81학번 송영숙, 내 직계 선배야. 이대 작곡과.\n\n노래를 부르던 영숙이 광석을 보면, 얼굴이 빨개진 광석.\n\nS#15. 야학 교실 – 밤\n\n‘제5회 민들레 야학 졸업식’이란 손글씨 현수막이 붙어있는 칠판.\n광석, 영숙을 비롯한 연합메아리 회원들이 단상에 서 있다.\n그 앞에 선 깔끔한 정장 차림의 승찬,\n\n승찬\n이 노래 만드신 분도 야학 교사를 하셨었는데, 학생 한 분이 낮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엔 졸음을 쫓아가며 공부를 열심히 했답니다. 그래서 졸업도 했고요. 그 학생이 자기가 어렵사리 공부한 그런 감정을 글로 적었대요. 근데 그 글을 보니 너무 좋더래요. 그래서 그 글에다가 곡을 붙이셨다고 하시더군요. 그 노래가 바로 <그루터기>입니다. 마지막 곡으로 준비했습니다.\n\n승찬의 손짓에 맞춰 노래를 시작하는 연합메아리 회원들.\n\n합창\n천년을 굵어 온 아름등걸에~ 한올로 엉켜 엉킨 우리의 한이~\n고달픈 잠 깨우고 사라져 오면~ 그루터기 가슴엔 회한도 없다~\n\n눈시울이 붉어지는 졸업생들. 어느새 눈물바다가 된다.\n영숙, 울음을 참지 못하는 여공 한 명을 발견한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목에 매고 있던 손수건을 풀어 그 여공에게 슬쩍 건넨다. 여공이 놀란 눈으로 영숙을 보자, 영숙은 그냥 앞을 보며 계속 노래한다. 함께 노래 부르면서 그런 영숙을 곁눈으로 지켜보는 광석.\n\nS#16. 카페 무진기행 – 안 – 낮\n\n모여 앉아 각자 기타를 퉁기고 있는 광석, 창기, 준호, 경찬\n한쪽 구석 TV에서, 전두환 일본 방문 뉴스가 나오고 있다. 뻥 뚫린 광화문 광장을 달리는 대통령 전용차가 환송 나온 군중 사이를 지나는 화면이 보인다.\n\n앵커(O.S.)\n전두환 대통령은 출국인사를 통해 피해자로서 쓰라린 과거를 잊기 어려운 감정이 아직도 우리 가슴속에 앙금처럼 남아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n\nTV 화면 속, 환송 나온 정부 인사들과 악수를 하는 전두환.\n창기가 TV를 보고 있는 광석에게\n\n창기\n광석아, 선경이한테 고백하려고 만들었는데 한번 들어볼래?\n\n광석\n선경이가 누구냐?\n\n창기\n나의 뮤즈\n\n광석\n어 자식! 뮤즈도 있어?\n\n창기\n예술가는 당연히 뮤즈가 있어야지? 넌 없어?\n\n광석\n어? 나?\n\n준호\n신방과 수석에 퀸카,\n\n광석\n아냐. 작곡관데?\n\n창기\n니가 선경이를 알아?\n\n광석\n선경? 어? 아니...\n\n준호\n허허 자식, 김선경은 신방과고, 걔가 울린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던데, 여기 피해자 한 명 또 생기겠구나\n\n창기가 신경 안 쓰고 <변해가네>를 부른다.\n\n창기\n생각한 그대로를 말하고~\n계속 그 길로만 움직이며~\n어느 누가 함부로 말해도~ 뒤돌아보지 않으며~\n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만 가려고도 하지만....\n\n약간 어설프고, 창기 목소리도 점점 작아진다.\n광석은 계속 영숙을 생각하는 표정이다.\n\n준호\n(히죽 웃으며) 뮤즈 영감이 끊겼나? 아직 미완성이지?\n\n창기\n(머리를 긁적이며) 가사 정리가 덜 됐어\n\n준호\n(놀리듯) 그래서 아직 유치하구나\n\n광석\n왜 난 좋은데?\n\n창기\n역시 광돌이랑 나랑은 필이 통해\n\n준호\n니들이 진짜 좋은 게 뭔지 모르는구나\n\n준호가 기타를 쥐고 코드를 짚어본다. 능숙하게 코드를 연주하며 손을 푼 준호, 한 박자 뜸을 들이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부르기 시작한다.\n\n준호\n말하지 못하는 내 사랑은~ 음~ 어디쯤 있을까~\n\n(기타줄을 튕기며) 소리 없이 내 맘 말해볼까~\n울어 보지 못한 내 사랑은~\n어디쯤 있을까~ 때론 느껴 서러워지는데~\n\n경찬\n노래 좋다! 진짜 니가 만든 거야?! 제목이 뭐야?\n\n준호\n(거만하게) 말하지 못한 내 사랑.\n\n광석\n좋긴 한데, 군부독재정권은 저렇게 왜놈들이랑 손을 잡으려 하고 그 사이에 노동자랑 도시 빈민들은 매판자본의 질곡에서 헤매고 있는데 우리가 이런 사랑 타령이나 하는 게 진짜 맞는 거냐?\n\n분위기 싸해지며 일동, 광석을 쳐다본다.\n\n창기\n얘 왜 이러냐?\n\n준호\n어제 뭐 잘 못 먹었냐? 작곡 못하는 열등감을 이상하게 표현하네\n\n광석\n아니 자식들아! 그냥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답답해서. 말하지 못한 건 내 사랑이 아니고 파쇼 타도지!\n\n분위기 더 싸해진다. 일동, 침묵.\n광석 나간다.\n\nS#17. 전주 전동성당 – 안 – 낮\n\n성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객들.\n역사적 사실을 보여주는 슬라이드 사진들이 단상 위 스크린에 보여진다.\n남자들은 구식 양복, 여자들은 간편한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 있다.\n\n승찬\n1945년 3월, 각급 학교 모든 수업 중지. 전 학생 식량 증산과 군수 생산에 동원.\n\n영숙\n45년 6월, 15세 이상 60세 이하의 남자, 17세 이상 40세 이하의 여자로 국민의용전투대 편성.\n\n광석\n전선에서 패주하는 일본군 한국인 노무자 여자 정신대 학살.\n\n혜수\n패전 후까지 미에키엔, 교토 등지에서 한국인 살해. 사할린 광산에서는 조선인 노무자 수백 명 광내 감금 후, 다이너마이트로 집단 학살.\n\n광석\n일본에 강제 징용되었던 조선인 3천 7백 명 우키시마호로 귀국 도중 일본 해군에 의해 격침.\n\n혜수는 건반을, 광석은 기타를 잡고 반주를 시작한다.\n조명이 밝아지면, 무대 위에서 <녹두꽃>을 부르는 승찬.\n\n승찬\n빈 손 가득히 움켜쥔 햇살에 살아~\n벽에도 쇠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n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 속의 깊고 깊은~\n\n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n날이 갈수록 홉뜨는 거역의 눈동자에~\n\n무대 옆, 객석 속 사복경찰과 노래하는 승찬을 번갈아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영숙. 관객들은 숨죽이고 노래에 집중한다.\n광석 기타를 치면서 영숙과 노래에 몰입한 승찬을 번갈아 본다.\n영숙 곁으로 다가오는 원장수녀, 객석의 사복경찰을 눈여겨보다가\n\n원장수녀\n우리가 초청한 행사니깐 문제가 돼도 우리가 잡혀갈 겁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공연에만 집중해 주세요.\n\n영숙\n수녀님들 잡혀가시는 거 저희들도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n\n영숙을 보며 원장 수녀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짓는다.\n광석의 시선으로 스테인드그라스를 통과한 빛이 영숙에게 떨어진다.\n\nS#18. 기차 객석 – 안 – 낮\n\n달리는 기차 안. 4인 동반석에 광석과 승찬, 영숙과 혜수가 마주 보고 앉아있다. 영숙의 시선으로 보이는 차창 밖의 논과 밭.\n승찬은 잠든 듯하고, 혜수는 시집을 읽고 있다.\n창밖을 보고 있는 영숙을 흘끔거리며 바라보는 광석.\n\nS#19. 서울역 앞-밖-저녁\n\n각자 짐을 들고 마주보고 있다.\n\n승찬\n난 다음 공연 문제로 사람들을 좀 만나기로 했는데\n\n영숙\n우리가 짐 갖다 놓고 갈게요. 형. 가서 일 보세요.\n\n승찬\n그래, 그럼 좀 부탁해.\n\n승찬 간다.\n가방을 이고 지고 선 영숙과, 광석, 혜수\n\n혜수\n언니, 이 슬라이드 언니네 거죠?\n\n영숙\n응, 우리 아빠 거\n\n혜수\n그럼 광돌이가 그 슬라이드 박스 들고 영숙 선배랑 가. 내가 다른 거 써클룸에 갖다 놓고 갈게요\n\n광석\n무거울텐데....\n\n혜수\n하나도 안 무겁네. 갈게. 하하하. 이봐요. 거뜬하죠?\n\n혜수는 거의 짐에 파묻혀서 비틀거리며 걸어간다.\n광석이 멋쩍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n\nS#20. 영숙 집 앞 골목 – 밖 – 밤\n\n가로등이 비추는 연희동 주택가 골목.\n광석이 슬라이드 박스를 들고 영숙과 나란히 걷는다.\n\n광석\n누나, 전 진짜로...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n\n영숙\n좋은 노래가 어떤 노랜데?\n\n광석\n들으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귀가 먹먹하고, 머리가 띵하고... 갑자기 확! 딴 세상으로 가버리는... 그런 노래 있잖아요. 누나는 어떤 노래가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요?\n\n영숙\n좋은 노래라... 소박한 거. 단순한 거. 솔직한 거. 나는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가 좋아. 너 그거 잘 할 거 같은데?\n\n광석\n(눈이 빛나며) ...정말요?\n\n영숙\n그리고 작곡도 해봐. 싱어송라이터가 되려면 작곡도 해야 하잖아.\n\n광석\n제 친구 창기는 작곡을 기똥차게 하거든요. 걔는 일단 가사가 생각나면, 곡은 막 나온대요. 두루마리에서 화장지가 풀리는 것처럼요. 저도 제대로 작곡을 배워서 진짜 가수가 되고 싶어요.\n\n진지한 표정의 광석을 바라보는 영숙.\n2층 양옥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영숙과 광석.\n\n영숙\n다 왔어. 여기가 우리 집이야.\n\n광석, 생각보다 크고 좋은 영숙 집을 바라보며 입을 헤, 벌린다.\n살짝 주눅이 들지만 애써,\n\n광석\n와! 집 좋다! 거봐요~ 둘이 같이 오니까 금방 왔잖아요.\n\n영숙, 미소 지으며 광석이가 건네는 슬라이드 박스를 받는다.\n\n영숙\n그것도 둘이 같이 해보자. 작곡 공부\n\n두 사람 바라본다.\n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람이 마주 보고 선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불어간다.\n\nS#21. 카페 무진기행 앞 – 밖 – 밤\n\n지하로 내려가는 카페 입구에 전지로 만든 ‘한마당 창작곡 발표회’ 포스터가 붙어있다. 삼삼오오 카페로 들어가는 대학생들\n\nS#22. 카페 무진기행 – 안 – 밤\n\n선경이 들어온다. 아름다운 대학생 모습.\n선경을 발견한 창기가 광석에게 사인을 주면 광석, 선경에게 다가간다.\n\n광석\n안녕하세요, 선경 씨 맞으시죠?\n\n선경\n(어리둥절) 네,... 저 아세요?\n\n광석\n창기 친구 광돌이라고 합니다. 창기가 제일 예쁜 여자분이 선경 씨라고 했거든요. 이리루 오시죠.\n\n지정석 테이블로 선경을 안내하는 광석.\n테이블 위에 놓인 ‘지정석’ 팻말을 치우고 선경에게 의자를 빼준다.\n선경의 등장에 무대에 선 창기와 친구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다.\n\n준호\n네, 다음은 또 하나의 친구, 김창기의 무대입니다. 변해가네.\n\n무대 위, 조명을 받으며 서 있는 창기가 선경에게 미소를 짓는다.\n아무것도 모르는 선경은 환하게 손을 흔들어준다.\n손에 난 땀을 바지에 쓱 닦아내곤, 기타 연주를 시작하는 창기.\n\n창기\n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n그 누가 뭐라 해도 돌아보지 않으며~\n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가려 했지~\n\n광석이 손으로 조정되는 핀 조명 하나를 선경에게 돌린다.\n선경 주위로 조명이 밝아진다. 놀라는 선경. 주위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하곤, 창기와 선경을 향해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n\n창기\n그리길지 않는 나의 인생을~\n혼자 남겨진 거라 생각하며~\n누군가 손 내밀며 함께 가자 하여도~\n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고집했지~\n\n창기, 노래를 이어간다.\n못 이기는 척, 활짝 웃는 선경.\n\nS#23. 연대 여학생 기숙사 앞 – 밖 - 밤\n\n꽃다발을 든 선경과 나란히 걷고있는 창기.\n기숙사 입구에 다다르자, 창기가 대신 들고있던 선경의 책을 건넨다.\n\n창기\n들어가.. 피곤하겠다.\n\n선경\n(시계를 보더니) 통근까지 30분 남았는데.. 좀 앉아있다 들어갈까?\n\n(CUT TO)\n가로등 불빛이 덩그러니 떨어지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창기와 선경\n창기가 슬쩍 손을 올려 선경의 어깨에 손을 올릴까 말까 하는데\n선경, 스르륵 창기의 품에 머리를 기댄다.\n\n선경\n(눈을 감으며) 아, 편하다..\n\n창기\n...?!\n\n빨라지는 창기의 심장박동.\n창기, 들고있던 손으로 조심스레 선경의 어깨를 감싼다.\n자기 품에 안긴 선경을 바라보는 창기, 행복하다.\n\nS#24. 연희동 영숙집 마당 – 밖 - 낮\n\n전기작동으로 문 여는 소리가 지잉 하고 들리고 광석이 마당으로 들어선다.\n높은 담장에 감춰졌던 잔디 깔린 너른 마당이 펼쳐진다. 세련된 외관의 고급 주택. 2층 테라스에서 영숙이 내려다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든다.\n주눅 든 광석도 위를 올려다보며 손을 흔든다.\n영숙이 ‘내가 그리로 내려갈게’ 라고 입 모양과 손짓으로만 말하고 안으로 사라진다. 빈 테라스를 계속 보고 있는 광석.\n그 빈공간에 남은 영숙의 잔영을 음미하듯.\n\nS#25. 연희동 영숙집, 영숙 방 – 안 – 낮\n\n책장과 단정하고 예쁜 침대가 놓인 영숙의 방, 책상 위의 과일 접시.\n업라이트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영숙과 광석.\n영숙, 다양한 코드를 짚어보며 손을 풀어본다.\n\n영숙\n일단 화성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정식으로 배우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속성으로 가르쳐줄게. 메이저 코드는 5 더하기 4만 기억해.\n\n광석\n5 더하기 4요?\n\n영숙\nC 메이저. (건반을 짚으며) 그럼 도부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기를 짚고, 짚은 데서부터 다시 하나, 둘, 셋, 넷! (음을 쳐보며) 도~미~솔~ 이렇게...\n\n메이저 코드를 여러 번 눌러보는 영숙.\n영숙을 따라 한 옥타브 위에서 세 개의 건반을 눌러보는 광석.\n\n(CUT TO)\n피아노 앞에 앉아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는 영숙.\n기타를 잡은 광석이 보고 있다. 영숙, 연주를 멈추더니,\n\n영숙\n베토벤의 월광이야. 코드도 배웠으니까 이 곡도 기타로 칠 수 있겠지?\n\n광석\n클래식은 잘 모르는데….\n\n영숙이 다시 천천히 <월광 소나타> 도입부를 연주하자, 광석, 기타를 잡고 아르페지오 기법으로 연주해본다. 뚝딱거리는 광석의 손가락. 광석의 템포에 맞춰 자연스레 속도를 늦춰주는 영숙. 얼추 비슷한 음이 나오면서 영숙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광석을 본다.\n\n광석\n기타는 교회에서 지훈이 형한테 좀 배웠어요.\n\n천천히 두 사람의 화음이 맞기 시작한다.\n\nS#26. 신촌 거리 – 밖 – 낮\n\n피아노와 기타가 합주하는 월광소나타가 계속 흐른다.\n새로 산 갈색 가죽 재킷에 청바지를 차려입은 광석의 경쾌한 발걸음.\n나란히 걸어가는 광석과 영숙. 두 사람 모두 말이 없다.\n‘신촌레코드’ 간판이 보이자, 광석, 끌리듯 가게로 들어간다.\n쇼윈도 너머로 앨범 한 장을 집어 계산하는 광석을 바라보는 영숙.\n신이 난 표정으로 가게 문을 나와, 앨범을 영숙에게 건네는 광석.\n\n광석\n수업료입니다. 선생님\n\n싱긋 웃으며 앨범을 받아드는 영숙. 밥딜런의 프리휠링 앨범이다. 표지엔 갈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밥 딜런이 연인 수지와 팔짱을 끼고 걷고 있다.\n\n영숙\n어? 진짜 갖고 싶었던 앨범인데.\n\n(CUT TO)\n광석이 영숙과 팔짱을 끼고 걷고 있다.\n밥 딜런의 프리휠링 앨범 표지 속, 밥 딜런과 연인 수지를 흉내 내는 두 사람.\n\n광석\n(영숙의 팔짱을 더 끌어당기며) 더 밀착해야 해요.\n\n영숙\n이 정도면 됐지…. 얼마나 더 가까이하라는 거니?\n\n광석\n저한테 기대서 걷는다는 느낌으로요. 누나는 나한테 기대고, 나는 누나에게 기대고…. 여기 이 앨범 사진을 좀 보세요.\n\n영숙\n(광석에게 더 기대며) 됐지?\n\n기분이 좋아진 광석, 옷깃을 한껏 세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n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환하게 웃는 두 사람. 행복해 보인다.\n\nS#27. 연희동 영숙집 거실 – 안 – 밤\n\n영숙이 들어오면 강렬한 불빛이 영숙을 비춰서 눈을 뜨기가 힘들다.\n\n영숙부\n너, 이 사진들이 다 뭐냐?\n\n영숙이 돌아서보면 노래극의 슬라이드 화면이 문쪽 벽에 투사돼 있다.\n\n영숙\n노래극이라고요. 이건 자료 사진들이고요.\n\n영숙모\n너 전주 공연 때문에 아버지 연구실로 정보과 형사들이 왔었단다.\n\n씩씩거리던 영숙부, 주방으로 가 가위를 꺼내온다.\n\n영숙모\n이 사람이 무섭게 왜 그래요?! 영숙아! 너 빨리 올라가!\n\n영숙모가 영숙을 방으로 밀어 넣지만, 영숙은 꿈쩍 않고 서 있다.\n영숙의 머리에 가위를 들이대는 영숙부\n영숙모가 놀라서 가위를 뺏는다.\n\n영숙부\n머리카락을 다 잘라버려야, 창피해서라도 못 돌아다니지!\n\n영숙\n창피한 건 아빠가 이러는 거라구요.\n\nS#28. 번화가 건물 앞 – 밖 - 낮\n\n광석이 화단 턱에 앉아서 걱정스런 얼굴로 담배를 피고 있다.\n\n남자 목소리(off)\n거 담배 한 까치만 빌립시다\n\n광석 돌아보면 낡은 바바리로 몸을 감은 초췌한 남자가 있다. 김민기다.\n옆에는 막걸리병이 있고, 손에는 종이컵이 있다.\n광석, 담배갑에서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를 꺼내준다.\n민기가 담배를 물고 표정으로 불을 붙여달라 말한다.\n광석이 불을 붙여준다.\n민기가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n\n민기\n돗대는 나라님도 안 준다는데, 고맙소.\n\n광석\n머 괜찮아요\n\n남자\n이거 꼭 갚겠수다\n\n광석\n그러시든가요\n\n광석이 일어나서 남자와 막걸리병을 힐끗보고, 담배를 비벼 끈 후 건물로 들어간다. 무심하게 종이컵을 비우는 남자\n\nS#29. 녹음실 – 안 – 낮\n\n부스 안에서 악보를 들고 목을 풀고 있는 멤버들.\n한 남자가 들어온다. 갑자기 징장하는 멤버들.\n\n멤버들\n(합창으로)안녕하십니까!\n\n남자가 건성으로 인사에 답하고 의자에 앉는다. 김민기다.\n\n민기\n어! 안녕. 녹음 준비됐어?\n\n광석이 부스 안에서 승찬에게 귓속말을 한다.\n\n광석\n저 분은 누구예요?\n\n승찬\n김민기 선배. 아침이슬 김민기 몰라?\n\n광석이 놀라서 본다.\n부스 밖의 김민기가 광석을 보며 막걸리 종이컵을 들어 보인다.\n\n민기\n자, 슬슬 가 봅시다\n\n(CUT TO)\n부스 안에서 혜수를 포함한 여자 회원들이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를 부르고 있다.\n\n여자합창\n채석장에 돌 깨는 소리~ 공사장에 불도저 소리~\n무언가 무너지는 소리~\n대포집에 술잔 들이는 소리~ 취한 사람 젓가락 소리~\n아쉬운 밤 깊어만 가는 소리~\n빌딩 가에 파이프 소리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소리\n모두가 바쁜 그 소리~\n\n민기가 부스 밖에서 손을 들어 정지시킨다. 안으로 들어온다.\n\n민기\n기 시계소리 효과음이 필요할 것 같은데\n\n다들 어떡하나 하고 서로 보는데, 어디선가 똑딱 소리가 들린다.\n광석이 자기 볼을 쳐가며 만드는 소리다.\n\n민기\n흐흐 비슷한데?\n\n광석\n(차렷 자세를 하며) 넵! 열심히 해보겠습니다.\n\n(CUT TO)\n다시 노래를 부른다.\n\n여자합창\n빌딩 가에 파이프 소리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소리\n모두가 바쁜 그 소리~\n새마을호 날아가는 소리 자가용차 클락숀 소리\n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n\n광석이 마이크 앞에서 계속 볼을 두드리고 있다.\n\n민기\n자, 더 동요같이 재밌게 불러야지, 한 번 더 가자\n\n여자합창\n빌딩가에 파이프 소리~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소리~\n모두가 바쁜 그 소리~\n\n민기\n오케이, 조금만 더 스타카토로! 다시 가자\n\n여자합창\n새마을호 날아가는 소리~ 자가용차 클락션 소리~\n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n\n광석 열심히 볼을 두드리고 있고,\n\n민기\n오케이 좋았어! 다음 곡 가자!\n\n민기 광석을 보면, 광석 한쪽 뺨이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다.\n민기가 광석을 향해서 자기 볼을 두드리고, 엄지를 치켜올린다.\n광석, 벌게진 얼굴로 웃으며 인사한다.\n\nS#30. 연희동 영숙집 앞 – 밖 – 낮\n\n대문을 열어주는 영숙 모. 혜수를 보자 반색한다.\n\n혜수\n언니가 통 연락이 안 돼서 걱정돼서요.\n\n영숙모\n그래, 고맙다... 며칠째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밥도 안 먹어서 걱정했는데, 네가 말 좀 붙여 봐.\n\n혜수\n어머니, 그럼 제가 언니랑 산책이라도 다녀올까요? 오는 길에 밥도 같이 먹고 올게요.\n\n영숙모\n(웃으며) 그래 줄래?\n\nS#31. 놀이터 – 밖 – 낮\n\n혜수와 나란히 걸어 나오는 영숙.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다.\n\n영숙\n오랜만에 바깥 공기 쐬니깐 살 거 같네.\n\n혜수\n언니한테 말 안 한 거 있어.\n\n놀이터 구석에서 영숙을 바라보는 광석.\n혜수가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고.\n광석이 천천히 걸어와 영숙 앞에 선다.\n\n(CUT TO)\n놀이터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광석, 영숙.\n\n영숙\n집에 전화했었지?\n\n광석\n네...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어요?\n\n영숙\n(고갤 젓는다) 그냥 엄마가 전화 받는 소리 들었어….\n\n광석\n그것 때문에 또 혼난 거 아니죠?\n\n영숙\n(고갤 젓는다) 미안, 연락 못 해서\n\n영숙, 천천히 모자를 벗자 듬성듬성 잘린 단발머리가 드러난다.\n\n영숙\n흉하지?\n\n광석\n아니요.\n\n영숙\n거짓말\n\n광석\n머리가 짧으니 누나 꼭 존 바에즈 같아요. 밥 딜런 연인.\n\n영숙\n그럼 넌 밥 딜런이 되고 싶은거니?\n\n광석이 영숙을 보고 웃는다. 영숙도 같이 미소 짓는다.\n\n광석\n답답했을텐데, 저랑 바람 쐬러 갈래요?\n\n영숙\n일찍 와야 되는데...\n\n광석\n안 멀어요.\n\nS#32. 국립묘지 – 밖 – 늦은 오후\n\n국립묘지, 묘비들 사이길을 걸어가는 광석과 영숙\n\n광석이 어느 묘비 앞에서 선다. 묘비에는 ‘육군 대위 김광동’이라 쓰여있다.\n광석이 소주를 한 잔 따라 놓고, 담배에 불을 붙여서 묘비 위에 놓는다.\n\n(CUT TO)\n\n묘비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광석, 영숙\n\n광석\n큰형이에요. 휴가 나와서 상견례도 하고, 결혼 준비 다 마치고 복귀하셨거든요. 그런데 며칠 안 돼서 군대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큰형님이 돌아가셨다고…. 연탄가스 때문이라는데... 벌써 3년 전이네요.\n\n영숙\n힘들었겠구나.\n\n광석\n집안의 기둥 같았던 형이 떠나고, 집안 사정은 더 안 좋아졌어요. 나는 음대 가는 걸 포기했구요.\n\n영숙\n....\n\n광석\n누가 죽는다는 건 절대로 그 사람을 다시 못 보는 거더라구요. 그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웃음도, 듬직한 어깨도, 다, 영원히, 사라지는 거더라구요\n\n영숙\n개구쟁이처럼 웃고만 다녀서 몰랐네.\n\n광석\n그때부터 일부러 더 히죽히죽 자꾸 웃었어요. 그러다보니 애들이 하회탈이라고 불렀어요.\n\n광석이 영숙을 보고 하회탈처럼 히죽 웃는다.\n영숙이 그런 광석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꼭 안아준다.\n잠시 침묵. 광석이 영숙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작게 말한다.\n\n광석\n누나가 안 보여서 불안했어요.\n\n말이 없다. 해가 저물기 시작한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어있다.\n\nS#33. 학림다방 – 안 – 낮\n\n구석 테이블에 앉아 작곡 중인 승찬. 그 옆에 신문이 펼쳐져 있다.\n신문기사 제목\n‘대학생 전방입소 반대 시위 중 서울대 김세진군 운명, 이재호군 위독’\n\nS#34. 망원동 새벽 사무실 앞 – 밖 – 낮\n\n낮은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길.\n허름한 4층짜리 건물 앞에 트럭 한 대가 서 있다.\n차에서 책상을 내려 지하 계단으로 천천히 나르는 승찬, 광석, 영숙, 혜수\n\n승찬\n계단 조심하고!\n\n광석\n(계단을 내려가며) 아래 한 명 더 내려와야 될 거 같은데!\n\n영숙이 재빨리 계단 아래로 내려가 광석 옆에서 책상을 받쳐 든다.\n지하 계단으로 천천히 내려가는 책상.\n광석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n\nS#35. 망원동 새벽 사무실 – 안 – 낮\n\n제법 넓은 공간에 책상, 의자 세트와 책장, 피아노, 오디오 기기 등 집기들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책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짜장면을 먹는 광석, 영숙, 승찬.\n\n승찬\n나야 대학 졸업했다고 노래패 그만둘 것도 아니고, 취직할 생각도 없으니까 본격적으로 해보는 거지. 교문 밖에도 노래패가 필요할 때가 됐잖아?!\n\n영숙\n승찬 형 정도의 노래 만드는 실력이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애요. 저도 함께 할게요\n\n광석\n(다급하게)저도 할게요.\n\n승찬의 표정이 진지해진다.\n\n승찬\n새벽! 어떠냐? 노래패 이름. 역사의 새벽이라는 의미로...\n\n광석\n좋네요. 새벽, 역사의 새벽\n\n영숙\n형이 하려는 일이랑 맞을 거 같아요. 노래가 새벽을 열어가는 거죠.\n\n승찬\n음악도 대학 동아리 수준을 넘어서야지. 곡도 더 만들고 해서 공연 올리자!\n\n영숙\n형이 새로 만들 노래들이 기다려지네요. 뭐라도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n\n승찬\n광석이도 솔로 하나 하자.\n\n광석\n(놀라서) 제가요? 솔로를요?\n\n승찬\n당연하지. 니가 앞으로 우리 새벽 간판 가순데.\n\n광석이 벅찬 얼굴로 승찬과 영숙을 바라본다.\n\nS#36. 카페 무진기행 – 안 - 낮\n\n창기가 술을 마시고 있다.\n선경이 들어와 창기 앞으로 온다.\n\n선경\n여기있었구나.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n\n창기\n...\n\n선경\n오늘 학교 안 갔어? 의대 친구들이 나한테 찾아왔었어.\n\n창기\n새끼들 우정에 아주 성실하구나. 난 유급당했다.\n\n선경\n유급당한 건 다음 학기에 다시 회복하면 돼! 문제는 그거 땜에 니가 이러고 있는 거야!\n\n창기\n근데 아직 정리가 안되네.\n\n선경\n뭐가?\n\n창기\n내가 의대를 다녀야 할 이유, 내가 살아야 할 이유.\n\n선경\n(기가 막히다) 이유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n\n창기\n넌 이유가 안 중요해? 죽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거야.\n\n선경\n(화가 난다) 우리가 만나야 할 이유는? 그건 정리됐어?\n\n창기가 비로소 그 말에 놀라서 선경을 본다.\n\n창기\n유급당하니까 이젠 만나기 싫어졌어?\n\n선경\n(일어서며) 창기야. 유급도, 의대도, 우리 관계도, 지금 네가 감당 못하는 게 너무 많아. 근데 지금 그런 애기 같은 징징거림은 또 뭐니? 이렇게 무책임한 너를 더 만나야 할 이유가 없네. 앞으로 내가 널 찾아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n\n선경이 벌떡 일어나 돌아서 간다. 창기가 바라보고만 있다.\n\nS#37. 망원동 새벽 사무실 – 안 – 밤\n\n사무실 가구들이 제자리에 놓여있고, 벽은 계란판으로 나름대로의 흡음장치가 되어있다. 영숙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 산하에>를 부르는 광석.\n\n광석\n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n\n승찬\n그만!!\n\n영숙과 광석이 멈칫한다.\n\n승찬\n너무 건조하잖아. 깊은 울분과 통곡을 가슴에 감춘 듯, 그런 벅찬 감정이 나와야 된다구! 자, 다시.\n\n머쓱한 표정의 광석. 영숙이 피아노를 다시 치자 광석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n\n광석\n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n\n승찬\n그만! 대중가요 창법도 좀 버리자.\n\n광석\n네?\n\n승찬\n노래에 진심이 담기려면 정확하게 발음도 하고, 공명을 좀 더 줘야해.\n\n광석이 당황하고, 영숙도 당황한다.\n\n승찬\n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n\n광석\n네..... (침울한 얼굴) 고생하셨습니다....\n\n승찬\n아참 그리고 광석아, 다음에 올 때 카세트플레이어 하나 구해 올 수 있니?\n\n광석\n네, 알겠습니다. 제가 구해서 가져 오겠습니다.\n\n광석이 가방을 챙겨 나간다.\n\nS#38. 노래 연습 몽타주\n\n광석의 노래가 들린다. <이 산하에>.\n\n1. 창신동 산꼭대기. 광석이 발성을 위해 소리를 지른다.\n주민1\n야 이 미친 새끼야! 잠 좀 자자!\n\n2. 광돌이 전파사. 광석이 볼펜을 입에 물고 노래를 부른다.\n\n3. 골목길. 밤길을 걸으며 흥얼거리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가사를 외우는 광석. 지나가는 행인이 이상하게 쳐다본다.\n\n4. 광석 방. 자다가 벌떡 일어나 어둠 속에서 노래 한 소절을 불러보고 다시 쓰러져 잔다.\n\nS#39. 창기의 집, 거실 – 안 – 낮\n\n창기의 유급 통지서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창기의 아버지가 통지서를 들고 한참 읽다가, 탁 내려놓는다.\n\n창기 아버지\n(창기를 한번 보더니, 싸늘하게) 한심한 놈!\n\n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창기, 그 자리에 서 있다. 텅 빈 거실에 창기 혼자.\n\nS#40. 도서관 앞, 밖 - 낮\n\n선경이 스터디를 하는 남학생들과 도서관을 나서며 밝게 웃고 있다.\n창기가 가방을 메고 멀리서 보고 있다.\n\nS#41. 기차 객차 사이 출입구 – 안 – 낮\n\n달리는 열차의 출입구 계단에 앉아 있는 창기\n창밖으로 흐린 하늘과 들판이 흘러간다.\n소주를 마시다가, 생각난 듯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다.\n\nS#42. 바닷가 절벽 – 밖 – 낮\n\n바닷가 벼랑에 선 창기\n밑을 내려다보면 아찔함에 현기증이 난다.\n\nS#43. 민박집 객실 – 안 – 밤\n\n좁은 방 안.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작은 책상 등을 켜고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있는 창기.\n선경과 함께 찍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n활짝 웃고 있는 선경과 창기의 행복했던 한때의 모습\n수십 개의 수면제 알약들과 빈 소주병들이 올려져 있다.\n창기가 눈물을 훔치며 편지지 첫 줄에 제목을 쓴다.\n\n‘유서,\n선경아, 나는 이제 더 이상 너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한다.\n차가운 너의 이별의 말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n\n창기가 고개를 흔들고, 유서를 구겨서 휴지통에 던진다.\n\n(CUT TO)\n\n창기가 다시 쓴다.\n\n‘유서,\n기억할 수 있는 너의 모든 것,\n너의 사랑 없인 더 하루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은데’\n\n창기가 약간 고개를 갸웃한다.\n건너방에서 한 소년의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n\n소년(O.S.)\n엄마! 엄마!\n\n창기, 무슨 일인가 싶어 문밖으로 시선을 돌린다.\n\nS#44. 민박집 주인방 – 안 – 밤\n\n창기가 뛰어 들어온다.\n아줌마가 쓰러져 있고, 주변에 농약병이 어지럽게 굴러다니고, 어린 소년이 그 옆에서 울고 있다.\n\n창기\n(아이에게) 119! 신고부터 해!\n\n소년\n아부지가 전화기 부셔서 고장났어요...\n\n부서진 전화기를 본 창기, 쓰러진 주인아줌마를 보고 눈의 초점을 확인해본다.\n옅은 호흡이 있는 것을 확인하곤, 재빨리 아줌마를 들쳐 업는다.\n\nS#45. 해변 도로 – 밖 – 밤\n\n아줌마를 업고 마을을 내달리는 창기. 땀이 비 오듯 흐른다.\n앞장서 뛰던 소년과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는 창기.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보니 차마 걸음을 멈출 수 없다. 고갯길에 다다르자 마주 오는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보인다. 사력을 다해 소리치며 필사적으로 손을 흔드는 창기. 트럭이 창기의 코앞에서 멈춘다.\n\nS#46. 시골 병원 – 안 - 밤\n\n응급조치된 아줌마가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다.\n연결된 기기에서 정상적으로 바이털 사인이 나오고 있다.\n소년이 두려운 얼굴로 훌쩍거리고, 창기가 옆에 서서 보고 있다.\n\n의사\n(창기를 보고) 예후를 지켜봐야 되겠지만.. 응급조치는 잘 이루어졌습니다.\n\n창기가 소년의 어깨를 잡고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n소년이 꾸벅 인사를 한다.\n\nS#47. 병원 앞 - 밖 - 밤\n\n창기가 병원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온다.\n병원 마당에 광석이 기타를 메고 서 있다.\n창기와 눈이 마주치자 하회탈처럼 히죽 웃는다.\n\nS#48. 동해 해변 – 밖 – 밤\n\n모래사장을 적시는 잔잔한 파도.\n해변에 나란히 앉아 새우깡에 소주를 마시는 광석과 창기.\n\n광석\n좋은 일 했네.\n\n창기\n웃기지? 죽으러 와서 사람 살렸다니까.\n\n광석\n넌 의사가 천직인가보다.\n\n창기\n가수는 아니냐? 근데 죽으려고 왔는데, 나 왜 노래를 쓰고 있냐? 유서를 써야지 왜 노래를 쓰고 있냐고?\n\n광석\n넌 유서를 쓰긴 쓴 거야. 거기에 자꾸 코드를 붙이고 있어서 그렇지. 키키키.\n\n(CUT TO)\n\n광석이 기타를 잡고 앉아서 종이 한 장을 보면서 <사랑의 썰물>을 부른다.\n\n광석\n차가운 너의 이별의 말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n내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마치 말을 잃은 사람처럼\n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가는 너를 지키고 있네\n어느새 굵은 눈물 내려와 슬픈 내 마음 적셔주네\n\n창기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n\n광석\n드럽게 좋네. 넌 실연 더 많이 당해라. 당하면 이런 명곡이 나오잖아.\n\n창기\n(눈물을 닦으며) 그게 다 내가 피흘린 값이다 너도 조심해. 함부로 말하다가 내 꼴 당한다.\n\n광석\n자식, 그 와중에 내 걱정까지? 올라가자. 피 흘렸으니까 선지국 사주께\n\n두 사람 일어선다. 킬킬거리며 걸어간다.\n\nS#49. 광돌이 전파사 – 앞 – 밤\n\n금성 카세트 레코드를 들고 나오던 광석.\n비가 오는 걸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 우산을 가져와 펼쳐들고 카세트를 껴안고 걷는다.\n\nS#50. 망원동 새벽 사무실 – 안 – 밤\n\n영숙과 승찬이 마주 앉아 있다.\n영숙이 악보를 보면서 콧소리로 멜로디를 따라해보다가\n\n영숙\n슬프지만...이상하게 힘이 있네요. 어떻게 이런 멜로디, 가사를 쓸 수 있어요? 형은 정말 천재 같아요\n\n승찬\n천재는 무슨...영숙이 보이스톤을 생각하며 썼으니까 꼭 좀 불러줘야 돼\n\n영숙\n너무 좋은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n\n승찬\n슬프면서도 단단한 영숙이 목소리가 꼭 필요해. 그래야 세진이를 제대로 보낼 수 있어.\n\n영숙\n과나 써클 후배들도 다 따르는 좋은 사람이라고 들었어요\n\n승찬\n그래, 세진이 내가 아끼는 과후밴데, 세진이가 그날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을까, 자꾸 그 생각이 들어.\n\n승찬이 눈물을 흘린다.\n영숙이 애틋한 표정으로 승찬을 바라보다. 손수건으로 승찬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깨를 토닥인다. 승찬이 영숙의 가슴에 기댄다.\n영숙이 승찬의 등을 쓰다듬는데, 승찬이 고개를 들어 영숙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 영숙 살짝 고개를 돌린다. 승찬의 입술이 영숙의 뺨을 스친다. 이내 입맞춤하는 두 사람.\n녹음기를 들고 들어오던 광석. 이 모습을 보고 굳어버린다. 승찬은 광석을 보지 못한다. 영숙의 방향에서만 광석이 보인다. 영숙, 놀라서 광석을 보고만 있다. 광석, 소리 없이 사무실을 나간다.\n\nS#51. 반지하 계단 – 안 - 밤\n\n영숙이 뛰쳐나온다.\n문 앞에 금성 카세트플레이어가 얌전히 놓여있다.\n\nS#52. 노량진 길 – 밖 - 밤\n\n비가 더 거세게 내리는 길을 광석이 간다.\n부모님이 돌아가시기나 한 것처럼 엉엉 통곡을 하면서 간다.\n\n광석\n흐어엉! 엉엉! 흐어엉!\n\nS#53. 선술집 – 안 - 밤\n\n광석이 혼자 소주를 따라 마신다.\n마시면서도 징징 울고 있다.\n선술집 주인 아주머니가 이상한 눈으로 본다.\n\nS#54. 망원동 새벽 사무실 – 안 – 밤\n\n누군가 이리저리 부딪히는 거친 발소리가 들린다.\n거칠게 문을 따고 들어온다.\n불을 켜면, 광석이 서 있다.\n술에 취한 얼굴이다.\n영숙과 승찬이 있던 소파는 비어 있다.\n광석 봉지에 든 술과 안주를 내려놓고 보면 카세트레코더가 얌전히 테이블에 놓여 있다.\n광석이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n음악이 나온다. 영숙의 목소리\n\n영숙(효과)\n그날은 오리라, 자유의 넋으로 살아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n\n광석이 영숙의 노래를 들으며 혼자 술을 마신다.\n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신다.\n\n(CUT TO)\n\n테이프는 멈춰 있고,\n취해 잠들어 있는 광석\n바닥엔 벌써 물이 흥건하게 차 있고 창문 틈 사이로 계속 물이 흘러내린다.\n\n(CUT TO)\n\n반지하 현관 앞. 쉴 새 없이 들이치는 빗물이 현관 손잡이까지 차올랐다.\n\n(CUT TO)\n\n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악보와 잡동사니들. 어느새 소파에 누워있는 광석의 얼굴까지 물이 차올랐다. 차가운 촉감에 그제야 잠에서 깬 광석, 물에 잠긴 사무실을 보곤 깜짝 놀란다.\n광석, 허겁지겁 현관문을 열려고 하지만,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는다.\n떠다니는 나무 스툴을 집어 들고 창가로 힘겹게 걸어가는 광석. 스툴을 들어 올려 필사적으로 창문을 내리치는 광석. 하지만, 깨진 유리창으로 빗물이 더욱 거세게 들이친다. 빗물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광석.\n프리휠링 앨범이 둥둥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곤, 앨범을 낚아채려 손을 뻗는다. 물은 금세 턱 밑까지 차오르고, 광석은 천정으로 고개를 내밀어 겨우 숨 쉴 공간을 확보한다. 이젠 죽었구나 싶은 순간,\n쾅! 쾅! 쾅!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n\n소방관(O.S.)\n안에 사람 있어요?!! 계세요?!!\n\nS#55. 망원동 새벽 사무실 앞 – 밖 – 밤\n\n헐레벌떡 뛰어오는 영숙. 깨진 반지하 창문 사이로 물을 빼내고 있는 모습을 황망하게 바라본다. 영숙, 구급차 앞에서 담요를 쓰고 벌벌 떨고 있는 광석을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와 광석을 살핀다.\n\n영숙\n광석아! 괜찮아?\n광석, 영숙을 물끄러미 바라본다.\n\n광석\n나는 뭐예요 누나한테?\n\n영숙\n(한참 광석을 보다가) 광석아, 난 네가... 좋은 후배이자 친구라고 생각해.\n\n광석이 일어나서 모포를 벗어놓고 허깨비처럼 걸어간다.\n영숙이 광석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본다.\n\nS#56. 기독교 100주년기념관 앞 - 밤\n\n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n\nS#57. 기독교100주년기념관 – 안 - 밤\n\n사회자\n계속해서, 새벽을 대표하는 가수 김광석 군이 부르는 이 산하에를 들려드리겠습니다.\n\n어두운 조명이 밝아지면, 무대에 홀로 서 있는 광석.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n영숙의 신디사이저 전주가 시작되고, 승찬의 비장한 기타 선율이 곁들어진다.\n광석, 천천히 입을 떼며,\n\n광석\n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n\n광석의 정확한 발성과 탁 트인 목소리가 공연장 안을 꽉 채운다.\n회한의 정서가 오롯이 묻어나는 광석의 노래에 압도당한 관객들.\n객석에 앉아있던 광석의 가족들과 민기도 광석의 목소리에 집중한다.\n광석이 영숙을 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n광석, 마치 사랑과 실연의 감정을 토해내듯 노래를 부른다.\n\n광석\n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어든~ 목메인 그 함성소리 고요히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 부는 묘지 위에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n\n승찬이 연주하면서 영숙과 광석을 번갈아서 본다. 그 표정이 미묘하다.\n\n광석\n폭정에~ 폭정에~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에 횃불 아래~ 벌거숭이 산하에~\n\n광석이 노래를 마치자,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n광석,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면,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n광석을 바라보는 영숙.\n끝까지 그 시선을 외면하고 앞만 바라보는 광석\n(F.O.)\n\nS#58. 광석집, 광석 방, 거리 – 안 – 낮\n\n광석, 늦잠에서 일어난다.\n부스스한 얼굴, 방 여기저기에는 소주병과 과자봉지들이 구른다.\n방을 둘러본다.\n한 구석에 넘어져 있는 기타를 본다.\n창 커튼 틈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밀려든다.\n그 햇살이 광석의 책상 위에 있는 가족사진 위를 비춘다.\n광석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삼 형제의 단란한 사진.\n광석, 그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냥 앉아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n마당의 작은 화분들 위로 지나가는 바람, 그 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들,\n마당 가 작은 빗물 홈으로 흘러가는 빗물, 빗물과 함께 흘러가는 꽃씨들\n\n광석(화면 밖)\n창유리 틈으로 스미는 햇살이 오래된 사진 위를 스칠 때~ 오래된 예감처럼 일렁이는 마당에 키 작은 나무들~\n\nS#59. 거리 – 밖 – 낮\n\n광석(화면 밖)\n지친 회색 그늘에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 파도처럼~ 노래를 불렀지만 가슴은 비어, 그대로 인해 흔들리는 세상....\n\n젖은 담배를 물고,\n우산도 없이 무엇에 홀린 것처럼 흐느적거리며 걸어가는 광석.\n회색 하늘, 우산을 들고 걷는 사람들.\n\nS#60. 카페 무진기행 – 안 – 낮\n\n탁자 위에 술병이 여러 병 놓여있고,\n창기와 준호, 경찬 등이 모여서 무언가 신나게 얘기하고 있다.\n광석이 들어선다. 친구들이 놀라며 광석을 맞는다.\n\n경찬\n새끼 꼼짝도 안하다가 이게 얼마만이냐. 술 먹는다니까 나왔구나.\n광석이 히죽 웃는다.\n\n창기\n김창완 형님이 <사랑의 썰물> 좋다고 다른 곡 없냐고 하더라. 데모 테입을 한 번 만들어보래. 노래만 좋으면 우리도 음반 내줄 수 있대.\n\n경찬\n오 한 번 해보자!\n\n준호\n좋아. 광석아, 너도 같이 하자.\n\n광석\n난 노래 안 한다니까?\n\n경찬\n그럼 뭐, 기타 반주라도 할래?\n\n광석\n술 주면 녹음은 해줄게. (자조적으로 픽 웃으며) 내가 광돌이 전파사 녹음담당이야\n\nS#61. 가평 별장 – 안 – 밤\n\n거실 창밖으로 시원한 호수 풍경이 보인다.\n창기가 <잊혀지는 것>를 부르고 있다.\n\n창기\n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 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황금빛 물결 속에 부드러운 미풍을 타고서 손에 잡힐 것만 같던 내일을 향해~\n\n친구들은 연주하고 있고,\n광석은 술 마시면서 비스듬히 소파에 누워 심드렁한 표정으로 친구들을 보다 가 창기의 노래에 표정이 진지해진다.\n광석 앞에 카세트플레이어가 있다.\n\n창기\n야, 잠깐 스톱!\n\n광석이 스톱 버튼을 누른다.\n\n창기\n여기 키보드 좀 다시 가보자. 너무 경쾌하게 누르지 말고 조금 부드럽게\n\n경찬\n아 미안. (키보드를 만지며) 그럼 이렇게?\n\n창기\n아니, 그게 아니고, 좀 더 부드럽게.\n\n준호\n야야야, 그럼 내 거부터 들어보자. 야, 니들 <지붕위의 별>, 내가 악보 줬지. 야, 광돌아, 눌러!\n\n광석이 녹음 버튼을 누르면 다시 테이프가 돌아간다.\n<지붕 위의 별>의 키보드와 기타의 전주가 가고,\n\n준호\n고개를 들어보면 하늘의 별, 그 빛은 하늘에서 내려와 가로막힌 도시에 불빛을 가르고 온누리를 덮는다 지붕위의 빛깔은 이루지 못한 꿈보다 더 슬플까 누군가 물어오면 내 생각은 재미있을지도 몰라~\n\n광석은 카세트 레코더를 놓고 본격적으로 맥주를 마시고 있다.\n\n광석\n(트림하며) 으허! 술맛 좋다.\n\n창기\n(짜증) 아이 새끼, 녹음 중인데.\n\nS#62. 화장실 – 안 – 밤\n\n광석 오줌을 누면서 약간 취해 <잊혀지는 것> 노래를 읊조려본다.\n\n광석\n(혼잣말) 노래 겁나 좋네... 시부럴\n\nS#63. 가평 별장 – 안 – 밤\n\n거실 가득 이른 새벽 빛\n거실 여기저기에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자는 광석과 친구들.\n광석이 목을 긁다가 부스스 일어나 물을 찾는다.\n다시 목을 긁는 광석, 뺨에 종이 한 장이 붙어서 덜렁거리는 걸 느낀다.\n떼서 본다. 악보다.\n<거리에서>라는 제목이 손글씨로 적혀 있다.\n광석, 옆에 기타를 집어 악보의 코드를 짚으며 줄을 튕긴다.\n\n광석\n거리엔, 거리엔...(헛기침) 거리엔....가로등불이... 거리엔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유리에...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 머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만이 되돌아와요.\n\n깨어나 안경을 쓰는 창기.\n어느새 다른 친구들도 일어나 노래 부르는 광석을 본다.\n모든 친구가 누가 이 노래의 주인인 줄 안다.\n노래를 듣던 친구들이 각자의 악기를 잡는다.\n창기가 키보드 위에,\n준열이 베이스기타, 기영이 드럼에 앉으며 반주가 점점 더 풍성해진다.\n\n광석\n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버린 뒤 사랑에 슬픈 추억은 소리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n\n물안개가 오르는 호수 위로 아침이 밝아온다.\n\nS#64. 음반사 사장실 – 안 – 낮\n\n카세트테이프에서 광석이 부르는 <거리에서>가 모노톤의 카세트 사운드로 전장면에 이어 나온다.\n\n광석(효과)\n거리엔 짙은 어둠이 낙엽처럼 쌓이고... 차가운 바람만이 나의 곁을 스치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n\n만족스러운 표정의 창완, 옆에 앉은 지훈과 시선을 주고받는다.\n광석과 창기, 그리고 다른 멤버들도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창완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에 안도하는 표정들이다.\n\nS#64. 동물원1집 몽타쥬\n\n경쾌한 음악과 함께 몽타쥬 화면이 이어진다.\n\n1. 녹음부스 밖에서 김창완과 음반사 사장이 보고 있고, 안에는 멤버들이 각자 악기를 들고 앉아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다. 준호가 노래를 부르고 있고, 광석도 기타를 열심히 연주한다.\n\n2. 가요톱텐 화면, 동물원과 다른 가수가 마지막 1위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화면의 두 개의 막대기가 늘어나고 줄어나고 경쟁하다가, 다른 가수가 1위를 한다. 축하하는 동물원 멤버들\n\n3. 광돌이 전파사. 라디오로 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선풍기를 수리하고 있는 아버지. 벽엔 ‘동물원 앨범 100만 장 판매 돌파’, ‘음악으로 수채화를 그리는 청년들, 이데올로기에 갇힌 대학가 강타!’와 같은 신문 기사가 액자에 스크랩되어 있다. 전파사 외경. 전파사 간판이 멋진 디자인으로 바뀌어 있다. 거기에 팬들이 붙인 종이들로 가득 찬 전파사 쇼윈도우 ”광돌 오빠, 짱!“ ”오빠 사랑해!“ ”동물원 너무 좋아요!“\n\n4. 청진동 해장국집, 죽 늘어선 가수들의 싸인 한 가운데 동물원 싸인을 붙이는 사장과 함께 웃으며 사진 찍는 광석과 멤버들\n\n5. 각자 동물들의 옷을 입고 앨범 홍보 사진을 찍는 멤버들. 광석은 조랑말, 창기는 나무늘보, 준호는 사자, 경찬은 원숭이 등이다.\n\nS#65. 라디오 스튜디오\n\n스튜디오 안에, 이문세와 동물원 멤버들이 있다.\n\n이문세\n오늘은 동물원을 탈출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n\n멤버들\n안녕하세요.\n\n이문세\n네, 요즘 아주 인기 폭발하는 팀입니다. 그런데 왜 동물원을 탈출하셨어요? 그건 너무 위험한 행동 아닌가요? 안 그래요? 광석 씨?\n\n광석\n네, 그래서 발톱과 이빨은 다 두고 나왔습니다.\n\n이문세\n하하하하, 우선 발톱 없는 분 노래부터 들어보죠. 거리에서 부탁합니다\n\nS#66. 샘터 파랑새 극장 – 안 - 밤\n\n꽉 들어찬 극장 안. 플래카드를 든 여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있다.\n무대 뒤. 광석과 동물원 멤버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다.\n\n광석\n가자!\n\n광석이 앞장서 무대로 나간다. 뒤따르는 멤버들.\n옆집 오빠 같은 친근한 멤버들의 등장에 열렬히 환호하는 사람들.\n\n창기\n어느 철학자가 그러더라고요. 인간은 동물에서 초인으로 가는 중간의 존재라고.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창살 밖의 자유로운 세상을 동경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동물원의 동물들처럼요. 그 속에서 우리는 변하고, 혹은 변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어느 쪽이나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고 삶이네요. 다음 곡은 ‘변해가네’입니다.\n\n창기의 말이 끝나자마자 키보드를 치는 경찬. 이어 준호가 베이스를 연주한다.\n그렇게 <변해가네>의 전주가 시작되고, 노래를 시작하는 광석.\n\n광석\n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그 누가 뭐라 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내가 가고픈 그곳으로만 가려 했지~\n\n관객들의 뜨거운 환호가 이어진다.\n\nS#67. 기업 입사면접장 – 안 - 낮\n\n양복을 입은 준호가 앉아 있고, 그 앞에 면접관들이 있다.\n\n면접관1\n(의아한 표정으로) 혹시 동물원 아닌가요?\n\n면접관2\n동물원? 사람이 어떻게 동물원이 되나요? 김본부장?\n\n준호\n네, 맞습니다. 동물원입니다.\n\n면접관1\n요즘 한참 그거 좋던데, 흐린 가을 하늘, 우리 회사는 왜 왔어요?\n\n준호\n음악은 취미이고,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 제가 공부한 저의 본업이라고 생각합니다.\n\n끄덕이는 면접관들.\n\nS#68. 방송국 무대 뒤 – 안 - 밤\n\n기자재들이 쌓여 있는 비좁은 무대 대기 통로\n어디선가 쿵쾅거리는 소리.\n광석이 급한 걸음으로 등장한다.\n\n광석\n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n\n무대감독\n야, 동물원 빨리 준비해 다음 순서야. 근데 다른 애들은?\n\n광석\n오늘 스케줄이 중복이라 여기저기 헤헤. 그래도 여기는 나, 알맹이가 왔잖아요.\n\n무대감독\n반주는? 엠알 있어?\n\n광석\n헤헤, (기타 만지며) 이거 하나로 다 돼요, 무대 조명만 좀 어둡게...헤헤\n\n무대감독\n할 수 없다. 야, 빨리 의상 갈아입고 준비하자\n\n광석\n지금 이게 의상인데요. 순수 대학생 의상, 체크 남방에 청바지...\n\n무대감독이 어이없다는 듯, 다른 쪽으로 가고,\n민망해하는 광석, 무대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바라보면 한동준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n\n한동준\n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n\n광석, 노래하는 동준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n\nS#69. 병원 응급실 – 안 - 낮\n\n다리 골절 환자를 보던 의사 한 명이 다급하게 소리친다.\n\n선배의사1\n(간호사에게) 이리게이션 준비하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야, 인턴! 인턴 어디갔어!\n\n의사복을 입은 창기가 어디선가 뛰어온다. 정신없는 얼굴\n\n창기\n네, 여기 왔습니다!\n\n선배의사1\n리덕션해야 하니까 롱넥스프린트 준비해.\n\n창기가 깁스를 챙겨온다.\n\nS#70. 청진동 해장국집 – 안 - 밤\n\n말없이 술을 마시는 멤버들.\n\n창기\n나 정신과 티오 안 나와서 군대가기로 했다.\n\n소주를 들이키곤 탁- 테이블에 잔을 놓는 광석.\n옆자리 여성들이 알아보자 헤죽- 웃어주며.\n\n광석\n마자요. 나 김광석, (친구들 돌아보며) 그럼 준호, 경찬이랑 하고 있지 머. 그동안\n\n준호\n나 취직했다.\n\n광석\n가수가 취직을 해?\n\n준호\n우리 음반사 사장한테 얼마 받았니? 1,2집 통틀어서? 마냥 노래만 하고 살 순 없어.\n\n광석\n(경찬에게) 너는?\n\n경찬\n나 명함 나왔다.\n\n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는 경찬.\n경찬이 내민 명함을 받아서 보는 광석. ‘두산 KFC 외식사업본부 XXX’\n\n광석\n(옆 팬에게 사인을 해주면서) 야, 동물원이 닭 튀기러 간다고?\n\n경찬\n그게 아니라 매장관리도 하고..\n\n광석\n잘났다... 그럼 동물원은 어떡해?\n\n준호\n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구 했어. 그게 직업이 되는 순간 생존의 수단이 되고 지긋지긋한 일상이 된다...근데 이거 누가 한 얘기더라?\n\n창기\n광돌아, 동물원은 각자 생업을 가지고 앨범 때만 모여서 잠시 활동하는 프로젝트 방식이다. 그게 우리의 일상적 감수성을 유지시켜가는 게 필수라고.\n\n광석\n일상적 감수성 같은 소리하구 있네... 그냥 ‘난 아마추어입니다‘라고 말하지, 뭘 포장하고 있어.\n\n창기\n못 알아듣는 건지 안 알아듣는 건지... 가끔은 상대방 생각도 좀 해봐라, 임마 좀.\n\n준호\n동물원을 접자는 게 아니잖아!\n\n광석\n씨발 동물원이 대학 써클이냐? 취미야?!!\n\n창기\n(버럭) 그래 취미야! 우리 음악의 정체성이 아마추어리즘이라잖아, 새끼야!\n\n광석\n좆까구 있네! 니들 그냥 무섭지? 목숨 걸기가 무서운 거지? 이 겁쟁이 새끼들아!\n\n창기\n(짜증난다) 씨발 갑자기 군대 가게 된 친구 앞에서.. 하긴, 6개월 방위 출신이 내 고충을 뭘 알겠냐... 아우 야야, 술이나 마셔라. (광석 가리키며) 얜 어차피 말이 통하는 놈이 아니잖아?\n\n광석이 울컥하는 표정으로 창기를 향해 돌진하려는 걸 준호가 막는다.\n\n광석\n그래 새끼야, 나 형이 죽어서 육개월 방위 했다. 그게 우리 형 목숨 값이다, 새끼야!\n\n준호\n알았다 알았어. 광석아 그만 해!\n\n광석\n그래 나 그만 한다. 동물원 니들끼리 해라. 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해볼테니까\n\n광석이 짐을 챙겨서 나가려는데,\n\n창기\n작곡도 안 되는 놈이 혼자 뭘 어떻게 해?\n\n광석이 돌아서서 창기를 덮친다.\n와당탕탕 식당 테이블과 의자가 넘어가고 광석과 창기가 뒹굴고 친구들도 말리느라 함께 뒹굴고 난리가 난다.\n\nS#71. 시청 지하철역 – 안 – 낮\n\n북적이는 인파 속, 피곤해 보이는 창기. 가방을 메고 신문을 하나 사서 돌아서다가 누군가와 부딪힌다. 선경이다.\n\n선경\n어? 창기야!\n\n창기\n어? 선경아!\n\n선경\n노래 잘 듣고 있어. 정말 가수가 됐구나. 신기해.\n\n창기\n어.... 넌 어디가?\n\n선경\n나? 취재 가. 니가 지금 들고 있는 그 신문사에서 일해.\n\n창기\n아, 진짜 기자 됐구나... 이따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잠깐 볼까?\n\n선경\n아니, 나 일 끝나면 바로 들어가야 해. 집에 일이 있어서.\n\n창기\n그렇구나.... 나 내일 군대 가. 공중보건의\n\n선경\n아, 그랬구나. 잘 다녀와. 갈게\n\n선경이 돌아서 간다.\n창기가 보고 있다.\n선경이 다시 서서 돌아본다.\n\n선경\n창기야! 넌 결국 둘 다 됐네, 가수랑 의사\n\n선경이 돌아서 간다.\n창기가 서서 오래 보고 있다.\n\nS#72. 노찾사 사무실 – 안 – 밤\n\n영숙이 운동가요 테이프 박스를 쌓고 있다.\n\nS#73. 광돌이 전파사 – 안 - 밤\n\n광석 전파사 한쪽에 탁자를 놓고 아버지와 술을 마신다.\n\n아버지\n잘 되냐?\n\n광석\n뭐 그냥...\n\n아버지\n너 중학교때 엄마가 바이올린 사주니까 그렇게 좋아하더니... 니 형 그렇게 되구 니 방에서 니가 부르는 노래 소리를 들으면 그래도 좀 맘이 좋았다\n\n광석\n나도 그래서 더 열심히 불렀나봐요. 노래하면 좀 낫더라구요\n\n아버지\n그래, 니가 좀 작아보여도, 니 엄마는 학교 가 보면 니가 제일 크더래. 나도 니 노래가 제일 좋아. 허허.\n\n광석이 히죽 웃자\n\n아버지\n잘해서 노래루 먹구 살아. 기왕 선택한 거\n\n광석, 웃으며 한 잔 따르려 하자\n\n아버지\n난 그만 됐다. 먼저 들어가마.\n\n광석, 혼자 남아서 오선지 노트를 펼치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n\n광석\n오늘 영업 다 끝났어요\n\n하고 돌아보면 영숙이 서 있다.\n\n(CUT TO)\n\n소박한 커피잔에 일회용 커피 알갱이들이 들어있고, 뜨거운 물이 그 안으로 부어진다.\n커피잔을 놓고 낡은 소파에 마주 앉은 광석과 영숙\n\n영숙\n동물원 노래 좋았어. 축하해.\n\n광석\n고마워... 누난 어떻게 지내?\n\n영숙\n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 준비하고 있어.\n\n광석\n승찬이 형이 좋은 노래 많이 만들었구나? 쉽게 잘 만들잖아.\n\n영숙\n아니, 나도 못 본지 오래됐어. 미국 유학 준비 한다더라고... 음악 공부 더 하겠다고\n\n광석\n미제국주의 싫다더니...\n\n영숙\n너도 하면 좋은데.. 같이하지 않을래?\n\n광석\n...난 솔로음반 준비하려고. 두렵지만 혼자 힘으로 해보려고.\n\n영숙\n그렇구나. 잘 됐으면 좋겠네.. 이제 가야겠다.\n\n광석\n잠깐만,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요.\n\n무언가 가지러 안으로 들어가는 광석.\n\nS#74. 버스 정류장 – 밖 – 밤\n\n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광석과 영숙, 어색하고 말이 없다.\n\n광석\n여기서 88번 타면 돼.\n\n영숙\n응, 고마워. 먼저 들어가.\n\n광석\n누나, 그냥 노찾사 음반 얘기만 하러 온 거야?\n\n영숙\n그냥 너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얼굴 봤으니 됐네.\n\n광석이 들고 있던 종이 쇼핑백 하나를 영숙에게 준다.\n\n광석\n이거 누나 거잖아.\n\n영숙이 꺼내보려는데, 광석이 영숙의 손을 막는다.\n88번 버스가 도착한다. 영숙이 광석을 한 번 보고 올라탄다.\n이내 버스가 떠난다. 광석, 떠나가는 버스를 한참 보다 돌아선다.\n\nS#75. 버스 안 – 안 - 밤\n\n영숙이 앉아 있다.\n건너편의 아저씨가 여유 있게 담배를 피고 있다.\n영숙이 쇼핑백 안의 것을 꺼내 본다.\n물에 퉁퉁 불었다가 마른 프리휠링 앨범이다.\n영숙이 그것을 보다 광석을 보면, 광석 여전히 서서 영숙 쪽을 보고 있다.\n\nS#76. 국립묘지 – 밖 - 낮\n\n형의 묘비 옆에 광석 혼자 앉아서 노트에 적힌 가사를 보고 있다.\n기타로 퉁겨보고 가사 위에 기타 코드를 붙이다가, 잘 안되는지 기타를 내려놓고 벌렁 잔디에 드러눕는다.\n하늘이 푸르다.\n\nS#77. 광돌전파사 앞 – 밖 - 낮\n\n광석 둘째 형 광복이 어느 차에 덮인 비닐 커버를 벗긴다.\n낡아 보이는 프라이드 승용차가 나온다.\n\n광복\n짜잔! 야, 가수가 되려면 이제 자가용이 있어야지. 의상도 싣고 공연도 다니고, 내가 큰맘 먹고 적금하나 깼다.\n\n광석\n와! 형! 나 같은 포크 가수가 이런 고급차 몰면 안되는데? 하하하\n\n광석이 문을 열어 안을 본다.\n뒷자리에 유아용 카시트가 있다.\n\n광석\n뭐야? 웬 애기 시트?\n\n광복\n전주인이 쓰던 건데...기타 거기다 앉혀서 다니면 딱 아닐까? 기타는 너한테 소중하니까 하하하\n\n형제가 즐겁게 웃는다.\n\nS#78. 광석의 차 – 안 - 낮\n\n조수석에 묶인 기타 광석 운전하고 있다.\n프라이드 엔진 소리가 고르지 못하다.\n도로의 표지판이 강원도 인제를 향하고 있음을 알려준다.\n\nS#79. 시골 보건소 – 안 - 낮\n\n의사 가운을 입은 창기가 할머니 한 분을 진료하고 있다.\n\n창기\n할머니, 이거 꼭 드시구요. 오늘은 밭일 하지 마시구요. 모레 다시 오셔야 되요. 안 그러면 큰일 나요!\n\n할머니가 고개를 끄덕거린다.\n광석이가 문간에 나타난다.\n\n광석\n창기! 슈바이처 다 됐네\n\n창기\n야, 광돌!\n\nS#80. 보건소 관사 마당 – 밖- 밤\n\n평상 위에 닭백숙과, 고구마, 옥수수, 포기김치 등이 안주로 올려진 술상\n여러 개의 술병이 상위에 쌓여있다.\n런닝 차림의 창기와 광석은 취했다.\n\n광석\n니넨 회사에 취업하고, 나도 이제 가수로 제대로 취업해볼란다.\n\n창기\n흐흐, 가수 취업. 잘해봐라.\n광석, 말없이 술을 마신다.\n\n창기\n야 광돌아, 미안하다. 지난번에 했던 말\n\n광석\n자식,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메 하하\n\n(CUT TO)\n\n광석이 기타를 치고 있고 창기는 평상에 앉아서,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를 부른다.\n\n창기\n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신문을 사러 돌아섰을 때 너의 모습을 보았지 발 디딜 틈 없는 그곳에서 너의 이름을 부를 땐 넌 놀란 모습으로 음음음\n\n광석이 코러스 부분을 같이 부른다.\n\n광석, 창기\n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엔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우리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 귀에 아직 아련한데\n\n두 친구의 노래가 밤 풍경 속으로 퍼져 나간다.\n\nS#81. 보건소 관사 – 안 - 낮\n\n아침, 광석 일어난다.\n창기는 없다.\n테이블 위에 종이가 한 장 있다.\n들어보면, 창기의 익숙한 글씨\n\n‘광돌아 먼저 출근한다. 곤히 자길래 안 깨웠어. 이 노래를 니가 불러주면 고맙겠다’\n\n그리고 그 밑에 손으로 쓴 <그날들>의 악보가 있다.\n광석 악보를 보고 있다. 촉촉해지는 광석의 눈가.\n\nS#82. 광석 집 – 밖/안 – 밤\n\n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광석. 조용히 들어오려다 마당에 놓인 대야를 밟고 만다. 와장창 양철 소리에 안방 불이 켜진다.\n안방 문을 열고 나오는 광석모.\n\n광석모\n광석이냐?\n\n광석\n네~ 막내아들 왔어요~\n\n광석모\n피곤한데 너무 늦게 다니는거 아니냐?\n\n광석\n걱정하지 말고 주무세요. 저도 바로 잘게요.\n\n마루에 앉아 구두를 벗는 광석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광석모가 방으로 들어가 메모지 한 장을 들고 나온다.\n\n광석모\n전화 왔었다~ 집에 오면 꼭 전화해 달라던데….\n광석\n내일 할게요~\n\n광석모\n급한 일이라던데…. (메모지를 보며) 이름이…. 김민기? \n\n광석,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n\nS#83. 광석의 차 – 안 – 밤\n\n광석 운전한다. \n여전히 조수석에 안전벨트로 꽉 묶여있는 기타\n\n김민기\n전인권이 몸이 안 좋대서, 급하게 전화했다. 너 좀 내려와서 노래 한 곡 해줄 수 있어?\n\nS#84. 부산대학교 강당 – 안 - 낮\n\n‘겨레의 노래’ 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n노찾사 멤버들의 <사계>가 울려 퍼지는 공연장\n무대 뒤, 기타를 들고 하모니카를 목에 건 광석이 긴장하고 앉아 있다.\n노찾사의 무대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n민기가 광석에게 손짓하자, 광석 심호흡을 하고 무대 위로 걸어 나간다.\n내려오는 노찾사 팀 속의 영숙과 무대에 오르는 광석이 스쳐지나간다.\n영숙이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화려한 조명에 눈살을 찡긋하는 광석. \n이내 눈이 밝은 빛에 적응되자, 비로소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n\n광석\n형이 군대가고 훈련소에서 집으로 보낸 형의 옷을 보고 우시던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저는 형 덕분에 6개월 방위였어요. 군에서 돌아가셨거든요. 형을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n\n목소리를 가다듬고, <이등병의 편지> 하모니카 전주를 시작한다.\n일순 고요해지는 관객들.\n관객들 속에서 광석을 지켜보는 영숙.\n\n광석\n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n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n가슴 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n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n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n\n(무대 뒤)\n대기실로 들어오는 광석.\n다시 좀 긴장된 표정이 돼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민기 앞에 가 앉는다.\n민기가 잔을 광석 앞으로 놓고 따라주며\n\n민기\n잘했어.\n\n민기의 담백한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광석, 막걸리잔을 단숨에 비운다.\n\n광석\n제가 다른 선배님 노래를 망친 게 아닌지 걱정됐어요.\n\n그런 광석을 빤히 보던 민기\n\n민기\n광석아, 니가 부르면 그게 다 니 노래야.\n\n광석이 민기를 보고 있다.\n민기가 광석 앞으로 담배 하나를 내민다.\n\n민기\n자, 나라님도 안 준다는 돗대다. 피워!\n\nS#85. 음악 작업실 – 안 – 낮\n\n연습도 하고 녹음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작업실\n벽에는 큰 글자로 SM 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다.\n광석이 동준과 함께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다.\n\n광석\n좋다. 근데 저게 무슨 뜻이야?\n\n동준\n응, 에스엠? 수만이 형 알지? 얼굴 긴, 그 형이 대푠데, 수만 이니셜이래\n\n광석\n야 그렇게 회사 이름을 만들면 난 나중에 케이에스라고 해야 겠다. 어? 좋은데? 케이에스, 흐흐, 야, 근데 앨범 곡은 다 만들었냐?\n\n동준\n작업 중, 야. 근데 너 왜 왔어? 우리가 머 서로 그냥 막 와서 안부 묻고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n\n광석\n아니지. 근데 그때 그 노래도 들어가냐? 있잖아? 멀리서 바라보고 다가가지 못하고, 그러는 노래\n\n동준\n사랑했지만, 고민 중이다\n\n광석\n너 회 안 먹을래? 내가 산다\n\nS#86. 횟집 – 안 – 밤\n\n광석과 동준이 광어회와 소주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n\n광석\n야, 거기 와사비랑 사랑했지만 좀 줘 볼래?\n\n동준\n아, 이 자식, 너 그거 땜에 왔냐?\n\n광석\n너 회 사줄려고 왔다. 거기 간장도 좀 줘, 그 옆에 사랑했지만이랑\n\n동준\n아 이 자식! 너 가사 좆 같다고 싫댔잖아?\n\n광석\n근데 살아보니까 사랑도 좆 같더라. 좀 줘라. \n\n동준\n사장님! 이거 회 자연산으로 바꿔주세요! 괜찮지?\n\n광석\n어휴! 괜찮지, 나쁜 새끼야\n\nS#87. 학전소극장 – 안 - 낮\n\n인부들이 무대 작업을 하고 있다.\n임시 객석에서 민기랑 광석이 앉아서 보고 있다.\n\n민기\n매일 두 번씩 한다고? 얼마나?\n\n광석\n일단...한 달 해보고야. 할 수 있으면 더 해도 좋구요\n\n민기\n곡은 있어?\n\n광석\n(미소) 제가 부르면 다 제 노래라고 하셨잖아요.\n\n민기\n(끄덕이며) 밴드는?\n\n광석\n제가 기타랑 하모니카로 하면 되니까 특별히 필요없구요. 혹시 사람들 좀 오면 선배님이 퍼커션이나 한 팀 구해주세요\n\n민기\n기타랑 하모니카만 가지고 해보자 이거지? 담배 있냐?\n\nS#88. 학전 소극장 앞 – 밖 – 낮\n\n‘동물원 김광석의 첫 단독콘서트’ 포스터가 비바람에 날리고 있다. \n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n광석이 들어가다가 포스터 앞으로 온다.\n포스터에서 ‘동물원’이란 글자를 사인펜으로 지운다.\n\nS#89. 학전소극장, 대기실 - 안 – 밤\n\n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대 뒤편의 광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n\n자막: 1991년 7월, 학전 소극장\n\n민기가 들어온다.\n광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n\n광석\n안녕하세요.\n\n민기\n혼자 하는 공연 처음이라 떨리지? 평소대로 해. 말하듯이.\n\n광석\n해보겠습니다. \n\n민기\n자, 시간 됐다. 가자\n\n민기가 광석의 등을 토닥이며 두 사람 무대로 나간다.\n씬1과 같다.\n무대 옆에서 민기는 남고 광석만 혼자 걸어간다.\n한 발 한 발 광석의 동작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n소극장에 관객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n긴장하는 광석의 얼굴.\n\nS#90. 학전 소극장, 무대 – 안 - 밤\n\n광석이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n관객들도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보고 있다.\n마이크를 조정하고 입을 가까이 대고 말한다.\n\n광석\n안녕하세요. 김광석입니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집에 있기는 그래서 나왔는데, 막상 갈 곳이 없으셨나부죠? 네, 그래도 저는 이렇게 여러분을 직접 보고 노래하려니까 좀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되고 그럽니다. 오늘이 첫 공연이지만 앞으로 힘닿는 대로 매일 출근하듯이 여러분을 뵐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매일 출근하듯이 여기로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곡 부를게요.\n\n광석이 기타를 연주하며 <먼지가 되어>를 부르기 시작한다.\n\n광석\n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에는 잊었던 기억들이 피어나네요\n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도 휘파람 소리로 돌아오네요\n내 조그만 공간 속에 추억만 쌓이고\n까닭 모를 눈물만이 아른 거리네\n작은 가슴을 모두 모두어 \n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n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n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n\n관객들이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 있다.\n\nS#91. 학전 소극장 앞 – 밖 – 밤\n\n동물원이 지워진 ‘김광석의 첫 단독콘서트’ 포스터 앞에서 민기가 담배를 피고 있다.\n천둥이 치고, 걱정스레 하늘을 보는 민기.\n\nS#92. 학전 소극장, 무대 – 안 - 밤\n\n광석\n네, 감사합니다. 마지막 노래는 동물원 2집에 있는 노랩니다. 김창기라는 제 친구가 만든 노래예요. 머리가 조금 큰 편인데, 그 속에 엄청난 음악들이 들어있는 친구입니다.\n\n객석에 있던 머리 짧은 창기가 미소를 짓는다.\n광석,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부르기 시작한다.\n\n광석\n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n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n\n쿵! 소리와 함께 전체 전원이 나간다. 완전한 암전. 블랙 화면이다.\n여기저기서 관객들이 웅성댄다. \n민기가 켜진 초를 들고 무대로 나와 크게 말한다.\n\n민기\n오늘 기상악화로 이 지역 전기가 나갔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곧 전기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기다리면 아침이 옵니다.\n\n웃는 관객들. 여전히 수런수런하는 관객들의 소음. 앰프를 통하지 않은 기타 소리가 들린다.\n그리고 마이크를 통하지 않은 광석의 목소리가 들린다.\n\n광석\n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n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n\n관객들이 같이 부른다.\n“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n\n쿵!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온다. 마이크와 앰프도 정상 작동된다.\n\n광석\n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n\n시원하게 뻗는 광석의 고음으로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가 울린다.\n뒷 통로로 영숙이 들어온다. 레인코트를 입었다.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n광석이 영숙을 보고 있다. \n\n관객들이 앵콜앵콜을 외치고 있다.\n광석이 악보 대에 있는 악보를 넘긴다.\n손으로 쓴 악보 <사랑했지만> 이 나온다.\n\n광석\n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n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n귓가에 은은하게 울려퍼지는\n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버려\n\n영숙이 광석을 보고 있다.\n\n광석\n때론 눈물도 흐르겠지\n그리움으로\n때런 가슴도 저리겠지\n외로움으로\n사랑했지만----------\n(시원하게 내지르는 광석의 고음, 객석의 한동준이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n그대를 사랑했지만\n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n\n간주가 흐른다.\n광석이 영숙을 본다.\n\n광석\n때론 눈물도 흐르겠지\n그리움으로\n때론 가슴도 저리겠지\n외로움으로\n사랑했지만----------\n\n광석의 고음이 아주 길게 콘서트홀 전체를 울리는데, 광석의 얼굴이 프리즈 된다.\n그 위로도 계속 광석의 목소리 여운이 공명된다. \n그 위로 타이틀\n\n사랑했지만\n\n타이틀 사라지고, 자막이 뜬다.\n“가수 김광석은 학전 소극장에서 1천 회의 단독콘서트를 했다. 26만 명의 관객이 극장에 모여 그의 노래를 들었다.”\n\n자막 사라지고 탑크레딧이 이어진다.\n\nS#93. <그날들> 몽타쥬\n\n마이마이 카세트 안에 테이프가 보인다.\n테이프 겉면에 ‘친구가 준 곡’이라고 쓰여있다.\n누군가의 손이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n광석이 부르는 <그날들>이 나온다.\n\n노래와 함께 영상들이 나오고 화면이 한쪽으로 밀리고 옆으로 캐스트, 스탭 자막이 오른다.\n\n1. 밥 딜런과 존 바에즈처럼 길을 걷는 영숙과 광석\n2. 시골 평상에 앉아 노래 부르는 광석과 창기\n3. 녹음 부스 안에서 노래하는 광석과 동물원 멤버들\n4.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마주 보는 영숙과 광석\n\n끝.\n\n수록곡\n\n1. <아름다운 강산> 신중현 작사/작곡 - 고고장 음악\n2. <나의 기타 이야기> 송창식 작사/작곡 - 광석\n3. <저 부는 바람> 미국민요 - 승찬\n4. <못생긴 내 얼굴> 한돌 작사/작곡 - 광석\n5.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 작사/작곡 - 영숙\n6. <그루터기> 한동헌 작사/작곡 - 합창\n7. <변해가네> 김창기 작사/작곡 - 창기\n8. <말하지 못한 내 사랑> 유준열 작사/작곡 - 준호\n9. <녹두꽃> 김지하 작사/조념 작곡 - 승찬\n10. <월광 소나타> 베토벤 작곡 - 영숙, 광석 합주\n11.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김기수 작사/작곡 - 합창 : 혜수 외\n12. <이 산하에> 문승현 작사/작곡 - 광석\n13. <사랑의 썰물> 김창기 작사/작곡 - 광석\n14. <벗이여 해방이 온다> 이성지 작사/작곡 - 영숙\n15. <기대어 앉은 오후에는> 유준열 작사/작곡 - 광석\n16. <잊혀지는 것> 김창기 작사/작곡 - 창기\n17. <지붕 위의 별> 유준열 작사/작곡 - 준호\n18. <거리에서> 김창기 작사/작곡 - 광석\n19. <사랑했지만> 한동준 작사/작곡 - 한동준, 광석\n20.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김창기 작사/작곡 - 창기, 광석\n21. <사계> 문승현 작사/작곡 - 합창\n22. <이등병의 편지> 김현성 작사/작곡 - 광석\n23. <먼지가 되어> 송문상 작사/이대헌 작곡 - 광석\n24.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창기 작사/작곡 - 광석, 관객\n25. <그날들> 김창기 작사/작곡 - 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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