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각본, 감독 / 유종석240817 ver. 1 검은 화면 위로, 속삭이듯 말을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려온다.소녀1[v.o]잘 잤어?소녀2[v.o]응. 너는?소녀1[v.o]추워서 잠을 좀 설쳤어.소녀2[v.o]너 추위 안 타지 않아?소녀1[v.o]옷이 너무 오래 됐나 봐. 새로 사야 되나.1.거리 / 아침커다란 백팩을 짊어지고 걸어 나가는 한 소녀의 뒷모습.소녀밥은?허공에 대고 묻는 소녀. 그런데... 자신이 답한다.소녀먹었지... 왜 혼자 먹어... 미안... 뭐 먹었어?... 맛있는 거... 그니까 뭐?... 오므라이스랑 연어 샐러드, 후식은 수플레 케이크랑 레몬 타르트, 그리고...2.편의점 / 낮창가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회사원. 목이 막히는지 일어나 음료수를 꺼내 카운터로 향하는 순간, 프레임인 하는 소녀. 회사원이 먹던 샌드위치를 집어 밖으로 나간다.3.옥상 / 낮구름 낀 하늘을 올려보며 음식을 씹는 소녀의 얼굴. 빨갛게 부은 볼의 주근깨, 비니를 뒤집어쓴 얼굴이 얼핏 사내애 같다. 십 대 혹은 이십 대... 나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소녀, 토마토 조각을 삼키고 손가락을 빤다. 길에서 올라오는 일상의 소음이 주위를 에워싸자... 털썩 주저앉는다.더러운 운동화의 끈을 빼내 뜨개질하듯 꿰어 나가면, 툭... 투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2 4.폐건물 / 밤무섭게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 흠뻑 젖은 신발끈 키링 여러 개가 휴대용 난로 위에 널려 있다. 그 옆에 누운 소녀, 노랠 흥얼대며 검은 봉지 속 알록달록한 초코볼을 하나씩 집어먹는다. 소녀의 음성과 과자 씹는 소리만 자분자분 이어지던 그때...쿵!! 어디서 무겁게 울리는 소리.움찔 흥얼댐을 멈추는 소녀. 잽싸게 난로 끄고 벽 뒤에 웅크린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남녀의 소리가 다가오고... 이따금 뜻 모를 비명.그저 숨죽이고 있는 소녀. 소리가 멀어지면... 빠끔 고갤 내민다.천천히 일어나 난로를 켜고 그 옆에 주저앉는다. 다시 초코볼을 집어먹지만 계속 감도는 불길한 공기. 정적 속에, 소녀는 어딘가 공허한 눈으로 자동인형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하나... 둘... 마지막 초코볼을 입에 넣으면-5.펍 / 밤알약을 입에 넣는 위서림(여,29). 꿀꺽 맥주에 삼켜 넘긴다.시끄러운 음악과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이, 홀로 앉은 모습. 누구를 기다리듯 두리번대던 그때, 사장과 인사 나누며 교대하는 알바생 서은비(여,23).서림(서늘해지는 눈빛) 계산이요.은비, 서림이 건네는 카드를 받아 카운터로 향한다. 서림도 일어나 은비를 뒤따라 간다. 계산을 마치고 돌아보는 순간 거칠게 카드를 낚아채 나가는 서림.자기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 싶은 은비, 서림 자리로 간다. 축축한 맥주잔 아래 뭔가 깔려있다. 잔 들어보면, 웬 태아의 초음파사진.6.펍 앞 거리 / 밤은비(밖으로 뛰쳐나오며) 저기요!!! 3 외침에 행인들의 시선이 쏠린다. 서림을 쫓아 잡아 세우는 은비.은비(사진을 흔들어 보이며) 뭐야?!서림뭐야?은비나한테 왜 이래요?!서림나한테 왜 이래요?은비는 자신을 따라 하는 서림 앞에서 당황하나 싶더니은비뭐 어쩌라고?서림(말없이 본다)은비뭐 어쩌라고!!서림너랑 썸 타는 오빠가 싸지를 애야.은비병신. 나이 처먹고 할 짓 없지? 이래봤자 범식오빠랑 나 안 틀어져. 그리고 뻥을 칠 거면 좀 성의 있게 치든가!서림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는 은비. 그대로 돌아서 성큼성큼 펍의 입구로 향하는 순간 그녀의 머리를 잡아채는 서림.7.서림의 집, 거실 / 밤삐비비빅- 철컥! 열리는 현관문. 열이 뻗친 김범식(남,27)이 안으로 들어온다. 범식좆 됐어 너. 걔가 그냥 안 넘어간대.서림폭행은 내가 당했는데.서림, 도망치듯 거실을 거닌다.범식몸은 괜찮은데 맘이 다쳤대. 정신적 피해보상 청구한다는데 너 돈 많냐?서림의 옷깃을 잡아채는 범식. 소파 위로 넘어진 서림을 찍어 누른다.범식(구겨진 사진 꺼내 보이며) 왜 이딴 장난질을 해?서림쫄았어? 진짜 네 앨까 봐 쫀 거 아냐? 아니야?범식조까!!서림(범식의 입가에 코를 킁킁대는) 스시 먹었냐?범식뭐...?서림아, 처먹었네 스시!범식내가 뭘 처먹든 니가 뭔 상관인데? 4 서림그 비싼 거 사먹을 돈이 누구 지갑에서 나왔을까? 나가서 십 원 한 푼 못 벌어오는 새끼가 어디 건방지게-서림을 팽개치고 일어서는 범식. 절레절레, 고갤 저으며 돌아서는데서림도망 가냐? 야 도망 가냐고!!쿵! 스탠드에 부딪혀 뒤로 자빠진다.cut to.거실 한가운데 주저앉아 펑펑 울어대는 서림. 그 옆엔 뒤통수를 감싸 쥔 범식이 우스꽝스런 폼으로 뻗어 있다.서림사랑해... 사랑해 범식아... 나 너 없으면 죽어... 괜찮아?... 범식아 괜찮아?...떼쓰듯 흐느끼며 범식의 머릴 잡고 굳이 일으켜 세우는 서림. 범식은 민망한지 버티다, 마지못해 몸을 편다. 서림, 막무가내로 파고들어 안긴다. 통곡한다.생기 없이 멍한 범식, 얼굴이 꿈틀대더니 덩달아 울음이 터진다. 두 사람, 서로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서럽게 운다.8.서림의 집, 욕실 / 밤섹스하는 두 사람. 옷도 다 걸친 채 변기에 엉성히 붙어 있는... 9.서림의 집, 방 / 새벽서림의 품에 안겨 곯아떨어진 범식. 반면 잠을 이루지 못한 듯 뜬눈으로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는 서림.푸르스름한 빛 속에서 멍하니 시계를 보다, 침대에서 내려온다.10.연립단지, 복도 / 새벽외출준비를 마친 서림,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낡고 오래된 복잡한 구조의 복도를 지나 나가려다가 우편함 앞으로 돌아와 멈춰 선다. 5 안에 든 우편물을 하나하나 뜯어보는데 전부 납부안내서와 연체금고지서 따위. 서림, 그늘진 얼굴로 휴대폰을 꺼낸다. ‘JS생명’에서 발송된 고지서 하나를 카메라로 찍는다.11.시내 ~ 병원 앞 길목 / 아침자전거를 내달리는 서림. 새벽 기운이 감도는 시내를 지나 외곽으로 향한다.‘아람병원’ 안내판이 세워진 입구를 지나... 본관으로 향하는 서림. 힘차게 페달을 밟아 코너를 도는 순간, 길 위에 널브러진 뭔가를 보고 홱! 핸들을 튼다.주르륵 미끄러지는 자전거. 콰아앙!!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서림이 아스팔트 바닥 위로 나가떨어진다.공회전 하는 바퀴 소리 위로 서림의 낮은 신음. 서림, 힘겹게 고갤 돌리면... 저만치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S#4까지의 소녀.타이틀 뜬다.12.아람병원, 복도 / 아침경찰말소된 번호라고 하네요.신분증을 서림에게 돌려주는 경찰. 서림, 이마의 상처를 매만지며 받아든다.경찰조치는 하겠지만 보호자 연락이 돼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럴 때 병원 내규가 따로 있을 겁니다.서림(신분증을 보며) 조사받고 그럴 건 없죠?경찰조사요?서림어쨌든 제가 발견했으니까...경찰(고갤 저으며) 묻지마 폭행 같기는 한데 요새 이런 일이 워낙 많아서... 걱정하지 마세요.13.아람병원, 병실 / 아침커튼을 젖히고 들어오는 서림. 병상 위에 잠든 소녀를 가만히 바라본다. 선반에 신분증을 올려두면 보이는 ‘박수영’이란 이름 옆 소녀의 증명사진. 6 서림, 조용히 병상을 떠나면...상담[v.o]지금 고객님 보험료가 22년 7월부터 미납상태인 걸로 확인이 되거든요...14.아람병원, 흡연실 / 낮자욱한 연기 속, 서림이 담배를 태우며 통화 중이다.상담[v.o]이 체납액이 해지 시 돌려받기로 한 환급금에서 빠져나간거라고 보시면 돼요.서림그러니까... 그 돈을 못 돌려받는 거죠?상담[v.o]해지 신청 하시면, 체납액 제하고 남은 액수만큼은 환급이 가능하세요. 진행해드려요?서림(화를 누르듯 침묵하며 담배를 빤다)상담[v.o]고객님?서림네. 해주세요.상담[v.o] 메일로 안내자료 보내드릴 테니 읽어보신 뒤에 신청서 작성해서 보내주세요. 사망보험 같은 경우 피보험자와 수익자 모두 동의가 필요하고요... 15.아람병원, 원무과 창구 / 낮보험 해지 신청서를 보고 있는 서림. 도장을 꺼낸다.‘피보험자 위서림’ 옆에 도장을 찍는 서림. 다른 도장을 그 옆에 또 찍는다. 붉은 인주 아래 보이는... ‘수익자 위희림’.서림, 두 눈에 은밀히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서림이 라커 문을 닫는다.주현[o.s]서림 씨.안으로 들어오는 강주현(여,27). 서림밥 먹고 왔어요...?주현네. 서림 씨도 얼른 먹고 와요.서림응... (일어서려는데) 그래야겠다-주현저기 근데.서림(보면) 7 주현혹시 오늘 야근 괜찮아요? 나 급한 일이 생겨서 누구한테 부탁을 해야 되는데...서림채연 씨한테 물어봤어요?주현좀 잘하는 사람이 봐 줬음 해서. 새벽에 퇴원하는 환자 하나가 중간금 정산을 안 해서 진료비가 꽤 크거든.그 말에, 서림의 얼굴에 묘한 기색이 스친다.주현서림 씨 꼼꼼히 잘 보잖아.서림(잠시 뜸 들이다 못 이기는 척) 어쩔 수 없죠...주현정말? 고마워요.활짝 웃는 주현. 주위를 살피더니 서림에게 뭔가를 건넨다. 박카스 세트.서림이게 뭐에요?주현과장님 이직하면서 계약직만 싹 빼고 선물을 돌렸더라고. 내가 열 받아서 우리 꺼만 슬쩍 빼놨어요.주현, 누가 볼 새라 상자를 서림의 가슴팍에 들이민다. 얼떨결에 받아드는 서림. 어색한 웃음.16.아람병원, 원무과 창구 / 밤어느덧 밤이 되어 소등된 복도. 고요하다.홀로 창구를 지키는 서림, 시재 점검을 하고 있다. 열중해 셈을 하던 그때, 한 중년남성이 창구 앞에 선다.서림도와드릴까요?환자 정보를 내미는 남자. 서림은 기다렸다는 듯 퇴원환자 리스트를 확인한다. 컴퓨터 켜고 진료비 내역 파일을 연다.정적 속에 울리는 키보드 소리. 그런데, 막힘없이 빈 칸을 채워 나가던 서림이 멈칫 남자의 눈치를 본다. ‘진료비 총액’ 란에 기입된 ‘12,015,020’을 지우고 ‘18,600,350’을 입력한다.서림지금 내시는 돈은 가수납 처리되고요, 다음 주쯤 심사팀이 최종진료비 확정하면 그에 따라 환급액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8 프린트한 내역서를 집어 남자에게 건넨다.서림고지 안 드리면 없는 겁니다.내역서를 집어 읽는 남자. 서림, 태연한 척 기다리지만 신경 쓰이는 침묵. 고갤 드는 남자가 서림을 빤히 쳐다본다. 17.아람병원, 직원 휴게실 ~ 창구 / 밤덜컹- 라커를 여는 서림. 긴장이 풀리듯 숨을 내쉰다.라커 안 깊숙이 놓인 서류 상자를 열고 방금 위조한 내역서 사본을 넣어두는데, 그 안에 다른 위조 내역서들이 수북하다.라커를 닫는 서림. 밖으로 나가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소스라치며 놀란다. 아침에 본 경찰이 창구 앞에 서 있다.경찰뭘 그렇게 놀라세요?서림.....경찰잠깐 말씀 좀 나눌까요?18. 복도 ~ 원무과 창구 / 밤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서림. 뒤따르는 경찰.경찰[v.o]작년 가을쯤 길에서 변사한 노숙인이 하나 있었어요. 이십대 여자였는데 갈비뼈가 다 나가있었죠. 타살은 분명하고 근데 수사하기도 애매하고... 이래저래 덮어뒀는데, 서에서 조회해보니 인적사항이 그 피해자와 동일하더라고요.- 원무과 창구혼란스러운 서림의 얼굴.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원 현황이 기록된 서류철을 꺼내 펼친다. ‘박수영’을 찾아낸다.서림지금 이 환자 찾으러 오신 거죠...?경찰(들여다보고) 박수영... 네, 맞아요.서림(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이 분이 죽은 사람이란 말인가요?경찰이 여자가 아니고 박수영이 죽은 거죠.서림..... 9 경찰뭐 나이 대랑 이목구비만 비슷해도 알아보기 힘드니까... 일단 지문부터 떠봐야 될 것 같은데. 입원실이 어디에요?입원실로 향하는 두 사람.19.아람병원, 병실 / 밤병실 문이 열린다. 두 사람, 숨죽이며 맨 끝에 위치한 병상 앞에 선다. 경찰, 조심스레 커튼을 걷는데... 비어 있는 침대.20.아람병원, 주차장 / 밤커다란 백팩을 짊어지고 비틀대며 달리는 소녀.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멈춰 허둥대다... 차들 사이로 사라진다.21.아람병원, 병실 ~ 주차장 / 밤경찰과 서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병실 안을 둘러본다. 창가로 가 밖을 내다보는 경찰. 부리나케 뒤돌아 뛰어나간다.건물을 뛰쳐나와 플래쉬를 휘두르며 멀어져 가는 경찰. 뒤늦게 따라온 서림도 주위를 살피는데, 반대쪽 시야에 슥 잡히는 그림자.22.아람병원, 언덕 / 밤언덕을 오르는 소녀. 삐끗! 휘청대며 미끄러진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언덕 위에 발을 딛는 순간 백팩을 잡아채는 서림.서림저기 잠깐만-땅바닥의 흙을 서림의 얼굴에 던지는 소녀. 서림이 나가떨어지며 놓친 백팩에서 내용물이 와르르 쏟아진다. 소녀, 몸을 숙여 흩어진 소지품을 수습하는데 얼굴에 쏘아지는 경찰의 플래쉬.소녀, 그대로 도망친다. 10 23.야산 / 밤울창한 나무 사이를 뚫고 질주하는 소녀. 거친 숨소리와 뒤를 쫓는 플래쉬가 정신없이 뒤섞이며-24.아람병원, 직원 휴게실 / 아침충혈된 눈동자 위에 떨어지는 인공눈물.서림, 따끔거리는 듯 연신 눈살을 찌푸린다. 숨을 고르며, 약통에서 알약을 꺼내 물에 삼킨다. 이때 열리는 문. 돌아보면, 주현이 들어온다.주현괜찮아요? 하필 내 대타 뛰어줄 때 이런 일이 생겼네. 미안하게시리.서림아니에요...서림, 피곤한 기색이 내비치는 미소. 라커를 열고 갈아입은 유니폼을 집어넣는데, 주현이 멀뚱히 서서 지켜본다.서림왜... 할 말 있어요?주현(라커 안을 가리키며) 듀로작스에요?멈칫하는 서림. 힐끔 보면, 방금 먹은 약의 약통이 삐죽 튀어나와 있다.라커 문을 닫아버리는 서림.주현저거 임상실험도 통과 안 된 걸로 아는데.서림(변명하듯) 내가 우울증이 있어서...주현알아요. 나도 작년에 잠깐 썼거든요.서림(놀란 듯 본다)주현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니라 혹시 다른 약은 안 먹죠? 누가제라프렉사 계열이랑 같이 복용했다 심장마비 왔단 소리를들어서요.어물쩍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서림.주현암튼 뭐 그 얘기 하려는 게 아니고...서림.....주현어제 도망친 환자. 조회 때 정산금 얘기가 나왔거든. 박 주임님 말이, 서림 씨가 개인적으로 책임져 달라네.서림네? 그게 무슨... 11 주현.....서림난 매뉴얼대로 했고 어차피 경찰도 찾고 있잖아.주현다음 주에 재무평가 있잖아요. 그전까지 해결해야 되는데 경찰이 그렇게 빨리 잡아오려나...서림은 벙찌듯 말문이 막힌다.주현서림 씨도 여기 근무한 지 딱 이 년 째죠?서림(보면)주현이번 달만 넘기면 재계약할 수 있잖아. 괜한 걸로 꼬투리 잡히면 일만 더 커져요.서림병원비가 얼만데요?주현이따 정산표 확인해서 보내줄게요. 그래도 최소 삼사백은 되지 않을까.서림아니... 내가 그 돈이 어디 있어.주현그건 그렇죠. (잠시 뜸들이다) 아님 직접 잡아오기라도 하라는데... 그건 더 말이 안 되잖아. 25.아람병원, 언덕 / 낮지난밤 소녀가 도망쳐 간 언덕에 선 서림. 사건 현장을 되짚는 형사 마냥 푹 인상을 쓴 채 주위를 둘러본다.소녀가 흘린 물건이 남아 있을까 땅 위를 주의 깊게 살피는데... 수풀 속에 구겨진 종이 하나. 손을 뻗어 주워 보면, 무료 급식소와 노숙인 쉼터 등의 위치를 기록해둔 일종의 지도다.위잉! 이때 핸드폰에 도착하는 문자. 서림, 지도를 주머니에 넣고 핸드폰을 본다. 번쩍 두 눈이 커진다.26.도로 / 낮찬바람을 거슬러 매섭게 자전거를 내달리는 서림. 27.연립단지, 복도 / 낮쾅!! 검은 장정 둘이 서림의 집을 박차고 나온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는 장정들. 그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기둥 뒤에 숨어 있던 서림이 빠끔 12 고갤 내민다.28.서림의 집 / 낮철컥!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난장판이 된 거실이 보인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수돗물 소리. 그리로 향하면, 세면대 앞에 선 범식이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일어선다.범식(수도 잠그고) 내가 네 가족이냐?죄인처럼 아무 말도 못하는 서림. 범식이 그녀를 돌아본다. 두 뺨은 시뻘겋게 부었고 터진 입술에선 피가 맺혀 나온다.범식말해봐 내가 가족이야?서림아니...범식근데 왜? 왜 네 돈 빌리는데 내 이름을 팔아?서림.....범식(목이 터져라 고함) 어?!!!서림나 말고 연락할 사람 대라는데 어떡해...범식그니까 왜 나냐고?서림나한테 또 누가 있는데?퉤! 범식이 피가 섞인 침을 뱉는다. 서림을 밀치고 나와, 집 안을 뒤지며 자기 물건을 커다란 가방에 챙겨 넣기 시작한다. 서림(손을 뻗어 말리며) 뭐하는데?! 이제 나한테 빨대 꽂을 자리 없다 이거야?범식은 뿌리치며 계속 말없이 짐을 챙긴다.서림너 설마 서은비한테 가려 그래? 바에서 알바 뛰는 애가 무슨 돈이 있다고-범식걔가 너처럼 먹고 살려고 일하는 줄 아냐?서림뭐...?범식이 동네에 걔네 아빠 오피스텔만 몇 채인 줄 모르지?범식의 일갈에, 묘하게 뒤틀리는 서림의 얼굴.가방을 둘러메는 범식. 돌아서서 현관문으로 향하는데 서림이 따라온다. 범식을 돌려세우고는 눈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대뜸 범식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더 13 니... 범식이 입은 바지의 벨트를 푼다.범식, 당황하는데... 홱! 서림이 벨트를 빼 손에 쥔다.서림맥북도 놓고 가.범식뭐...?서림(벨트를 들어 보이며) 얘나 걔나 네 돈으로 산 거 아니니까 놓고 가라고.뒤돌아 거실로 사라지는 서림. 범식, 어이없는 얼굴로 보면...29.연립단지 / 해질녘해가 떨어져 가는 연립단지의 전경.30.서림의 집, 방 / 해질녘샤워를 한 듯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 서림, 식탁에 앉아 범식의 맥북을 보고 있다. 은비와 범식의 메신저 채팅 기록.은비그니까 빨리 정리하고 나오랬잖아. 뭐 좋다고 그딴 데에 붙어 있냐.범식맞아. 니 말 들었어야 되는데. 암튼 가는 중.은비나 좀 늦으니까 쉬고 있어.범식얼른 담주 됐음 좋겠다.은비ㅋㅋㅋㅋㅋ 일본 가서 기분전환 제대로 하자.범식너 집 주소랑 비번 뭐였지?은비사현동 108-17 508호. 3908.서림, 맥북을 닫아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던져 넣는다. 범식이 남기고 간 옷가지와 잡동사니도 함께 쑤셔 넣는다. 털썩- 구석에 힘없이 주저앉는데, 핸드폰에 도착하는 문자.주현아까 말한 정산표 보내드려요. 핸드폰을 내던지는 서림.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다.잠시 후... 천천히 고갤 드는 서림. 무슨 생각이 난 건지 얼굴을 쓸어내리며 일어나 외투를 뒤진다. 숲에서 주운 구겨진 지도를 꺼낸다. 14 대부분 장소에 사선 체크가 돼 있는데, 유일하게 체크표시가 없는 ‘희망의 집’.cut to.핸드폰을 귀에 대는 서림. 날카로운 연결음이 연이어 울리면-31.공중전화 / 밤달칵! 수화기를 집어 드는 소녀. 한참을 망설이다가... 누군가의 번호를 누른다. 다이얼을 누르는 손이 파르르 떨린다. 몇 번의 연결음 뒤소리[v.o]여보세요.소녀.....소리[v.o]여보세요?젊은 여자의 음성. 소녀는 굳어버린 듯 입을 떼지 못하고...소리[v.o]누구야?소녀.....소리[v.o](이상한 낌새를 채고서는) 숨이?... 정숨이?소녀의 불안정한 숨소리가 수화기에 새어든다.소리[v.o](점점 흥분하며) 숨이 맞아? 너 어디야 내가 데리러-전화를 끊는 소녀. 부스 유리에 만신창이가 된 얼굴이 비춰 보인다. 왈칵 눈물을 쏟을 것 같다. 금세 두 눈에 차오르는 독기. 소녀, 부스를 박차고 나온다.32.희망의 집, 공터 / 아침공터에 멈춰 서는 봉고차. 낮은 단층건물 앞에 모여 기다리던 여성 노숙인 무리가 그 뒤에 줄지어 선다.운전사, 차에서 내려 짐칸을 연다. 가득 쌓인 커다란 종이박스들을 내리면 뒤에 있는 노숙인들이 받아든다. 앞사람에서 뒷사람으로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동하는데... 누군가 힘에 부쳐 박스를 놓친다.쏟아지는 새 스타킹과 포장지 뭉치. 당황한 누군가 주저앉으면 소녀의 얼굴이 보인다. 소녀, 허둥대며 주워 담는데 퍽!! 뒤통수를 후리는 김묘순(여,40대). 15 묘순맞아야 정신 차려 맞아야...주르륵 코피가 땅에 떨어진다. 힘없이 열에서 튕겨 나가는 소녀. 얼얼한 뒤통수를 매만진다. 짐칸을 닫고 차에 타는 운전수. 유유히 공터를 빠져나가는 차. 일을 마친 노숙인들도 알알이 흩어진다. 산개하는 무리 속... 모자를 푹 눌러 쓴 서림. 공터에 덩그러니 선 소녀를 힐끔 돌아본다.33.희망의 집, 생활관 / 낮복도에 나타나는 서림. 방 안의 숨이를 물끄러미 보더니, 안으로 들어가 멀찍이 떨어진 침대에 앉는다.이층침대가 다닥다닥 붙은 공간.노숙인들이 모여 스타킹을 포장한다. 그들과 떨어진 구석 침대에 조용히 누운 소녀, 뭉친 휴지로 코를 틀어막은 채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고 있다.이때 복도에 나타나는 서림. 방 안의 숨이를 물끄러미 보더니, 안으로 들어가 멀찍이 떨어진 침대에 앉는다.서림(궁금증이 이는 듯, 슬쩍 몸을 기울이는데)노숙[o.s]왜 남의 자리에서 지랄이야!!신경질적인 호통에 화들짝 돌아보면, 노숙인 한 명이 인상을 쓴 채 서림을 내려다보고 있다.노숙뭔데 남의 자리에서 지랄이냐고.우물쭈물 대던 서림, 허둥대며 일어서자 그녀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된다. 얼른 빈 침대를 찾는데, 소녀 앞 침대가 비어 있다. 엉겁결에 그리로 향해 소녀를 등지고 드러눕는다.서림의 등에 시선을 고정하는 소녀. 경계하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림을 쓱 훑는다. 두 눈에 어떤 의아함이 감도나 싶더니... 이내 침대 천장에 뭔가를 낙서하듯 적기 시작한다.심장이 빠르게 뛰는 서림. 이때 식사 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16 노숙인들,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 둘 일어나 복도로 나간다. 소녀도 펜을 놓고 일어나 맨 마지막으로 생활관을 나간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면... 슬쩍 모습을 드러내는 서림. 소녀의 자리로 가 백팩을 뒤진다.온갖 잡동사니 속에서... 조그만 다이어리 하나가 달려 나온다. 서림, 복도에서 기척이 들려오자 다이어리를 들고 서둘러 일어나는 순간, 침대 바닥에 적힌 낙서가 눈에 들어온다.‘죽여버려?... 좆같은 새끼... 다 찢어 죽여버려?...’34.희망의 집, 옥상 / 낮다이어리 표지 아래 투명 테이프로 겹겹이 붙여둔 사진. 포토부스에서 찍은 듯, 교복차림 여중생 셋이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림, 다이어리를 넘겨본다. 맥락 없는 글로 빽빽한 페이지들...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와 사진을 보면, 아이들 사이에서 도망친 소녀를 알아본다.잠시 고민하다... 결심하듯 핸드폰을 켜 전화를 거는 서림.경찰[v.o](잠시 후) 명산 지구대입니다.서림김철호 경장님 계세요?경찰[v.o]잠깐 자리 비우셨는데 좀 기다리시겠어요?서림아, 네...서림, 사진 위에 올려둔 손끝으로 괜스레 테이프를 긁는다.생각보다 길어지는 정적. 이때 테이프가 살짝 벗겨진다. 그 아래 겹쳐진 또 다른 사진의 모서리가 드러난다. 호기심이 동하는 서림. 조심스레 사진을 뜯어낸다. 소녀의 상반신 독사진이 나타난다. 그런데, 사진을 뜯어보던 서림의 얼굴에 무서운 당혹감이 스민다.교복 명찰 속 선명히 보이는 이름 세 글자 ‘정숨이’. 서림,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공이 요동치는데...경장[v.o]네, 전화 받았습니다.서림, 완전히 얼이 빠져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듯... 17 경장[v.o]여보세요...?!서림(화들짝 정신 차린다) 어제 아람병원에서 신고 접수한 건 때문에... 어떻게 됐나 해서...경장[v.o]잠시만요... 절차대로 진행 중인데 특이할 만한 상황은 없고요. 혹시 전화 주신 분이-서림(도망치듯 끊으며)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35.서림의 집 / 해질녘 ~ 밤벌컥! 캐비닛을 열어젖히는 서림. 높이 쌓인 짐을 헤집어 커다란 상자를 꺼낸다. 서류철 하나를 빼들고 정신없이 넘기다, 원하던 서류를 찾은 듯 동작을 멈춘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서류 위를 훑으면...‘경기지방법원 판결문’이란 제목 아래 ‘원고 위서림’. 맨 아랫줄까지 쭉 내려가면 보이는... ‘피고 정숨이’.36.어딘가 / 해질녘좁고 꾀죄죄한 사무실. 블라인드가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친근한 인상의 유정화(여,50대), 퇴근하려는 듯 외투를 걸친다. 똑똑- 노크소리. 정화, 문을 열면 어두운 복도에 서림이 서 있다.cut to.사건 자료가 담긴 파일을 훑어보며 말하는 정화.정화대영중학교... 맞네. 근데 이건 왜?서림그냥... 궁금해서요.정화갑자기?왠지 이상한 낌새의 서림을 뜯어보는 정화. 걱정스레 묻는다.정화희림이는 아직 못 일어났지?서림, 뭔가를 숨기는 사람처럼 시선을 내리깐 채 잠시 동안 말이 없다.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 18 정화병원비는 어떻게 감당해?서림집으로 데려온 지 꽤 됐어요. 어떻게 삼 년차까진 버텨 봤는데... 이러다 제가 죽을 거 같아서.정화내가 도울 거 있음 말해. 큰 건 아니어도-서림그때 수임료도 못 드렸잖아요. 괜찮아요.나지막이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는 정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정화차나 한 잔 마시고 가.선반 앞으로 가 차를 내리기 시작한다.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보는 서림.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서림변호사님...정화응?서림만약에 그 애가... 제 동생 그렇게 만든 애가 눈앞에 나타났어요. 변호사님이 저라면 어떡할 거예요?돌아서는 정화. 무슨 말인가 싶은 얼굴로 서림을 빤히 보다가...정화죽여야지.서림(흠칫) 죽여요...?자리로 돌아와 차가 담긴 잔을 내려놓는 정화. 무거운 공기가 침묵하는 서림을 짓누르는데... 농담이라는 듯 웃어넘기는 정화.정화맘이야 그렇다는 거고.서림.....정화너같이 창창한 애가 그러면 안 되지.37.서림의 집, 거실 / 밤투두둑-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빗줄기. 거실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서림.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 ‘보험해지 신청 완료. 잔여환급금은 영업일 기준 7일 이내로 지급될 예정입니다...’쭉 스크롤 하면 이어지는 내용 - ‘...기간 내에 아래 계좌로 미납금액 입금 시 계약이 자동으로 유지됩니다.’ 19 서림, 얼굴을 쓸어내리며 일어선다. 테이블에 놓인 듀로작스 통에서 알약을 꺼내 입에 넣고 물을 삼켜 넘긴다. 번개가 친다.질끈 눈을 감고 있던 서림이 눈을 뜬다. 그런데, 별안간 두 눈에 어떤 서늘함이 감돈다. 뭔가에 홀린 듯 서랍을 뒤지는 서림. 서류더미 사이에서 오래된 보험약관 하나를 찾아낸다. 깨알같이 들어찬 글자들 속에서... 보장금액에 적힌 8억 남짓의 숫자가 보인다.서림, 핏발 선 두 눈이 미세하게 떨리는데...소리[o.s]어쩔 거야?화들짝 돌아본다. 달빛을 등지고 창가에 선 희림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서림, 믿을 수 없다는 듯 벙 쪄 있다가서림어떻게 했으면 좋겠어...?희림뭘 물어 알면서.천천히 그림자 밖으로 걸어 나오는 희림. 어렴풋이 드러나는 얼굴이 서림의 얼굴과 똑같다. 뜨거워지는 서림의 눈시울. 희림, 그런 서림을 지나쳐 침대 위에 드러눕는다. 서림(뚝- 눈물이 떨어지는데)희림울고 자빠질 때냐 지금... 울지 마!훌쩍 울음 삼키며 돌아보는 서림. 희림이 이리 오라는 듯 침대를 두드린다. 서림, 침대로 가 희림을 마주보고 눕는다.가만히 서림의 볼을 쓰다듬는 희림.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점점 강해지고...희림네가 누구 땜에 이 꼴인지 생각해봐.서림.....희림내가 너였으면 어떻게 했을지도.서림.....희림복수도 하고... 인생도 편다... 가성비 괜찮지 않아?피식 서림이 웃음을 터뜨린다. 눈물과 미소가 뒤섞인 괴상한 웃음. 서림, 희림의 품 안에 파고들며 서늘히 읊조린다. 20 서림(서늘히 읊조리는) 미친년...번쩍! 그 위로 천둥번개가 치면-38.희망의 집, 복도 / 낮커다란 철제 싱크대에 기대어 앉은 숨이가 창밖에 쏟아지는 장대비를 멍하니 보고 있다.이때 숨이의 얼굴에 뿌려지는 찬물. 숨이가 온몸을 뒤틀며 벌떡 일어선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 손에 바가지를 든 묘순이 가로막고 서 있다.묘순나무에 물 좀 주려는데 이게 뭐야.숨이(도망치듯 피하는데)묘순(잡아 세우며) 멀쩡한 방 놔두고 이런 데 자빠져 있는 심보는 뭐냐? 내가 맞춰볼까? 넌 내가 늙고 냄새나고 더럽다고생각하는 거야. 한 방에 같이 못 있겠단 거야. 그지?숨이(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아닌데...묘순아니야? 뭐가 아니야!!숨이를 괴력으로 밀치는 묘순. 나동그라지는 숨이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날린다.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속수무책 얻어맞는 숨이.분풀이하듯 한참을 이어지는 폭행 뒤... 손을 털고 일어서는 묘순. 씩씩대며 자리를 뜬다. 시체 마냥 덩그러니 쓰러진 숨이, 고갤 든다. 한없이 무력한 눈으로 묘순의 뒷모습을 쳐다본다.잠시 후, 한숨을 삼켜내며 땅을 짚고 일어선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하는데, 복도 끝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는 누군가. 사업가처럼 세련된 세미 정장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서림이다.왠지 모를 기척에 고갤 돌려 서림을 보는 숨이. 서림의 까만 눈이 숨이의 시선을 되받아 응시하는데...원장[o.s]연락 주신 분이죠?반대편에 모습을 드러내는 원장이 서림을 부른다. 21 39.희망의 집, 생활관 앞 / 낮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는 숨이의 시선. 원장과 노숙인 둘, 그리고 면접관처럼 마주앉은 서림의 모습. 곧 얘기를 마친 노숙인들 일어서면원장[o.s]자매님 들어오세요!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긴장하는 숨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40.희망의 집, 생활관 / 낮걸음을 내딛는 숨이의 눈에 서림의 모습이 점차 선명히 들어온다. 선글라스를 벗은 두 눈이 숨이를 올려다본다.원장서은비 팀장님이시고, (숨이를 가리키며) 여긴 이름을 안 알려줘서... 앉아요.서림의 맞은편 침대에 살포시 걸터앉는 숨이.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서림(원장을 보며) 혹시 이번 자매님은 저 혼자 얘기 나눠 봐도 괜찮을까요?원장아... 네, 뭐. 그러세요. (숨이에게) 괜찮죠?쭈뼛대는 숨이를 다독이며 자리를 뜨는 원장. 문 닫히고 생활관에 둘만 남는다. 천천히 숨이를 훑는 서림의 두 눈.서림도망가고 싶어요?숨이, 놀란 듯 서림을 본다. 어리둥절하면서도 허를 찔린 듯...서림지금 도망가고 싶죠?숨이제가... 왜요?서림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아요?숨이.....서림(계속 숨이를 빤히 보다) 아님 말고요. 서림, 당황한 숨이에게 명함을 건넨다 - ‘한마음인력센터 지원팀장 서은비’.서림나가서 같이 일해 볼래요? 본인이 하고 싶은 거 잘하는 거 찾아서. 급여 꼬박꼬박 나오고 숙식도 제공되고. 지역 고 22 용센터랑 연계해 진행하는 거라 사기 같은 거 아니에요.숨이, 탐색하듯 서림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는데...숨이저 아세요...?서림무슨 말이에요?숨이오늘 처음 본 사람을... 왜 데려가려는 건지...서림사업 대상자가 이십 대거든요. 아무래도 기존 지자체 사업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까...숨이.....서림아니, 솔직히 말하면... (갑자기 피식 웃곤, 망설이듯 뜸을 들이다가) 오늘 본 분들 중에 제일 특별해 보여요.숨이는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하면서도 잠시 눈빛이 반짝인다.서림나도 일이 일인지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 많이 보거든요. 근데 그쪽은 뭔가 느낌이 달라요. 그 나이에 무슨 이유로 꽁꽁 숨어 살던 간에... 평생 이럴 거 아니잖아요. 이름? 지금 말 안 해도 돼요. 굳이 지금일 필요 없어요 앞으로 시간 많으니까.서림이 숨이의 옆으로 와 나란히 앉자 흠칫 놀라는 숨이.서림혹시 그런 생각해요? 이렇게 살기 싫다... 지금이랑 완전 다른, 훨씬 나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거기만 그런 거 아니에요. 나도 그러거든. 다들 그러거든.서림, 숨이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갠 뒤서림(숨이를 똑바로 보며) 나 믿어도 돼요.닿을 듯 가까워진 서림을 쳐다보는 숨이. 떨리던 눈빛이 격하게 흔들리는데...숨이못 믿겠는데...서림.....숨이아까는 안 도와줬잖아요.서림.....숨이아까 다 봤는데 안 도와줬잖아요.서림내 일이 아니니까요.숨이(실망하듯 날이 서는) 지금은 달라요?서림다르죠- 23 서림, 손을 빼내려는 숨이의 손을 힘주어 눌러 깍지를 낀다.서림이제 내 일이 될 수도 있잖아요.41.희망의 집, 응접실 / 낮복사기에서 출력되어 나오는 가짜 사업신고증 따위의 증빙서류들. 원장, 서류를 들고 테이블의 서림과 마주 앉는다.원장 한 분이라도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네요.서림진행되는 대로 보고 드릴게요.원장알아서 잘해주시겠죠. (서류를 보곤) 근데... 이 센터는 언제 설립된 거예요? 웬만한 데는 저희 연락망에 등록이 돼 있는데 검색이 안 돼서...서림그래요...?원장네...서림(잠시 말이 없다가) 얼마 안 됐어요. 그래서 그럴 거예요.씩 웃어 보이는 서림. 원장은 그 미소를 보다... 덩달아 웃는다. 일어서는 원장. 서림의 얼굴에 스치는 서늘한 적의.42.희망의 집, 생활관 / 낮짐을 싸는 숨이. 터질 듯한 백팩을 메고 일어선다.새 스타킹과 포장지를 쌓아놓고 둘러앉아 포장 작업을 하는 노숙인들 사이를 조심스레 헤집고 나가는데, 마침 화면 밖에서 복도를 가로지르는 누군가를 보곤 멈춰 선다.잠시 생각에 빠지는 숨이. 스타킹 하나를 슬쩍한다.43.희망의 집, 옥상 / 낮옥상에 들어오는 숨이. 빨랫줄에 걸린 시트 뒤로 모습을 감춘다. 보면, 한편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묘순. 담배를 끄고 출구로 향하는 순간, 불쑥 숨이가 튀어나와 묘순의 목에 스타킹 휘감는다. 우당탕!! 자빠진 묘순의 등에 올라타 스타킹을 찢어버릴 듯 죄어 당긴다. 24 커헉- 하얗게 질리는 묘순의 뒤통수를... 퍽!! 주먹으로 내리치는 숨이.숨이개씨발년이...44.희망의 집 ~ 도로 (차 안) / 낮멀어지며 점이 되는 사이드미러 속 희망의 집.백팩을 끌어안은 채 뒷좌석에 앉은 숨이. 운전대를 잡은 서림을 백미러로 힐끔 보면, 마침 시선을 돌리는 서림과 눈이 마주친다.두 사람이 탄 고급차. 한적한 도로를 달려 닿는 곳은...45.미용실 / 낮아늑하고 고급스런 분위기의 미용실. 앞서는 서림을 쭈뼛대며 뒤따르는 숨이.서림뭘 하든 보이는 거 무시 못 하거든요. 첫날이니까 내 선물이라고 생각해요.이때 다가오는 미용사. 인사 건넨 뒤 자리로 안내한다.미용사어떻게 해드릴까요?서림요 정도까지 자르는 거 어때요? 나랑 똑같이.숨이똑같이요...?미용사어울릴 거 같아요. 두 분 피부톤이나 얼굴형이 비슷해서.숨이, 거울 속 자신과 서림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cut to.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바닥에 수북이 쌓인다. 긴 머리에 가려져 있던 숨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고...cut to. 헤어캡 위에 회전하는 열처리기. 숨이, 어색한 듯 주위를 두리번. 창가에 다릴 꼬고 앉아 잡지를 보는 서림을 본다.서림이 펼쳐둔 잡지 사이에 놓인 핸드폰. 은비의 인스타 페이지. 스토리에 뜬 사진 속, 일본 어느 도시 풍경이 보이고 함께 적힌 문구 - ‘JAPAN~9/27’ 25 핸드폰을 엎어놓고 멍하니 창밖을 보는 서림. 문득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는데, 숨이와 눈이 마주친다. 다시 태연히 잡지를 본다. 잡지로 휴대폰을 덮어버리는 서림.숨이, 생각에 잠긴다. 잡지 하나를 꺼내 펼쳐보는 숨이. 숨이는 서림을 따라 한쪽 다리를 꼬아본다. 어색하게 잡지를 넘기다가... 한 사진에 시선이 멈춘다.자매처럼 보이는 젊은 여자 둘. 서로 팔을 감아 부둥켜안고 있는데 목을 조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모습.46.브런치 카페 / 낮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은 단발머리 한 쌍.서림머리 맘에 들어요?숨이(끄덕) 좋아요.서림잘 어울리네. 그런 얼굴 가리면 손해에요.서림의 말에 멈칫하는 숨이. 잠시 서림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숨이팀장님도요...서림(숟가락질 멈추고 올려다본다) 네...?숨이팀장님도 예쁘시다고요.숨이의 진지한 눈빛에 당황하는 서림. 얼른 화제를 돌리듯서림(숨이의 빈 접시 가리키며) 좀 먹어요...숨이는 빵 하나를 집어 접시에 보란 듯이 올려놓는다.숨이수영이에요. 박수영.서림.....숨이저한테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서림(꿀꺽 음식을 삼키고) 그래... 그럴게...만족스런 얼굴의 숨이, 빵을 집어 유리잔에 담긴 물에 푹 담근다.서림뭐해...?숨이저는 좀 뿐 게 좋아요. 버릇이 잘못 들었나 봐요, 음식만 보면 이걸 어떻게 두 배로 늘리나 그 궁리만 하다 보니까. 26 서림더 시키면 돼. 얼른 빼...물에 젖어 축축해진 빵조각을 나이프로 건져 올리는 숨이. 서림, 그 모습을 꺼림칙하게 지켜보고...cut to.깨끗하게 비워진 접시. 두 사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숨이잘 먹었습니다.서림, 고갤 끄덕이며 앞서서 카운터로 향한다. 지갑을 꺼내 다가오는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는데... 고갤 드는 순간 굳어버린다.서림주현 씨?... 여기서 뭐해요?앞치마를 두른 주현이 멋쩍은 듯 방긋 웃어 보인다.주현아는 언니 가게인데, 주말이랑 휴차 때 알바 뛰고 있어요. 당황하는 서림에게서 숨이에게로 옮겨가는 주현의 시선.서림(허둥대듯) 제 동생이에요...숨이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주현, 계속 숨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서둘러 차 키를 숨이 손에 쥐어주는 서림.서림차에 가 있어... 계산하고 갈게.등 떠밀리듯 밖으로 나가는 숨이. 주현, 그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 묻는다.주현동생이 존댓말을 써요?서림그게... 친동생이 아니고 사촌동생이거든요. (주현의 시선이 멀어지는 숨이에게 계속 머물자) 그... 미안한데 계산 좀 빨리 해줄래요?47.주차장 (차 안) / 낮덜컹!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타는 숨이.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어딘가 찜찜한 얼굴로 차 안을 살핀다. 매끈한 시트에 27 서 핸들 위로... 차 안을 훑는 시선. 그러다 문득, 햇빛가리개에 끼워진 선글라스가 눈에 들어온다.창밖을 슬쩍 살피고 햇빛가리개를 펴는 숨이. 끼워져 있던 반으로 접힌 종이 하나가 좌석 위로 떨어진다. 종이를 주워 조심스레 펴 보면...‘차량 단기렌트 확인증’ 그 아래 대여인 성명란에 적힌 이름 ‘위서림’.갸우뚱... 의아한 얼굴이 되는 숨이. 이때 서림이 카페에서 나온다. 숨이, 잠시 망설이다... 렌트증을 자신의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48.브런치 카페 / 낮창밖으로 운전석에 올라타는 서림의 모습. 곧이어 출발하는 차. 주현, 창문 너머 주차장을 나가는 서림의 고급차를 유심히 지켜본다.49.도로 (차 안) / 해질녘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숨이.숨이팀장님.서림응?숨이팀장님 이름이 서, 은 자, 비 자 맞죠?서림그렇지... 왜?숨이그냥... 확실히 기억해두려고요. (다시 창밖을 보다) 어디 서 씨세요?서림내가... 경주... 아니 광주 서 씨였나?숨이(돌아보며) 광주 서 씨가 있어요?서림왜?... 없을 것 같아?숨이저야 모르죠. (또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런데 제가 왜 팀장님 동생이에요?멈칫하는 서림. 자신에게 고정되는 숨이의 시선을 느낀다.서림그러면...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노숙자라고 할까?숨이.....서림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숨이기분 안 나빠요.서림..... 28 숨이진짜 동생이 있으신 거죠?서림뭐?숨이동생이요. 진짜 있긴 있으시냐고요.서림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숨이.....서림살아 있었음 너 정도 나이였을 걸.다소 과장되게 반응하며 말을 뱉는 서림. 숨이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숨이죽었어요?서림응...뭔가 숨기는 사람처럼 서림을 향한 시선을 거두는 숨이. 곁눈질로 그런 숨이를 살피는 서림의 감정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서림왜 죽었는지 안 물어보네.숨이무슨 이유가 있겠죠.감정이 읽히지 않는, 건조한 말투. 그런데... 숨이가 서림을 보며 묻는다.숨이제가 언니라고 부를까요?50.오피스텔 앞 / 밤어두워진 하늘. 고층 주거건물이 늘어선 길에 고급차가 들어선다.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외진 길에 멈춰 선다. 헤드라이트가 꺼진다. 51.오피스텔, 비상구 / 밤건물 뒤에 난 출입구로 들어오는 두 사람. 서림, 엘리베이터 앞 천장에 붙은 CCTV를 피해 비상구 계단으로 향한다.52.오피스텔, 복도 / 밤복도를 걸어 한 현관문 앞에서 멈춰 서는 두 사람. 서림, 도어락 덮개를 열고 번호키를 누른다. 삐삐삐! 날카로운 오류음. 한 번 더 태연히 번호키 누르지만 다시 또 들리는 오류음. 29 서림왜 이러지...당황하는 서림. 기억을 더듬어 번호키를 누르려는 찰나, 말없이 지켜보던 숨이가 손을 뻗어 별표 버튼을 누른다. 서림내 정신 좀 봐...53.은비의 집, 거실 / 밤삐비비빅- 철컥! 현관문이 열린다. 어둠 속 둘의 실루엣. 전등 스위치를 누르자 환해지며 실내가 드러난다.서림의 집과 대비되는 모던한 공간. 청소를 해놓은 듯, 휑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깔끔하다. 은비의 흔적이 담긴 물건은 찾아볼 수 없다.숨이(집 안을 살피며) 혼자 사세요?서림응...숨이자가에요?서림그런 말도 알아? 내 건 아니고 아빠 건데... 이 동네 개발되기 전에 부동산으로 돈을 좀 벌어서, 근처에 이런 오피스텔이 몇 채 있어. 너 지낼 곳 정하기 전까지 같이 있자.서림에게 가까이 다가와 서는 숨이. 대뜸 서림을 껴안는다. 숨이감사해요 언니-반사적으로 숨이를 밀쳐내는 서림. 얼빠진 얼굴로 뒷걸음질 치더니... 후다닥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서림[o.s]얼굴에 물 좀 뿌리고 나갈게 쉬고 있어!!닫힌 문 너머에서 들리는 서림의 목소리. 숨이, 욕실 문 앞을 서성이다 천천히 돌아선다. 텅 빈 집 안을 둘러본다.54.은비의 집, 욕실 / 밤세면대 물을 트는 서림. 짓누르는 압박감에 풀썩 주저앉는다. 잠시 후,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심호흡... 일어나 콘솔을 연다. 30 각각 ‘듀로작스’와 ‘제라프렉사’ 라벨이 붙은 약통을 치워내면, 콘솔 안 깊숙이 놓인 조그만 유리공병이 보인다.55.은비의 집, 거실 / 밤조심스레 집 안을 거니는 숨이. 거실을 한 바퀴 뺑 돌아 창 앞에 선다. 창에 비친 숨이의 얼굴이 바깥 야경에 겹쳐 보인다.이때 욕실 문 열리며 거실로 나오는 서림. 숨이가 돌아본다.숨이집이 진짜 좋아요.서림고마워... 목마르지?숨이아니요.서림뭘 아니야...서림,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이동한다. 숨이, 따라가는데서림앉아 있으라니까.숨이(단호한 제지에 멈춰 선다)서림옷부터 갈아입어.숨이옷이요...?서림저쪽 방 들어가서... 너가 입고 싶은 옷 아무 거나 골라. 숨이, 머뭇대다 서림이 가리키는 방으로 사라진다. 그 뒷모습에 불안한 시선이 머무는 서림. 천천히 돌아서 캐비닛 선반을 연다.위스키부터 보드카까지 각종 술이 진열돼 있다. 한참동안 술병 위를 맴도는 손... 위스키를 집어 싱크대 옆에 놓는다. 냉장고에서 얼음과 온더락잔 두 개를 꺼내 그 옆에 놓아둔다.힐끔 옷방을 돌아보면, 문에 반쯤 가린 숨이의 깡마른 몸.마른 침을 삼키는 서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잔에 얼음을 채우고, 술을 따른다. 그리곤 옷소매 아래 숨겨둔 유리공병을 꺼낸다. 안에 담긴 흰 가루를 숨이의 잔에 털어 넣는다.황금빛 술에 투명하게 녹아드는 흰 가루. 서림, 그 모습을 넋 놓고 보는데...숨이[o.s]언니-서림(화들짝) !! 31 서림의 손에서 미끄러지는 유리병. 싱크대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난다. 배수구 주위에 흩어지는 흰 가루와 유리 파편.돌아보면, 자신의 후드를 걸친 숨이가 가까이 마주 보며 서 있다. 황급히 숨이의 시야를 막아서는 서림.숨이괜찮으세요...?서림.....숨이(싱크대 향해 손을 뻗으며) 제가 치울까요?-서림됐어 하지 마!!숨이(움찔 얼어붙는)서림손 다쳐 너... 정리하고 갈 테니까 앉아 있어.숨이.....서림얼른!!숨이가 거실 소파로 가 뻣뻣한 자세로 앉으면, 싱크대에 물을 트는 서림. 흰 가루가 쓸려나가고... 깨진 유리조각들을 손끝으로 집어내 검은 봉지에 담아 휴지통에 쑤셔 넣는다.싱크대 앞에서 꾸물대는 서림의 뒷모습을 보는 숨이. 서림, 이내 술잔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소파로 와, 떨어져 앉는다. 약을 탄 잔을 숨이 앞에 놓는다. 둘 사이 어색하고 답답한 기운이 감돈다.숨이저희 이거 마시나요?서림응... 서림,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크게 한 모금 빤다.숨이언니 근데... 제가 술을 못해요.서림왜 못해...?숨이작년 겨울에 길에서 술 먹다 죽을 뻔했거든요. 그 뒤로 술은 입에 안 대기로 해서...서림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 거네.숨이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죠.서림수영아.숨이네...?서림우리가 오늘 처음 만났잖아. 그지?숨이네...서림네가 이제까지 해온 생활과 앞으로 해나갈 생활은 많이 다를 거고. 난 너가 최대한 빨리 적응하게 도와주고 싶어. 그러려면 어떡해야 될까? 32 숨이(무슨 말인가 보면)서림일단 우리가 친해지는 게 먼저겠지?숨이(끄덕)서림낯선 사람끼리 제일 빨리 친해지는 방법이... 술 말고 또 뭐가 있을까?숨이,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숨이(어쩔 수 없다는 듯) 죄송해요.서림(숨이에게 가까이 몸을 숙이며) 지금은 혼자 아니잖아.숨이(본다)서림그땐 너 혼자였고 지금은 나랑 같이 있고. 내가 너 보호자인데 뭐가 문제야?숨이언니가 내 보호자라고요...?묘한 떨림과 흥분이 느껴지는 숨이의 목소리. 서림, 다시금 잔을 든다. 서림이 잔을 내밀면 망설이던 숨이... 이번엔 따라 잔을 든다.짠! 유리 부딪치는 소리가 허공에 불길하게 퍼지고...단숨에 술을 털어 넘기는 서림.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잔을 입가에 가져가는 숨이. 서림의 긴장한 시선이, 숨이의 입술을 적시고... 목구멍을 넘어가는 술을 주시하는데...숨이(갑자기 잔을 내려놓는다) 천천히 마실게요.서림, 심장이 덜컹. 창에 다가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서림. 서림(화제를 바꾸듯) 아까 그 얘긴 뭐야?... 술을 먹다 죽을 뻔했어?숨이궁금하세요?서림응...?숨이저도 궁금해요. 선생님의 사연.서림(당황하듯) 나는... 내가 무슨 사연이-숨이같이 다니던 애가 하나 있었어요. 나이도 비슷하고 해서 항상 붙어 다녔는데...서림.....숨이한 번은 화물차 짐칸에 들어간 적이 있거든요. 너무 추워서 잠들었다가... 눈 떠보니 차가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33 - 화물차 짐칸 / 밤덜컹대는 짐칸에 웅크린 숨이.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한 소녀. 높이 쌓인 택배상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조그만 휴대용 라이트로 주위를 비추던 소녀.숨이[v.o]언제 멈추나 하고 있는데... 얘가 뭘 찾아낸 거예요.뜯어진 택배상자 속, 투명 비닐에 쌓인 위스키병. 소녀, 씩 미소 짓는다.위스키를 병째로 한 모금씩 번갈아 마시는 두 사람.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두 병이 세 병이 된다.숨이[v.o]날이 추워서 그랬나 너무 맛있었어요.덜컹! 멈춰 서는 차. 누군가 차에서 내리는 소리 뒤... 끽- 문이 열린다.- 어느 길가 / 밤 번쩍 땅 위로 뛰어내리는 두 사람. 각기 흩어져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다. 당황해 허둥대던 택배기사가 숨이를 쫓기 시작한다.숨이[v.o]근데 공짜 술 함부로 마시지 말라는 게 맞나 봐요.비좁은 골목에 숨어들어 택배기사를 따돌리는 숨이. 풀썩 쓰러지며 바닥에 구토 한다. 해롱대는 두 눈 힘없이 감기면...숨이[v.o]저 그때 그렇게 얼어 죽는 줄 알았거든요.- 은비의 집, 거실 / 밤가만히 듣고 있는 서림. 숨이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서림다른 친구는...? 그 친구는 어떻게 됐어?- 어느 길가 / 새벽생기가 빠져나가 싸늘한 소녀의 눈동자. 그녀의 얼굴부터 온몸 여기저기 잔혹한 구타의 흔적. 넋이 나간 채 길바닥에 처박힌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숨이.숨이[v.o]누가 왜 그랬는지 아무도 몰라요... (목소리에 깃드는 자조 섞인 모멸감) 길에서 떠도는 애 하나 죽는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흠칫 주위를 두리번대는 숨이. 숨이와 소녀를 빼곤 아무도 없이 휑한 길가에 쌔앵 찬바람이 불면... 34 - 은비의 집, 거실 / 밤와그작 입에 넣은 얼음을 씹는 서림. 불현듯, 머릴 스치는 의문.서림그 친구는 이름이 뭐야...?숨이몰라요.서림같이 지냈는데 몰라?숨이같이 지내면 알아야 돼요?서림모르는 게 이상하지...숨이(혼잣말하듯) 뭐가 이상하단 거지.서림뭐?- 어느 길가 / 새벽쓰러진 소녀의 품에서 신분증을 빼내는 소녀. 위에 적힌 이름 ‘박수영’.숨이[v.o]알아서 뭐해요. 그 이름이 가짜일 수도 있는데.- 은비의 집, 거실 / 밤숨이안 그래요 언니?서림을 돌아보는 숨이의 뜻 모를 눈빛. 긴장하는 서림, 얼굴이 화끈거린다.숨이제 얘기했으니 언니 차례에요. (서림의 명함을 꺼내며) 이게 진짜 직업이에요?서림그럼... 가짜 직업도 있어?숨이아무리 봐도 이상해서.서림뭐가...?숨이아빠가 집을 몇 개씩 갖고 있으면... 일 안 해도 되잖아요.서림(변명하듯) 먹고 살려고 하는 게 아니고... 사람들 돕는 게 좋아서 하는 일이야.숨이사람들 돕는 게 좋아서? (서림을 빤히 보다가... 절레절레 고갤 흔들곤) 거짓말.서림(마른 침을 삼킨다)숨이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서림그게 아니면... 내가 널 왜 집까지 데려왔겠어?숨이그러니까. 저를 왜 데리고 오셨어요?말을 잃는 서림. 죄어오는 공기를 느끼며 가까스로 묻는다.서림너는 왜 따라왔는데...?숨이특별해 보이셔서요. 그리고 지금이랑 완전히 다른... 훨씬 35 나은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기다렸다는 듯 서림이 낮에 한 말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숨이. 슬쩍 몸을 틀어 서림 옆으로 가까이 앉으면...숨이맨날 도망치다 깨달은 게... 저 같은 앤 맘대로 사라지지도 못한다는 거예요.서림.....숨이그러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좋은 방법이 있어야 된다.서림좋은 방법...?숨이예를 들어 다시 태어난다든가... 아님...숨이가 서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숨이다른 사람이 돼버린다든가.벌떡! 도망치듯 빈 잔을 들고 일어서는 서림.서림술 좀 따라올게...숨이이거 드세요!-숨이가 서림의 손목을 붙잡으며 자신의 잔을 쭉 밀어놓는다. 흘러넘칠 듯 위태롭게 찰랑이는 위스키. 서림은 잔을 보며 창백하게 굳어 있다가... 숨이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부엌으로 간다.그 순간, 날카로워지는 눈빛의 숨이. 잽싸게 잔을 뒤집어엎는다.서림, 등 뒤의 소리에 멈춰 선다. 돌아보면, 숨이가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에 쏟은 술을 손으로 그러모으고 있다.숨이죄송해요... 비싼 술인데 제가...숨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으로 서림을 올려본다. 바닥을 구르는 빈 잔에서... 술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숨이의 젖은 손으로 이동하는 서림의 시선.서림의 마음에 불길한 의심이 피어오른다.56.은비의 집 / 새벽고요한 오피스텔 단지의 전경. 36 - 침실침대에 걸터앉은 숨이의 뒷모습. 어둠 속, 분주히 움직이는 양손. 손 안에서 신발끈 하나가 복잡하게 얽힌다.- 거실소파에 모로 누운 서림. 불안하게 뜬 눈으로 허공을 보는데... 끼익- 침실 문이 열린다. 방에서 나오는 숨이, 조심스레 다가와 소파 아래 앉는다. 서림, 긴장하듯 눈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서림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는 숨이. 그런데 이때, 숨이가 소파 옆 탁자에 손을 뻗어 차 키를 손에 쥔다. 마치 선물처럼, 신발끈으로 만든 키링을 열쇠에 매단다.차 키를 제자리에 놓은 뒤 바닥에 몸을 눕히는 숨이. 편안히 잠이 들 듯, 스르르 눈을 감는다.cut to.자정을 넘긴 시각을 가리키는 시곗바늘. 서림, 소리 없이 몸을 일으킨다. 57.은비의 집, 욕실 ~ 거실 / 새벽콘솔을 열고 제라프렉사 통을 꺼내는 서림. 한두 알밖에 남지 않은 알약을 보며 낭패스런 얼굴로 고민에 빠진다.서림, 욕실을 나와 숨이에게 다가간다. 곤히 잠든 듯, 숨이의 가슴팍이 규칙적으로 들썩거린다. 차 키를 챙기고 뒤돌아 현관으로 향하는 서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센서등이 켜지고... 호흡이 잦아드는 숨이. 눈을 뜬다. 58.오피스텔 앞 / 새벽차에 시동을 거는 서림의 얼굴. 출발하는 서림의 차.59.은비의 집, 욕실 / 새벽욕실 안을 두리번대다... 콘솔을 여는 숨이. 즐비한 화장품 사이 약통을 발견한다. 하나씩 열고 알약을 손에 털어 살펴본다. 의아한 듯 인상을 쓰곤, 알약을 통 안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떨어져 나온 듀로 37 작스 한 알이 하수구 거름망에 걸린다.60.아람병원, 복도 / 새벽팍!!! 날아온 돌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는 액자. 그 너머 잽싸게 손을 털며 몸을 숨기는 서림의 모습. 서림이 복도 끝 쪽으로 돌아서 사라지면...약품 보관실의 창이 열리고 간호사가 밖으로 나와 소리난 쪽으로 향한다. 텅 빈 약품 보관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서림.61.아람병원, 약품보관실 / 새벽진열된 약품들 사이를 정신없이 훑는 서림의 손. 이내 제라프렉사 한 통을 찾아 손에 쥐고는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간다.62.은비의 집, 옷방 ~ 거실 / 새벽숨이, 서림이 낮에 입은 정장을 집어 든다. 옷걸이를 빼내고 옷을 손에 쥔다. 옷 위에 조심스레 얼굴을 대어본다.cut to.서림의 정장 재킷을 걸치고 거울 앞에 선 숨이.숨이(서림의 어조를 흉내내며) 나랑 같이 일해 볼래요? 그 나이에 뭐 땜에 숨어 살던 간에... 평생 그럴 거 아니잖아... 혹시 그런 생각해요? 이렇게 살기 싫다... 지금이랑 다른, 훨씬 나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거기만 그런 거 아니에요. 나도 그러거든. 다들 그러거든...삐비비빅- 철컥! 이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 당황하는 숨이, 서둘러 옷을 벗는다. 허둥지둥 거실로 나가는데범식[o.s]미안하다고! 사과를 얼마나 더 해?낯선 목소리에 소파 뒤로 몸을 숨긴다. 거실을 가로지르는 은비와 범식.은비비행기 값이랑 호텔비 청구 안 하는 거나 감사히 생각해. 범식아는 동생이랑 통화도 못 해?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38 주식 시작한다 해서 상담해준 건데-은비지랄한다. 네가 누구 상담할 처지냐? (캐리어를 내팽개치고 돌아선다) 암튼 개버릇 남 못 준다고, 지금 너 면상만 봐도 토할 거 같거든? 아침까지 시간 줄 테니까 방 빼라. 돌아왔는데 그대로면 경찰 부를 거야.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은비. 범식, 울분을 토하듯 짧게 괴성을 내지른 뒤 소파 가까이로 와 선다.움찔! 몸을 웅크리며 숨을 죽이는 숨이. 숨 막히는 정적 속, 한동안 아무 움직임이 없는 범식의 두 다리에서 눈을 떼지 않는데...범식이 뭔가를 발견한 듯 터벅터벅 거실로 향한다. 의아한 두 눈이 덩그러니 켜져 있는 스탠드 등을 본다. 숨을 죽이고 있는 숨이. 집 안을 보고 있는 범식.스탠드 등에서 시선 옮기면 보이는 소파 위 헝클어진 담요.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는 숨이... 범식뭐야...?범식의 시선이 헝클어진 창에 반사된 숨이로 옮겨간다... 후다닥! 달려나가는 숨이. 당황하는 범식. 숨이가 현관문을 향해 달음박질치고 있다. 범식, 반사적으로 달려가 숨이의 옷깃을 잡아챈다. 소란에 나뒹구는 쓰레기통. 범식,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숨이를 제압하며범식너 뭐야...?!숨이저 서은비 팀장님 친구...범식서은비 팀장...?!숨이팀장님... 팀장님 따라온 건데...혼란에 표정이 일그러지는 범식. 그 순간 숨이가 범식 얼굴에 팔꿈치를 날린다. 엉덩방아 찧는 범식.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숨이. 범식이 쫓아와 다시 숨이를 제압한다. 그리곤 넘어진 숨이의 얼굴에 주먹을 강하게 내리꽂는다.머리가 띵- 시야가 흐려지는 숨이. 뭔가를 꺼내 드는 범식. 숨이가 그런 범식을 본다. 숨이, 일순간 눈에 서늘한 적의가 스친다. 범식 112를 누르려는데... 숨이가 쏟아진 쓰레기를 잡히는 대로 내던진다.푹! 뭔가에 얻어맞은 범식이 맥없이 쓰러진다. 39 63.도로 (차 안) / 새벽액셀을 밟는 서림. 차 키에 달린 키링이 이리저리 흔들린다.64.은비의 집, 거실 / 새벽공황 상태에 빠진 듯 멍한 숨이가 바닥을 내려다본다. 붉은 피가 천천히 퍼져 숨이의 발에 닿는다. 몸서리치며 물러나는 숨이. 화면 밖에서 범식의 끅끅대는 신음이 들려오자, 불현듯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실감한다. 밀려오는 공포에 뒷걸음질... 그대로 뒤돌아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다. 65.오피스텔, 복도 / 새벽허겁지겁 복도를 걸어나오는 숨이. 불안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간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숨이의 모습. 숨이가 사라져간 자리에 서림이 나타난다. 복도를 향해 들어가는 서림.66.오피스텔, 로비 ~ 주차장 / 새벽숨이, 건물 밖으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걸어나간다. 한 귀퉁이에서 들어오려던 경비, 숨이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67.OMIT68.은비의 집, 거실 / 새벽집으로 들어오는 서림. 조용히 어둠 속을 걸어가는데... 뭔가 발견한다. 뭉쳐진 검은 비닐봉지 속, 지난밤 서림이 깨트린 유리병 조각이 튀어나와 범식의 목에 박혀 있다.털썩! 주저 앉는다. 하얗게 질리는 서림. 틀어막은 입에선 소리 없는 비명만 새어나온다. 40 69.아람병원, 흡연실 / 낮흡연 부스 유리에 비치는 행인들.자세히 보면, 텅 빈 부스 안에 홀로 선 서림의 뒷모습. 똑똑- 이때 누군가 유리 위에 노크를 한다. 돌아보는 서림. 주현이다.부스 안으로 들어와 옆에 서는 주현. 서림의 손에 끼워진 새 꽁초를 본다.주현불 없어요?라이터를 꺼내는 주현. 넋이 나간 듯한 서림이 떠밀리듯 꽁초를 입에 물면, 불을 붙여준다. 자기 담배에도 불을 붙이고는주현재밌는 거 말해줄까요? 나 재계약 못 한대요.서림.....주현작년에 이사장 사고치고 병원 운영 어렵단 얘긴 들었는데 아예 나가라고 할 줄은 몰랐네.서림어떡하게요?주현딴 병원 가거나. 이참에 딴 일 알아보거나.주현, 연기를 내뿜으며 서림을 본다. 서림은 먼 곳에 멍한 시선을 둔 채 꽁초를 쥔 손을 덜덜 떨고 있다.주현저번에 도망친 그 박수영인가 하는 애...서림(흠칫 놀라 돌아보면)주현걔 문제 해결 안 했죠?서림내가... 뭐 할 수 있는 게 있어야지.주현안 쫄려요?서림(굳어버리며 말이 없다가) 뭐가요...?주현아니, 그냥...서림의 두 눈이 갈 곳을 잃고 은밀히 요동친다. 주현, 왜인지 주위를 살피고는주현설마 진짜 찾으러 다니는 거 아니죠?서림네...?주현박수영. 진짜 찾은 거 아니죠?서림.....위잉! 이때 울리는 진동음. 주현, 핸드폰을 본다. 41 주현(다시 서림을 물끄러미 보다) 먼저 가볼게요.담배를 끄고 자리를 뜨는 주현. 혼자 남은 서림, 멀어져가는 주현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는데...서림박수영... 박수영...갑자기 읊조리는 수영의 이름. 무슨 생각이 스친 듯 번뜩이는 눈빛 위로, 통화 연결음이 선행되다가...70.아람병원, 원무과 / 낮정화[v.o](달칵) 유정화 변호사입니다.구석진 원무과 책상에 앉은 서림. 누가 들을 새라 낮게 몸을 숙인다.서림변호사님.정화[v.o]서림이? 무슨 일이야.서림다른 게 아니고요...정화[v.o].....서림정숨이랑 같이 조사받은 애들 있었잖아요.정화[v.o]차에 타고 있던 애들?서림혹시 그 중에... 박수영이란 애가 있어요?정화[v.o]글쎄... 잠깐 기다려봐. (수화기 너머 부스럭대는 소리만 한참 들려오다가) 박수영. 있네.서림, 질끈 눈을 감는다. 떨리는 목소릴 가다듬은 뒤서림혹시 다른 애들 이름도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그때 담당 관찰관 연락처도-정화[v.o]뭐 땜에 그러는데?서림그냥... 뭐 좀 정리할 게 있어서요. 서림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챈 듯, 정화가 길게 침묵한다.정화[v.o]서림이 너 좀 이상해.서림.....정화[v.o]너 지금 이러는 상황을 내가 어떻게 이해해야 돼?서림이해하지 마세요. 그냥 해주시면 돼요. 42 말을 삼키는 서림. 눈시울이 뜨거워지고...정화[v.o]마지막 부탁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앞으론 이 일로 나한테 연락하지 마. 알겠어?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서림.71.아람병원, 직원 휴게실 / 낮라커를 여는 서림. 주위를 살피며 핸드폰이 안 보이게 가리고 선다. 살인 관련 뉴스를 검색해본다. 아무 기사도 없다.눈을 감고 숨을 내쉬는 서림... 벗은 유니폼을 옷걸이에 거는 순간, 라커 안의 틴케이스가 쓸려 나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허릴 굽혀 틴케이스를 주워드는 서림. 그런데, 안에 있던 위조서류들이 온데간데없이 텅 비었다.서림, 등골이 서늘해진다. 주위를 두리번대면, 사무실 너머의 소음과 팀원들의 목소리가 웅웅대며 들려온다. 그리고 이때, 누군가 케이스 안에 붙여둔 메모지를 보곤 새파랗게 질린다.네가 꽁친 차액 삼천만원.깜빵 가기 싫으면.9월 30일까지 진양상가 B동 중앙계단 소화전.누군지 찾으려 하지 말고.횡령범이 경찰에 가지는 않겠지.72.길거리 / 낮오고 가는 사람들 속... 숨이의 모습.주위를 경계하며 정처 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길 끝에 다다라 코너를 도는데, 정차해 있는 경찰차를 발견한다.그대로 방향을 틀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숨이. 그 순간, 멈춰 있던 경찰차가 숨이의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빨라지는 숨이의 초조한 걸음. 경찰차도 따라서 속도를 높이는데... 43 그대로 숨이를 지나쳐 저 멀리 사라진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숨이. 다리에 힘이 풀리며 돌아서면, 맞은편 유리창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서림의 후드티를 버린다.73.OMIT74.OMIT75.빌라촌 ~ 차 안 / 밤구옥과 신축빌라가 어지럽게 얽힌 길목에 승합차가 도착한다. 십 대 애들 대여섯 명이 우르르 내려 한 빌라 쪽으로 향한다.마지막으로 내리고 승합차의 문을 닫는 이하정(여,21).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건다.운전석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서림. 차에서 내려 하정에게 다가간다. 윈드실드 너머, 하정에게 무어라 말을 건네는 서림의 모습. 어리둥절한 하정의 얼굴에 떠오르는 놀라는 기색.76.공터, 승합차 안 / 밤자신의 명함을 서림에게 건네는 하정. 이름 옆에 업종을 알 수 없는 회사명이 적혀 있다.하정여기 주인이 오경문이라는 새끼에요.서림(보면)하정저랑 숨이 같이 집 없고 엄마 아빤 있으나마나 한 애들. 그런 애들 데려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도 주고... 처음엔 좋다고 받아먹었는데 나중에 알았어요. 그게 다 빚이 되고 있던 거.서림최근에 연락한 적 있어요?하정아뇨. 나도 못 본지 몇 년 됐어요.서림같이 사고치고 다닐 정도면 꽤 친한 사이 아니에요?하정.....서림그런 친구끼리 왜 연락이 끊겼지?하정나도 궁금해요. 44 서림, 차 뒤편 유리 너머 모여 있는 하정의 무리를 본다. 십 대 혹은 이십 대, 숨이와 다를 바 없는 또래 아이들.하정분위기 안 좋을 땐 얻어맞기도 하고 같이 사는 애들끼리 감시하게 하고, 못 견디고 뛰쳐나와도 항상 귀신같이 찾아내니까... 도망치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어요?드르륵! 열려 있던 차 문을 닫는 하정. 서림, 소리에 돌아보면하정숨이 왜 찾으시는 거예요?서림.....하정잘 사나 걱정돼서일 리는 없고... 복수라도 하시게요?서림혹시 다시 연락 오면, (진짜 자신의 집 주소를 적은 쪽지를 건넨다) 이리로 찾아오라고 해요.하정걔가 여길 왜 가요.서림어차피 갈 데도 없잖아.하정.....서림왜? 너도 오고 싶어?서늘히 말을 내뱉는 서림. 얘길 정리하려는 듯 차에서 내리는데하정숨이 죗값 다 치렀어요.그대로 멈춰서 하정을 본다. 하정, 서림을 따라 차에서 내린다.서림뭐라고?하정숨이 죄 없다고요.서림누가 그래?하정.....서림누가 그러냐니까-하정의 머리를 거칠게 밀치는 서림. 중심을 잃는 하정을 계속 몰아세운다. 하정 쪽으로 돌아보는 아이들.서림말해봐 누가 그래!!하정씨발!!!저항하는 하정의 외침이 날카롭게 울리고... 소란에 달려오는 아이들.하정좆도 모르면서 지랄이야... 좆도 모르는 주제에 지랄이야!서림(됐다는 듯 돌아서는 순간) 45 하정병신아. 네 동생 박은 차 걔가 운전한 거 아니야.다시 우뚝 서는 서림. 하정, 울음이 터질 듯 위태로운 표정.하정숨이 애초에 치룰 죗값도 없는 애라고...서림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괜한 말을 했다는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는... 주위를 살피는 하정. 서림에게 가까이 다가와 선다.하정오경문이 했다고... 그 새낀 그때 이미 성인에 전과도 있어서 무조건 징역이니까... 차에 탄 애들 중에 숨이가 제일 어렸고 빚도 많으니까, 뒤집어쓰면 빚 다 까주겠다 그래서 대신 들어간 거라고.서림.....하정더 웃긴 거 말해줘?하정, 말을 잃은 서림을 몰아붙이듯하정그 말도 다 구라였어. 빚은 그대로고 바뀐 건 하나도 없고... 그러니 애가 안 사라지고 배겨?그저 하정을 바라보는 서림... 서림, 자리를 뜬다. 하정, 그런 서림의 뒷모습을 노려보다 울컥 쏟아지는 눈물.하정 다시 차 앞으로 돌아와... 젖은 눈가를 닦아내고 차에 탄다. 거칠게 문을 닫고 양손에 얼굴을 파묻는다. 창밖에서 서성이다 멀어지는 아이들. 그런데 이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하정, 망설이다 받으면하정여보세요.소리[v.o].....하정여보세요?숨이[v.o]이하정... 나 좀 도와주라.77.차 안 ~ 시내 / 밤운전석 시점으로 보이는 차창 밖의 풍경.숨이를 찾아 헤매듯, 차를 모는 서림의 두 눈에 어린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감정. 그런데, 끼익!! 서림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46 윈드실드 너머 서 있는 숨이. 서림의 두 눈이 번쩍 커진다. 귀신이라도 본 듯하다가... 황급히 안전벨트 풀고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퍽!! 차창 위로 웬 음료가 날아든다.숨이의 모습을 지워내듯 유리 위를 흘러내리는 투명한 액체... 보면, 차 앞에 서 있는 여자는 숨이가 아니다.여자운전 똑바로 해 썅!!여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차에서 멀어진다. 멍하니 있다... 출발하는 서림.78.연립단지 / 아침단지 안에 들어와 멈춰 서는 서림의 차. 서림이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연다. 숨이의 소지품이 담긴 커다란 가방을 꺼낸다.79.연립단지, 복도 / 아침서림, 집을 향해 복도를 가로지른다. 그런데, 커다란 남성 둘이 서림을 향해 다가온다. 당황하는 서림, 가방을 등 뒤로 둘러멘다.형사1위서림 씨? (신분증 꺼내 보이며) 경찰입니다. 급히 여쭤볼 게 있는데 잠깐 괜찮으시죠?초조한 기색을 감추는 서림. 태연한 얼굴로 고갤 끄덕이는데, 두 명의 형사 뒤에 가려져 있던 은비를 발견한다.서림.....?!은비(형사들 사이로 걸어 나오며) 보세요... 제 말이 맞죠?... 머리 스타일도 똑같잖아요... 형사1, 다소 흥분한 은비를 진정시키듯 제지한 뒤 서림에게 묻는다. 형사1김범식 씨 아시죠?서림네...형사1어제 김범식 씨가 사고를 당하셨어요.서림은 잠시 무표정한 채 말이 없다가... 47 서림무슨 사고... 많이 다쳤나요?형사1.....서림다친 게 아니면...형사1김범식 씨는 얼마나 만나셨어요?서림육 개월 정도...형사1지난주쯤 심하게 다투신 걸로 알고 있는데...서림네?... 누가 그래요?빨라지는 서림의 심장박동. 형사1,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하나를 보여준다.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숨이의 모습. 흐릿한 얼굴에 동일한 헤어스타일. 외형만으론 그녀가 숨이인지 서림인지 알 수 없다.형사1김범식 씨가 서은비 씨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형사2사망 추정 시간대에 오 층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사람이 찍혔는데, 근무 중이던 경비 말로는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하더라고요.서림.....형사1어제 새벽 네 시에 어디 계셨어요?서림집에 있었죠.형사1같이 사는 분은 없으시고요?서림없어요.형사1증명해줄 사람도 없는 거네요 그럼.서림(말이 없다가) 제가 지금 용의자인 거죠?형사1.....서림웃기네요. (은비를 보며) 죽긴 쟤네 집에서 죽었는데 저한테 이러시는 게.형사1그냥 여쭤보는 겁니다. 기분 상하실 거 없어요.서림진짜 죄송한데 저 출근해야 되거든요. 필요하면 서로 부르시든가요.서림, 형사들 사이를 뚫고 나와 현관문 앞에 서는데...형사2좋은 차 타시던데요.서림이런 데 살면서 비싼 차 타면 불법인가요?형사2근데 왜 렌트를 하셨어요?멈칫하는 서림. 형사2, 그런 서림 앞에 가까이 다가와 서서는형사2하나만 더 여쭤볼게요.투명한 비닐 주머니 하나를 꺼낸다. 안에 든 알약. 듀로작스다. 48 서림(요동치는 눈빛)형사2뭔지 아시죠?은비오빠한테 들었어요. 언니 이 약 먹는다고. 안 먹으면 지랄이 너무 심해서 같이 있을 수가 없다고... 언니 거 맞죠?고갤 돌려 은비를 쳐다보는 서림. 형사들의 시선도 날카로워지는데...서림맞아.은비.....서림내 거 맞아. 근데 김범식이 그 말은 안 했어? 자기도 이 약 먹는다고.은비뭐?서림(울컥하듯 떨리는 목소리) 너 같이 마냥 행복한 앤 이딴 게 왜 필요하나 싶겠지만 우린 달라. 저 약? 걔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 거 나눠준 거야...그리고는 갑자기, 서림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온다.서림너 범식이가 자살 시도 했던 것도 모르지?당황하듯 말을 잃는 은비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쏟아내는 서림. 그 뒤에 선 형사들, 눈빛을 주고받는다. 형사1, 조용히 명함을 꺼내 서림의 차 위에 올려놓고서는...형사1연락드리겠습니다. 은비를 데리고 형사2와 함께 뒤돌아선다. 이끌리듯 서림에게서 멀어지는 은비. 처량하게 울고 있는 서림의 모습을 멍하니 돌아본다. 그리고 문득, 서림 손에 들린 차 키에 달린 신발끈 키링을 본다.오랫동안 복도에 퍼지는 울음소리. 형사들과 은비가 사라지고... 서서히 잦아들다 뚝 그친다. 서림, 양손에 파묻은 얼굴을 든다.마치 모든 게 연기였다는 듯, 너무나 자연스레 눈물을 지워내는 서림. 두 눈에 깃 드는 날 선 기운.80.고가다리 밑 / 아침썰렁한 고가다리 아래. 소형차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선다. 펜스 뒤에 숨어 있던 숨이가 모습을 드러내면, 차에서 내리는 하정.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이 숨이를 와락 껴안는다. 49 81.차 안 ~ 주유소 / 아침운전대를 잡은 하정. 조수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은 숨이.하정무슨 일인지 안 알려줄 거야?입을 꾹 다문 숨이. 경계를 풀지 않는 눈으로 사이드미러를 본다.하정너 진짜... 걱정만 하게 만들고.숨이오경문한테 말 안 했지?하정안 했다니까 왜 사람을 못 믿어.숨이(잠시 조용하다가) 일주일 정도만 같이 있을게...하정일주일이든 일 년이든 상관없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노숙자가 될 생각을 해? 아무리 찾아도 코빼기도 안 보인 이유가 있었네.기가 찬다는 듯 웃는 하정. 숨이를 이리저리 뜯어본다.하정근데 너 머리가... 요즘 노숙자는 미용실도 다니냐?문득, 사이드미러에 비친 얼굴을 보는 숨이. 열린 창문으로 들이치는 바람에 짧은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하정그건 그렇고... 너 혹시 위서림이란 사람 기억 나?숨이누구?하정위서림.숨이.....하정그때... 차에 치인 여자 언니. 쌍둥이 있었잖아.숨이(기억을 더듬듯 찌푸리는 인상)하정그 여자가 와서 너에 대해 묻더라.숨이나를?하정만약에 너랑 연락이 되면... 자기 집으로 찾아오라면서 집주소를 주는 거야.숨이받았어?하정그 여자를 어떻게 믿어. 버렸지.혼란스러워지는 숨이. 머릿속이 뒤엉키기 시작하고...하정너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하정이 걱정스레 묻는데, 이때 깜빡거리는 주유경고등을 본다. 50 하정기름 좀 넣고 가자...마침 보이는 주유소에 멈춰 서는 차. 하정, 주유구 열고 차에서 내린다. 직접 주유기를 빼 들고 차 뒤편에 가 선다.차 안에 홀로 남은 숨이. 뭔가가 번뜩 떠오른 듯 주머니를 뒤진다. 구겨진 종이 한 장을 펴면... 지난 번 서림의 차에서 빼둔 차량 렌트증. 그 위에 뚜렷이 적힌 이름 세 글자 ‘위서림’.하정(창문을 똑똑) 화장실?숨이(급히 고개를 젓는다)하정나 좀 다녀올게...화장실을 향해 사라지는 하정. 숨이, 렌트증을 붙들고 머리를 굴린다. 천천히 맞춰지는 듯한 퍼즐. 그런데 문득, 불길한 느낌에 창밖을 본다.불 꺼진 사무실. 관리인도 없고 어쩐지 영업을 안 하는 곳만 같다. 싸한 기분에 운전석 사이드미러를 본다. 주유구에 꽂혀 있는 주유기. 고갤 돌려 계기판 주유등을 보면 리터는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다.숨이.....?!이때 차 뒤에 멈춰 서는 카니발 한 대. 덜커덩!! 문이 열리고 젊은 남자애 서너 명이 우르르 내린다.기겁하는 숨이. 도망치려 차 문을 열었다 그대로 꽂혀 있는 차 키를 발견한다. 다시 문 닫고 운전석으로 넘어가 핸들을 잡고 차를 출발시키는데 조금 가는 듯하다 덜컹하고 멈춰버리는 차. 뒤에서 남자애들이 숨이를 향해 뭔가를 던진다.덜컥 운전석 문을 여는 남자애들. 숨이가 겁에 질린다. 숨이가 발버둥치며 남자애들을 발로 찬다. 겨우 문을 닫은 숨이. 차 출발하려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핸들을 잡는다. 주유소를 벗어나는 차. 그 뒤를 남자애들이 계속 쫓아오다가 카니발을 향해 되돌아간다.주유소 구석에 몸을 숨긴 하정. 겁에 질린 채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82.도로 (차 안) / 아침숨이, 속력을 높인다. 의지와는 달리 핸들이 제멋대로 날뛴다. 위태로운 폼으로 한참을 질주하던 그때... 점점 줄어드는 차의 속력. 기름이 떨어진 차가 방 51 전되듯 길가에 멈춰 선다.숨이(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스스로를 추스르며 차 안을 살피는 숨이. 글러브박스를 열어 뒤지면 잡동사니 틈에서 지폐 몇 장이 나온다. 렌트증 위에 적힌 주소를 물끄러미 보는 숨이. 차에서 내린다.83.아람병원 앞 / 아침주차장을 가로질러 들어오는 서림의 차. 구석에 주차된 차에서 서림이 내리면, 멀찍이 들어서는 형사2의 차.형사2,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서림을 주시하다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형사2동선 확인했습니다. 병원으로 왔는데 어떡할까요?차에서 내려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서림.84.아람병원, 복도 ~ 원무과 / 아침몸을 숙인 채 창밖을 주시하는 서림. 형사2의 차가 방향을 틀더니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나간다.서림, 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천천히 돌아선다.복도를 걸어나가는 서림.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주문이라도 걸 듯,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대며 원무과에 다다른다.사무공간을 가로지르는데 왠지 평소와 다른 주위의 시선. 팀원들 모두가 서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의아하게 멈춰 서는 서림의 눈에... 사람들 사이 뒤섞인 이질적인 얼굴이 포착된다.S#27에서 서림의 집을 찾아온 장정들이다.서림(저도 몰래 뒷걸음질 치면)장정1네 남친이 전달 안 하디? 자꾸 연락 씹고 집에 없으면 일하는 데로 쳐들어간다고. 52 장정1, 서림을 코너에 몰아넣고 위협적으로 굽어본다.장정1무슨 배짱이세요?서림보냈잖아요...장정1삼백? 그거 먹고 떨어져라?서림의 머리를 거세게 밀치는 장정1. 놀란 사람들의 웅성거림.장정1(사람들 쪽으로 돌아서며) 자, 여러분 주목!!장정1이 연설이라도 하듯 목소리를 높인다.장정1제가 조언 하나 드리겠습니다. 여기 이 위서림이가 어떤 년이냐면요, 자그마치 오천팔백만원을 빌려놓고 배 째라 하는 아주 부도덕한 년입니다!서림.....장정1앞으로 얘랑 말은 섞지도 말고 믿지도 말고 그냥 상종을 하지 마세요. 안 그럼 저처럼 뒤통수 맞을 수가 있기 때문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아셨죠? 말이 끝나자 싸늘한 정적... 서림을 보며 돌아서는 장정1.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다 자리를 뜬다.붙박이듯 선 서림에게 누구도 섣불리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내, 원래의 흐름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서림은 유령이 된 듯하다.85.연립단지 / 낮단지 입구를 지나는 숨이. 예상치 못한 허름한 풍경에, 잠시 이곳이 맞나 머뭇거리다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서림의 집 앞에 다다라 주위를 살피는 숨이. 현관문 위에 귀를 갖다 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조심스레 도어락 덮개를 연다. 1234, 0000 따위의 번호를 눌러보지만 계속 오류.렌트증을 보는 숨이.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눌러본다. 53 86.서림의 집 / 낮삐비비빅- 열리는 현관문. 은비의 집과 모든 면에서 상반됐다. 비좁고, 어둡고, 어지럽다. 숨이, 문 닫고 들어와 집 한 가운데 멀뚱히 선다.87.다리 위 / 낮서림의 차가 좁은 폭의 강을 굽어보는 다리 위에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는 서림. 비틀비틀 걸어가 트렁크를 열면-88.서림의 집 / 낮서랍을 여는 숨이. 안에 든 걸 마구잡이로 헤집는다. 옷장부터 캐비닛까지... 서림의 정체에 대한 흔적이 될 만한 것을 찾아 헤맨다.거실 창고를 여는 순간 높이 쌓인 짐들이 쏟아져 내린다. 그 속에서 뭔가를 발견한 숨이, 하얗게 질린다.89.다리 위 / 낮숨이의 물건이 든 가방에 돌덩이를 넣는 서림. 단단히 여미고 지퍼를 잠근다. 가방을 들고 난간 앞에 선다.90.서림의 집 / 낮수십 장의 폴라로이드. 매일 날짜가 기록된 사진들 속엔... 식물인간 상태의 희림이 날마다 다른 옷을 입은 채 화사한 모습으로 침대에 눕혀져 있다. 불안하게 떨리는 손길로 사진을 넘겨보는 숨이. 이내 호흡이 가빠지며, 사진을 내려놓고 짐 더미를 미친 듯이 파헤친다. 빛바랜 서류 사이, 한 뉴스기사 스크랩에 시선이 멈춘다 - ‘무면허 중학생 훔친 외제차로 200km 질주... 피해자 뇌사상태...’ 54 91.다리 위 / 낮풍덩!! 가방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요동치던 수면이... 점차 차분하고 고요해진다. 서림, 검푸른 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본다.92.서림의 집 / 해질녘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에 스며드는 불길한 석양빛.현관문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서림. 터벅터벅... 부엌을 가로질러 거실로 향하는데, 어질러진 집 안이 눈에 들어온다.숨이[o.s]집 좋네요.나지막한 목소리에 흠칫 돌아보는 서림. 거실의 어스름 속, 이곳의 주인 마냥 침대에 편히 앉아 있는 숨이.숨이벽 있고 천장 있고. 창이 좀 작지만 빛도 들고... 여기는 진짜 언니 집 맞죠?숨이, 어둠 속 짐승처럼 두 눈을 번뜩인다.숨이어디까지 거짓말이에요?서림.....숨이위서림 말고 다른 이름이 있어요? 언니 위서림 맞아요?서림, 숨이를 등지고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헤집어진 물건 속에서 자신과 희림의 사진이 든 액자를 본다.숨이나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죽이려고?허리 뒤춤에 숨긴 손에 들린 날카로운 과도.숨이근데 내가 한 거 아니야... 미안한데 언니 동생 내가 친 거 아니에요.서림알아...숨이알아?...근데 왜...숨이, 억울하다는 듯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숨이그리고 이 쇼는 다 뭐야... 55 서림.....숨이죽일 거면 그냥 죽이지 왜 사람을 속이냐고!서림그래야 돈이 생기거든.숨이뭐...?서림내가 죽으면 희림이한테 가는 보험금... 그것만 있으면 이렇게 안 살아도 되잖아.숨이(혼란스러운) 동생 죽었잖아...서림(씁쓸한 웃음) 아무도 모르면 그게 죽은 건가?숨이왜 몰라...?서림사망신고를 안 했는데 누가 알아.그리고는... 서글프게 뒤틀리는 웃음.서림내가 죽였는데 신고를 어떻게 해.- (플래시백) 침실 / 낮희림의 손목 혈관에 주사되는 정체불명의 액체. 화면 천천히 넓어지면, 서림이 침대 위 희림 옆에 가만히 얼굴을 눕힌다.서림[v.o]희림이 더 살려두자고 내가 죽을 순 없잖아...평온해 보이는 희림. 쓸쓸하고 공허한 눈의 서림.서림[v.o]넌 내 시체가 되고... 난 희림이가 되고... 그렇게 사는 게 내 그림이었는데...카메라 천천히 팬 하면...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며 거실에 선 숨이의 모습. 다가온 서림이 숨이와 마주 보고 선다.서림처음엔 나도 무서웠거든. 누가 알면 어떡하지? 희림이 죽은 거 누가 알면 어떡하지?숨이.....서림근데 진짜 아무도 모르더라. 진짜 아는 사람도 궁금해 하는 사람도 없는 거야.서림, 떨리는 눈빛이 차갑게 굳는다.서림그니까 내가 널 죽이면 숨이야...숨이.....서림누가 신경이나 쓸까? 그것보다 쉬운 일이 있을까? 56 분노와 애처로움이 뒤섞인 채 서림을 노려보는 숨이. 허리춤 뒤로 칼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데...퍽!! 손에 든 액자 모서리로 숨이의 얼굴을 가격하는 서림.쓰러지는 숨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서림을 사력을 다해 밀쳐낸다. 두 사람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다... 숨이의 손을 쳐내는 서림. 숨이가 놓친 칼이 바닥 위를 구른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칼을 향해 손을 뻗는 둘. 선수 친 서림이 허공 높이 칼을 치켜들어 그대로 내리찍으면-푹!! 숨이가 아닌 바닥에 꽂히는 칼. 정적 속에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 서림과 숨이, 떨리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두 사람 모두 눈물이 차오르는데...쿵쿵쿵!! 현관문을 두드리는 누군가. 두 사람, 화들짝 눈물을 훔치며 숨을 죽인다. 다시 또 거친 노크소리 뒤...은비[o.s]목소리 들었어 문 열어요!!은비의 외침이 들려온다.서림, 고개를 떨군다. 심호흡 하며 천천히 일어서면, 몸을 추스르는 숨이. 서림이 바닥에 꽂힌 칼을 뽑아 소매에 감추고 현관으로 걸어간다. 잠시 망설이던 숨이, 소리 없이 침실 안으로 들어간다. 서림이 문을 열면 울었는지 눈이 부은 은비가 밀치고 들어온다.철컥- 현관문을 잠그는 서림. 거실로 돌아오면, 이미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은비. 자신과 마주보고 앉는 서림을 한참동안 말없이 쳐다본다.은비왜 그랬어요?서림.....은비왜 그렇게까지 했어요 진짜...서림말했잖아 그 약 김범식 거라고-은비 그거 말고.서림웃기지마. 나 아니야.은비, 한숨을 내쉬곤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신발끈 키링이다. 당황하는 서림. 그리고, 문틈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숨이. 57 은비그래. 언니가 죽였는지 아닌지 난 모르고... 내가 아는 건 누가 내 집에 들어왔단 거야. 그리고 하필 그 누군가가 언니랑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단 거랑. 이거... 내가 경찰한테 갖다 주면 어떻게 될지 한번 생각해봐요.서림.....은비생각했어요? 그럼 이것도 생각해봐요. 지금 내가 왜 경찰이 아니고 언니한테 왔을지.돌아서서 침실 문 쪽으로 향하는 은비의 모습.은비언니 범식이 사랑했어요?서림.....은비말해 봐요 사랑했어요? (서림이 계속 말이 없자) 죽은 애한테 미안한데... 걔 어차피 평생 남한테 폐만 끼치고 살 애였어. 안 그래요?은비, 돌아서서 서림의 굽은 등을 바라본다.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는 은비.은비나 일 키우기 싫어요. 진짜 언니가 죽였든 지 혼자 자빠져 죽었든... 아님 웬 귀신이 들어와서 죽이고 나갔든... 숨이(흔들리는 눈빛)은비...나한테 다를 거 없어요.대뜸 서림의 손을 편다. 그 위에 신발끈 키링을 올려둔 뒤 서림의 손을 접는다.은비어차피 나한테 다 똑같아요.서림(은비를 올려다본다)은비(서림을 내려다본다)돌아서는 은비. 그대로 현관으로 가 문에 손을 올리는 순간 서림이 벌떡 일어선다. 은비가 돌아보면, 어둠 속 굳어 선 서림의 손에 과도가 들려 있다. 은비, 아무 동요도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은비내가 기회 줬으니까 똑바로 좀 살아요.쾅!!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잔인한 정적이 서림을 짓누른다. 잠시 후, 조용히 서림의 뒤에 그림자처럼 다가와 서는 숨이. 어느새 둘의 눈에 비슷한 모멸감과 공허함이 감돈다.숨이, 소름끼치게 차분한 말투로 묻는다. 58 숨이길에서 지내면 제일 힘든 게 뭔지 알아?서림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드는 숨이.서림.....숨이꼭꼭 숨어야 된다는 거. 남자들처럼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수도 없으니까,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사람들 눈에 안 보여야 되는 거야...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서림.....숨이난 살아남으려고 숨는 건데, 남의 눈에 안 보이면 그게 유령이지 사람인가?다시 서림에게 다가오는 숨이. 서림을 마주본다.숨이저 여자 죽일까?가만히 듣던 서림의 두 눈이 놀라듯 커진다. 어스름 속 희미한 두 사람의 얼굴. 그 위에 떨어지는 마지막 석양빛마저 점차 사그라진다. 느릿느릿 완전한 어둠이 내리면...93.숲 ~ 서림의 집 / 동틀녘 ~ 밤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길을 걸어가는 한 여자의 뒷모습. 뒷모습만 봐서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길을 계속 걸어 나가... 이내 적막하고 외진 공터에 도착한다. 숨이[v.o]내가 위서림이 되고, 위서림은 위희림이 된다고 했지?- 서림의 집 / 밤어둠에 잠긴 숨이의 얼굴. 잠시 뜸을 들인 뒤에...숨이나 말고 그 여자가 너가 되는 건?서림은 섬뜩한 눈으로 숨이를 뚫어져라 바라본다.숨이너 혼자 말고, 나랑 같이 하는 거야. 대신...서림.....?숨이내가 위희림으로 살아도 괜찮아?서림뭐...?숨이나 계속 도망 다니기 싫어. 59 눈빛이 흔들리는 서림. 생각에 빠지듯 말이 없다가...서림돈은...?숨이네 맘대로 해. 난 관심 없어.94.펍 / 밤칵테일 잔에 술이 따라지는 모습 위로...숨이[v.o]그렇게 되면... 우리 둘 다 행복해지는 거 아닌가?해맑은 얼굴의 은비가 술을 따른다.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술을 마신다. 정말 범식의 죽음과 관련된 일들은 깨끗이 잊어버린 듯하다.95.펍 뒷골목 ~ 차 안 / 밤일을 마치고 펍과 이어진 뒷골목으로 나오는 은비. 동료들과 담배를 나눠 피우며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한쪽 구석에 주차된 차 안. 이 모습을 지켜보는 서림과 숨이.잠시 후, 은비가 동료들과 즐겁게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다. 골목 끝에 주차된 은비차를 향해 홀로 걷기 시작한다. 차 안의 서림, 미리 준비한 박카스 두 개를 손에 들고 차에서 내린다. 터벅터벅 은비의 뒤를 따라 걷는다. 숨이, 점점 거리를 좁혀가는 서림을 잔뜩 긴장한 눈으로 지켜본다. 그렇게... 은비가 차에 다다르는 순간서림서은비!!96.숲 / 동틀녘 (~S#93)부름에 돌아보는 얼굴. 주현이다.누군가를 찾듯 두리번대다 한 곳에 시선이 멈추는 주현. 멀리 포커스아웃 된 배경 속, 벤치에 앉아 있는 누군가 보인다.주현, 벤치를 향해 걸어간다. 점점 포커스 선명해지며... 벤치에 앉은 서림이 60 시야에 들어온다. 서림과 거릴 두고 앉는 주현.주현무슨 일인데 이런 데까지 불러요?서림, 주현을 뚫어져라 보며 아무 말도 않는다. 주현은 초조한 듯 굳으며주현왜 그래요?서림미안한데 나 돈이 없어요.주현네...?잠시 당황하는 주현. 하지만 이내 서림의 눈빛에서 그 뜻을 읽어낸다.주현어떻게 알았어요?서림유독 나한테 야간주말근무 많이 부탁했잖아. 생각해보니까답 나오던데. 아, 얘가 덫을 놨구나.주현, 고개를 떨어트리고 조용히 있다가...주현나도 서림 씨 만큼 힘들어요. 서림도와줄 사람 없어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라든지...주현없어요. 엄마 아빠랑은 한참 전에 연락 끊었고.그 말을 들은 서림의 눈이 은밀하게 번쩍인다.서림만약에... 주현 씨가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군가는 알아야 되잖아요. 주현될 대로 되겠죠.서림.....주현나 누구 도움 안 받고 혼자 컸어요. 그러니까 난 당당해요.그냥 사람마다 사는 방법이 다른 거니까. 아니에요?자기 자신을 변호하듯 격해지는 주현의 목소리. 서림, 떨리는 손으로 박카스 두 개를 꺼내 주현에게 하나를 건넨다.주현서림 씨 사정이 어떻든 난 맘 바꿀 생각 없어요. 안 받아들이면, 난 아는 만큼 말할 거예요.서림이 박카스를 딴다. 그리고 수긍한다는 듯 말한다.서림내 죄니까. 감당해야죠.주현..... 61 서림한 번에 다는 못 줘요. 괜찮아요? 주현어쩔 수 없죠...서림확실히 약속해요. 경찰이든 병원이든... 딴 데다 절대 말 안 한다고.주현한 입으로 두말 안 해요. 서림 씨만 약속 지키면. 서림, 박카스를 들이킨다. 그 모습을 보는 주현, 따라서 박카스를 딴다. 그렇게 음료를 마시려는 순간, 주현의 손목을 붙잡는 서림.망설임과 서늘함이 뒤섞인 채 갈등하는 눈빛. 주현은 그런 서림을 의아하게 쳐다보다가...주현아, 그리고...서림.....주현경찰이 병원에 왔다 갔는데 서림 씨에 대해 물어봤어요. 서림네?주현다 들었어요 남자친구 일...서림, 주현의 손목을 붙잡은 손을 스르르 내려놓는다.주현우리가 가끔 나쁜 짓 하면서 살아도... 사람 죽일 위인은 못 되잖아요.서림(그저 듣는)주현그때 식당에 같이 있던 거 박수영이죠?서림.....주현그니까 내 말은... 필요하면 경찰한테 말해줄 수 있다고요. 서림 씨 아니라고.서림.....주현물론 맨입으로 말고요. 무슨 말인지 알죠?고갤 돌려 앞을 보는 서림. 한참을 말이 없다가...서림(음료 가리키며) 마셔요.주현, 손에 들린 박카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는 쭉쭉... 단숨에 마신 뒤 일어난다.주현얘기 다 했죠?서림은 돌아보지 않는다. 찜찜한 얼굴로 돌아서 걸어나가는 주현. 서림, 벤치에 고정된 동상마냥 그대로 앉아 있는다. 62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기 시작하는 주현. 그런데 이때, 갑작스런 어지럼에 휘청. 창백해지는 얼굴과 빨라지는 맥박. 불안정한 걸음마저 꼬이는데, 때마침 저 멀리 행인이 보인다.주현저기... 저 좀 도와주세-그 순간 숨이가 튀어나와 주현의 입을 막고 넘어트리면-97.펍 뒷골목 / 밤 (~S#95) 퍽!! 은비 얼굴에 날라드는 케이크.숨어 있던 은비의 친구들 열댓 명이 우르르 몰려나와 은비를 에워싼다. 은비의 미국행을 축하하고 작별을 아쉬워하는 말들이 소란스레 터져 나온다.우뚝 멈춰 선 서림. 졸지에 은비를 축하하는 무리 중 하나가 되어버린 듯하다.은비잠깐만 잠깐만... 누가 나 불렀는데...얼굴에 묻은 케이크를 떼어내는 은비. 친구들을 헤치고 골목을 돌아본다.서림[v.o]걔는 사랑해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림이 있던 자리에 아무도 없다.98.숲 / 동틀녘 (~S#96)주현을 짓누르는 숨이의 얼굴. 고통스럽게 질끈 감은 눈. 화면 밖에서 끅끅대는 소리 이어지다... 천천히 사그라진다.서림[v.o]서은비 말고...움직임이 사라진 주현의 팔과 다리.서림[v.o]우리 같은 애를 찾자.허공을 보는 서림. 터벅터벅 발소리 뒤... 벤치에 다가와 그 옆에 앉는 숨이. 천천히 숨 고르며 서림을 따라 허공을 본다. 63 둘의 나란한 모습에서 줌아웃 되며... 페이드아웃. 99.국도 ~ 차 안 / 낮차창 밖에 풍경이 스친다. 야트막한 산의 울창한 풀숲만 이어지는데...서림얼마나 가야 돼?숨이글쎄. 한 서너 시간?서림멀다.숨이먼 데로 가자며.서림.....숨이집은 진짜 좋아. 오래되긴 했는데 넓고. 좀만 걸어나가면 바다도 있고.서림, 다시 말없이 창밖을 본다. 이때, 저 멀리 식당 하나를 발견한다.서림밥이나 먹고 갈까?100.국도변 식당 앞 / 낮쭉 뻗은 길 위 덩그러니 선 낮은 건물 앞에 멈춰 서는 차. 시동 꺼지고, 숨이가 먼저 내려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따라 내리는 서림. 그런데, 왜인지 멈칫하더니 뒷좌석 문을 연다. 허릴 숙여 차 안에 몸을 집어넣으면 뚜껑이 비스듬히 열린 이사박스가 보인다.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현금다발.서림, 밖에서 보이지 않게 뚜껑을 반듯이 닫아둔다.101.국도변 식당 / 낮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유심히 보는 두 사람. 오십 대 정도 돼 보이는 여사장이 주문을 받기 위해 테이블 옆에 서 있다.서림나는... 순두부찌개.숨이나도. (사장에게) 찌개 둘이요.사장더 필요한 거 없죠?숨이(서림을 보더니) 소주?서림대낮부터? 64 숨이뭐 어때.서림(알아서 하라는 듯 웃어 보이면)숨이소주 한 병 주세요.사장학생 아니지?사장, 두 사람을 뜯어보며 묻는다.사장신분증 좀 보여줘요.사장의 요구에 잠시 멈칫하는 둘. 숨이, 이내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보여준다. 그 위에 적힌 이름 – 위희림.서림을 향해 고갤 돌리는 사장. 서림은 작은 지갑을 만지작댈 뿐,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지 못하는데...숨이이모.사장(보면)숨이애들이 뭐 하러 이런 데까지 와서 술을 마셔요. 사장(꿈쩍 않는 눈빛)서림(단호하게 일어서며) 딴 데 가자-사장아유 됐어. 앉아 있어요.사장,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발 물러나며 떠난다. 다시 자리에 앉는 서림. 두 사람,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면...cut to.요란한 웃음소리. 서림과 숨이,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빨개졌다. 테이블에 즐비한 소주병. 둘은 뭐가 웃긴지 연신 킬킬대기만 하다가...숨이이제 나 없음 아무것도 못 하겠네.서림왜...?숨이뭘 왜야.서림너야말로 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하지 않나?숨이왜...?서림뭘 왜야.의미심장한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 잠시 웃음기가 걷히는 듯하더니... 다시 웃음이 터진다. 서림, 소주병 들어 잔에 기울인다. 빈 병이다.서림한 병 더?숨이그래. 이모! 65 그런데 자리를 비운 듯 아무 답이 없는 사장. 다시 한번 불러도 조용하자 숨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숨이찾아올게...숨이, 서림을 남겨둔 채 비틀비틀 홀을 가로지른다. 그러다 갸우뚱! 우습게 휘청대며 넘어진다. 자지러지듯 웃는 두 사람.추스르며 일어서는 숨이. 어지러운 미소를 걸친 채 서림과 눈을 맞춘다. 그대로 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공중에 흩어지면... 서림을 감싸는 싸한 공기.서림, 화끈한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갤 떨군다. 눈가에 왠지 모를 슬픔이 감돈다. 그리고 이때, 배경에 흐르던 라디오 소리가 또렷이 들려온다.기자[v.o]...이렇듯 별개의 일인 것 같았던 두 개의 사건이 사실 연관됐을 수 있단 추측이 나온 겁니다.앵커[v.o]그러니까 오피스텔에서 죽은 남성 A씨와 실종된 병원 직원B씨, 아무 관계가 없는 이 두 사람 사이에 공통 지인이 엮여 있었단 얘긴가요?기자[v.o]네, 맞습니다. 바로 A씨의 전 여자친구이자 B씨의 직장동료 위씨인데요. 의문스러운 점은, B씨의 실종 직후 위씨가 사망 했다는 사실입니다.앵커[v.o]사망이요?기자[v.o]심장마비가 온 위씨를 친동생이 응급실로 직접 데리고 왔고, 도착하자마자 병원 내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별도의 부검 혹은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이후 친동생이 위씨 앞으로 가입돼 있던 사망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됐고, 앞서 나온 정황들에 비추어 개별적 사건들이 연결돼 있을 가능성까지 제시된 겁니다.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경찰은 우선 종적을 감춘 위씨의 친동생의 행방을 찾는 데에 주력할-벌떡! 일어서는 서림. 고갤 돌려 창밖을 본다.102.국도변 식당 앞 / 낮서림, 밖으로 뛰쳐나온다. 불길한 적막이 감도는 공터에 멈춰 둘러보면, 숨이와 함께 타고 온 차가 사라졌다. 66 서림.....창백해진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두 눈. 서림, 좌우로 쭉 뻗은 아스팔트 길에 서 텅 빈 길을 허망하게 바라본다.버려진 아이처럼 한참을 서 있던 서림,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도로 위를 무작정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비틀거리는 발걸음. 격해지는 호흡 소리. 그 뒷모습을 흔들리는 카메라가 불안정하게 쫓다 암전되는 화면.